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이 되어서 가장 걱정되는 일은 그냥 내버려두면 자꾸만 몸이 뚱뚱해져 가는 것이다. 20대 무렵에는 아무리 먹거나 마시거나 해도 체중계 바늘이 60킬로그램의 라인을 넘는 일은 거의 없었는데, 최근에는 조금만 방심하면 눈 깜짝할 사이에 65킬로그램 정도가 되어버려서 경험이 날이 갈수록 많아져 가는 것 같다. 참으로 난처한 일이다.
오랫동안 장편소설에 매달려 있느라고, 시간이 아까워서 조깅을 중단했던 탓으로, 지난 2월에는 나의 몸무게가 마침내 66킬로그램이라고 하는 미지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고 말았다.
운동 부족과 더불어 일의 긴장감에서 오는 과식과 폭음까지 겹치고 보면 살이 찌는 것도 당연하다. 이 정도의 몸무게가 되면 몸이 자못 무겁고, 사이즈 29의 바지에 몸을 집어넣기도 괴로워진다. 그래서 3개월 간 감량에 감량을 거듭한 결과 가까스로 59킬로그램까지 줄이는 데 성공했다. 좀 더 노력해서 어떻게 해서든 58킬로그램 정도에 단단히 정착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내 키가 168센티미터이기 때문에 이 정도가 가장 기분 좋게 생활할 수가 있다.
내 경험에 따르면 1개월 당 2킬로그램 정도의 체중을 줄이는 건 그다지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살찌기는 쉬워도 빼는 것은 힘들다'라고 하는 원칙에는 역시 변함이 없다. 바꿔 말한다면 '비만에 이르는 길은 편하고, 살이 빠지는 길은 험난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하지만 그것은 체질 탓도 있고 해서 중년이 된다고 모두가 살이 찌는 건 아니다. 가령 나의 단짝 화가 안자이 미즈마루씨 같은 사람은 나보다 한 랭크위의 중년이지만 언제나 말라보여서 부럽기 짝이 없다. 그리고 내 아내도 절대로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이다.
'살이 찐다, 살이 찌지 않는다.'라고 하는 체질에는 상당히 유전적인 요소가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가령 장례식이나 결혼식 같은 가족과 친척들이 한 방에 모이는 자리에 나가서 주위를 빙 둘러보면 참으로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다. 내 경우를 보면 우리 집 친척들은 뚱뚱하다고까지는 할 수 없어도 상당히 체격이 넉넉한 사람들이 많고 아내의 친척들은 대부분 마른 편이다. 그래서 나는 경조사와 같은 행사에 참석할 때마다 '이거야 각오를 단단히 하고 덤비지 않으면 큰일나겠는데'하고 결심을 새롭게 하고 몸무게 빼기에 힘쓰고 있는 것이다.
마쓰모토 세이초씨의 단편소설에 새끼손가락이 짧다는 이유로 불행한 운명을 짊어지지 않으면 안 되었던 일가족의 이야기가 있었는데, 나는 최근에 그러한 사람들의 마음을 아주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인생이란 본질적으로 불공평하고 불평등한 것이다. 어떤 종류의 사람들은 노력하지 않으면 손에 넣을 수 없는 것을 다른 종류의 사람들은 아무런 노력 없이도 손에 넣고 있다는 건 불공평하고 불평등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이런 글을 쓰고 있으면 자꾸만 화가 난다. 그러나 그 대신-이런 말을 하면 우습지만-아내의 집안에는 암으로 죽는 사람이 거의 없다. 비만과 암 사이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나로서는 알 수 없지만 그와 같이 가계라고 하는 것은 꽤 흥미 깊은 것이다. 나는 이따금 결혼식에 초대를 받거나 하면 연회장 좌우에 나뉘어서 늘어앉은 양가 친척들의 얼굴모습이나 체격 등을 하나하나 비교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그런 기회가 있으면 꼭 한 번 시험해보기 바란다. 굉장히 재미있을 테니까.
그건 그렇고 세간에는 비만으로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탓인지 서점에 가보면 살을 빼기 위한 노하우 책이 엄청나게 많이 나와 있고 그 대부분은 베스트셀러인 모양이다. 나도 몇 권인가 뽑아서 읽어보았는데 나의 느낌으로 말하자면 '이 책이야말로 결정판!' 이라는 것은 한 권도 없는 것 같다. 세 권의 책을 읽으면 그곳에는 살을 빼기 위한 세 가지 방법이 있는데 그 하나하나의 방법이 완전히 반대 학설을 주장하고 있는 예도 많다. 그리고 개중에는 상당히 극단적인 주장을 전개하고 있는 것도 있다. 따라서 살을 빼기 위한 영양학이 아직 정확히 확립되어 있지 않은 현재 지나치게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요법에 의존하는 것에는 사람에 따라서 위험이 크다고 생각한다.
나는 본래 집착심이 강한 성격이라서 다이어트에 대해서 상당히 연구를 해보았는데, 그 결과로써 나온 결론은 '인간에게는 다양한 얼굴모습이나 성격이 있는 것처럼 살이 찌는 방법에도 다양한 형태가 있어서 만인에게 적합한 살빼기 방법이라는 것은 없다'고 하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체질이나 식생활 직업이나 수입에 맞춰서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에게 적합한 방법을 찾아내는 수밖에 없다고 하겠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처럼 권위 있는 영양학과 의사가 있어서 개개인의 이야기를 '음,음'하고 들어가며 그 상대방에게 맞는'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처방해주는 게 이상적이겠지만 갑자기 그렇게까지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은 모두 한데 묶은 다이어트책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러나 다른 건 고사하고 프랑스식 레스토랑에서 디너를 먹고 디저트를 생략하는 것 같은 억울함과 불쾌감은 말이나 글로는 다 하기 어렵다고 생각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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