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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하루키

나는 신문을 보지 않는다

chocohuh 2022. 8. 10. 09:55

나는 요즘 죽 신문이란 걸 구독하지 않는다. 절대로 구독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고 때로 기분이 내키면 구독해 보는 수도 있다. , 없다고 해서 크게 부자유하다거나 하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어느 신문은 좋아하고 어느 신문은 싫어하는 것도 아니다. 옛날 우리 집에서는 죽 <아사히 신문><마이니치 신문>을 구독했기 때문에 그 두 신문 지면에는 비교적 익숙해져 있지만, 그것들 이외에 <요미우리>라든가 <산케이>라든가 <도쿄>는 싫으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무슨 신문이든 비슷비슷한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하고 있다. 좀 더 발행 부수가 적어져서 불필요한 정보를 삭제한 퀄리티 페이퍼 같은 것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할 때는 있지만, 이것 역시 없어서 불편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단지 그렇게 생각할 뿐이다.

 

외국에 갈 때는 대부분 <헤럴드 트리뷴> 지를 사서 읽는다. 그 신문은 얇고 가벼우며 정보가 자세해서 좋다. 하지만 그것을 사볼 수 없는 고장에 가면 허전하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다. 요컨대 신문에 대한 욕구라는 것이 희박하다. 있으면 읽고 없으면 안 읽는다. 하지만 신문을 읽고 있으면 때로는 재미있는 기사와 마주친다. 가령 19861월의 신문에 이런 기사가 실려 있었다.

 

112일 육상자위대 나라시노 주둔지의 연습장에서 행해진 제1낙하산병의 낙하산 강하 훈련에서 헬리콥터에서 뛰어내린 대원 네 명이 바람에 날려 강하 예정 장소에서 500-600미터 떨어진 야지요 시내의 주택가 지붕 등에 '불시착', 그중 1명이 발목 골절의 중상을 입었다. 이런 기사를 읽으면 존 밀리어스의 <젊은 용사들>의 첫 장면이 곧 떠오른다. 미국 시골 마을의 고등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데 학교 교정에 낙하산이 차례차례 내려온다. 그래서 학생들이 '아아, 훈련중에 바람에 날려 오는구나' 하고 생각하며 보러 갔는데, 내려온 것이 쿠바 병사여서 빵빵빵빵 하고 총에 맞아 죽임을 당하는 이야기다.

 

나는 이 영화의 이 장면을 매우 교훈적으로 보았다. 낙하산이 내려오더라도 금방 바깥에 나가선 안 된다. 방안 깊숙이 틀어박혀 이불을 뒤집어쓰고 가만히 있는 것이 상책이다, 라고. 어째서 이런 생각을 했느냐 하면 내 집사람이 영화에서 교훈을 얻기를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함께 영화를 보고 영화관밖에 나오면 흔히, "여보, 제가 이 영화를 보고 얻은 교훈은요,,,"하고 설명하기 시작한다. 처음엔 뭐 이런 여자가 다 있어, 하고 생각했으나 부부란 무서운 것이어서 그렇게 하며 살아가는 동안에 거기에 완전히 익숙해져 버렸다. 그리하여 어느새 나도 저절로 영화에서 교훈을 얻는 버릇이 몸에 배어버렸다. 지적인 영화 감상법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실용적이기는 하다. 나는 솔직히 말해 지적으로 영화를 보는 패셔너블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최근 다소 질렸다. 그래서 어쨌든 <젊은 용사들>에서 내가 얻은 교훈은 이런 것이었다. 낙하산이 내려오거든 바깥에 나가지 마라.

 

신문 기사에 의하면 골절상을 입은 가쿠노 일등상사는 한 주부(65)가 정원의 나무에 물을 주고 있는 바로 옆에 쾅하고 떨어졌던 것 같다. 자세한 설명이 없기 때문에 어떤 정경이었는지 구체적으로는 알 길이 없다. 도대체 어떤 식으로 떨어져 내린 것일까? "아주머니, 위험해요, 피하세요."하고 다급하게 고함치면서 내려왔을까? 아니면 아무 소리도 않고 그냥 뚝 떨어졌을까? 그런 세밀한 점이 알고 싶다. 하지만 신문 기사에는 가장 궁금한 점이 대개 빠져 있다. 아무 소리도 않고 그냥 뚝 떨어졌다면 그건 좀 기분 나쁠 것 같기도 하다.

 

또 한 가지 의문은 이 가쿠노 일등상사는 훈련 중 지갑을 지니고 있었을까 하는 것이다. 물론 주둔지 내에 떨어지는 데는 돈이라고는 한 푼도 필요하지 않겠지만, 이런 식으로 바깥 후방 지역에 떨어져 버리면 돈 한 푼도 지닌 게 없으면 곤란할 거라고 생각된다. 택시도 탈 수 없고 전화도 걸 수 없다. 주부에게 "당신, 농담이 아니에요. 망가뜨린 정원수를 배상해줄 때까지 바깥에 나가지 못하게 하겠어요." 하고 위협당할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좋은 사소한 문제이긴 해도.

 

사실은 나도 전에 4년 가까이 나라시노 주둔지 옆에서 살았기 때문에 낙하산 훈련하는 것을 많이 보아왔다. 이 주둔지 옆에서 낙하산병들은 그야말로 엘리트 부대여서 무슨 일이 터졌다 하면 휙 현지로 날아가서 즉시 실전 배치되도록 훈련을 받고 있다. 터프한 부대여서 연중무휴로 훈련을 받는다. 책상에 마주 앉아 뭔가 글을 쓰고 있다가 문득 눈을 들어보니 창밖에 무수한 낙하산이 펼쳐져 있는 것이 보이곤 했다.

 

이것은 <젊은 용사들>을 보기 전의 일이었으므로 그때는 그렇게 무섭다고 생각지 않았고, 따라서 방 안에 틀어박혀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지도 않았다. 이사를 하고 나서 한동안은 정말 겁이 더럭 나기도 했지만 시일이 지남에 따라 익숙해져서, 아아 또 하고 있구나 하는 정도로 심상해졌다. 그리고 야전복을 입고 자동소총을 든 부대가 빠르게 집 앞을 구보로 달려가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일로 깜짝 놀랐던 것도 처음뿐이고 그 후에는 익숙해졌다. 오랜만에 신문에서 그 기사를 읽고 나라시노에서 살던 때를 회상했다. 그리고 '그렇다, 익숙해진다는 것은 무서운 것이로구나'하고 새삼스럽게 생각했다. 이러다간 중기관총과 박격포를 가진 부대가 우리 마을의 큰 교차로를 건너가도 아무도 놀라지 않게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