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에 보초보초 일을 돌봐 주었더니, 수요일에 모쇼모쇼가 나를 찾아왔다.
"오랜만입니다. 선생님. 지난번에는 보초보초가 무척 신세를 졌다지요." 모쇼모쇼가 말했다.
"아, 그 정도쯤 별것 아닙니다. 일본인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내가 말했다. 나는 비교적 겸손하다.
"아니, 뭘 그렇게 남 대하듯 서먹하게 말씀하십니까? 다른 사람도 아닌 이 모쇼모쇼한테는 그렇게 겸손하게 말씀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하면서 모쇼모쇼는 얼굴 앞에서 손을 부채처럼 팔랑팔랑 흔들었다.
"그래서 말이지요, 이런 짓 한다고 혹시 기분 나빠하실지 모르겠지만, 어디까지나 제 마음의 표시라고 생각하시고, 기분 좋게 받아주시면 좋겠어요." 그러면서 모쇼모쇼는 내게 종이봉투를 내밀었다. 들여다보니, 그 속에는 쿠랴쿠랴가 들어 있었다.
"아니, 모쇼모쇼 상, 아무리 그래도 이런 것을 받을 수는 없어요. 이것은 쿠랴쿠랴가 아닙니까?" 나는 놀라서 말했다.
"저런, 쿠랴쿠랴를 안 좋아하십니까?" 모쇼모쇼가 말했다.
"아니오, 물론 싫어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그러면 됐지 않습니까, 선생님. 지금 받기 뭣하시면 일단 여기에 놔두고 갈 테니까, 좋으실 대로 사용하시지요."
나는 극구 사양했지만 결국 모쇼모쇼는 쿠랴쿠랴가 들어 있는 봉투를 현관에 두고 가버렸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봉투를 옷장 속 깊이 숨겨두었다. 그런 것을 현관에 그냥 놔둘 수는 없지 않겠는가. 아내한테 들키면 오해받기 십상이다. 모쇼모쇼가 감사의 뜻으로 갖다 주었다고 말해 봤자, 누가 그 말을 믿어주겠는가? 애당초 보초보초 일 따위는 모르는 척 했으면 좋았을 걸. 어울리지 않게 자비를 베풀었다가 이런 꼴이 되었다.
나는 너무 난처해서 보초보초에게 전화를 걸었다.
"저 말야, 아까 모쇼모쇼가 우리 집에 와서 쿠랴쿠랴를 두고 갔네. 사례라고 하면서 말이야. 난 무척 곤란하다고."
"괜찮아요, 선생님. 그런 것 신경 안 쓰셔도 돼요." 보초보초가 말했다.
"모쇼모쇼는 세무서에 대한 대책으로, 어쨌든 그걸 누군가에서 주어야만 하거든요. 받아두세요, 받아두세요. 그것 꽤 괜찮은 거라구요. 사모님께는 제가 적당히 말씀드릴게요. 눈 딱 감고 그냥 받아두세요."
그렇게 해서, 나는 지금 쿠랴쿠랴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 사용해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괜찮다. 이제는 손에서 놓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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