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소설이 아니라 정말로 있었던 이야기다.
그즈음 나는 고쿠분지에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지하철을 타고 무사시고가네이 역 앞에 있는 상 제르망에 빵을 사러 갔다. 어째서 고쿠분지에 살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째서 무사시고가네이까지 일부러 지하철을 타고 빵을 사러 가게 되었는지(겨우 한 정거장이지만)에 대해 설명하자면, 이야기가 굉장히 길어지기 때문에 생략하겠다.
나는 지금 보스턴에 있는 내 방에서, 바나나 리퍼블릭의 티셔츠를 입고, 커다란 머그잔에 커피를 마시며, 지난번에 타워 레코드 가게에서 사온 <밥 딜런 그레이티스트 히트 Vol. 2> CD를 들으면서 원고를 쓰고 있다. 내가 어떤 이유로, 마치 변덕스러운 바람에 실려 온 나뭇잎처럼, 이런 장소와 상황 속에 오게 되었는가 하는 사정을 처음부터 설명하면 어지간한 책 한 권이 된다. 거짓말이 아니라 정말로 쓸 수 있다. 바나나 리퍼블릭의 티셔츠에 관해서 한 장(章), 밥 딜런에 관해서 또 한 장....., 이런 식으로, 나로서는 그런 책을 읽으려는 사람이 있으리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지만 말이다. 그러니까 특별히 설명은 하지 않겠다. 그렇지 않아도 짧은 원고이다. 아무튼 내가 고쿠분지에서 혼자 지하철을 타고, 무사시고가네이까지 빵을 사러 가는 모습을 상상하기 바란다.
나는 아직 20대이고, 머리는 지금보다 길다. 시부야의 백드롭이라는 가게-아직도 있을까?-에서 산 화려한 스타디움 점퍼를 입고 있다(아직도 갖고 있다). 아직 소설은 쓰고 있지 않을 때이다. 결혼은 했고, 고양이를 세 마리 키우고 있다. 의회제 민주주의에 대해 불신감을 가지고 있고, 한 번도 투표한 적이 없다. '우드스톡'은 세 번 보았다. 중앙선 지하철은 벽돌색이고 (정말 그렇던가?) 계절은 가을이다. 많은 빚을 지고 있어도, 프로야구에서 이미 자이언츠의 우승이 확실해도 역시 가을은 아름답다. 그런데 무사시고가네이 역 개찰구를 나오려고 했을 때, 나는 지하철표를 잃어버린 사실을 깨달았다. 아무리 사방을 둘러봐도 표는 보이지 않는다. 마치 타임 워프(Time Warp, 시간 왜곡)라도 해버린 것처럼. '겨우 한 정거장인데, 어쩌다 표를 잃어버렸을까?' 하고 당신은 의아하게 생각할지 모른다. 혹은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나는 툭 하면 표를 잃어버린다). 그러나 어쨌든 무사시고가네이 역의 역무원은 내가 고쿠분지에서 왔다는 사실을 전혀 믿지 않는다.
"이봐요 손님, 표를 잃어버린 사람은 대부분 당신처럼 딱 한 정거장만 타고 왔다고 말한다니까요. 정말 속보여요."
그 역무원은 마치 접시에 신문지를 잘게 썰어 담은 것을 저녁식사로 받아든 사람처럼 몹시 불쾌한 얼굴로 나에게 말했다. 나는 정말로 고쿠분지에서 지하철을 타고 빵을 사러 왔을 뿐인데.
그 뒤 2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는 동안, 나는 수많은 불쾌한 일을 겪어왔다. 너무 괴로워서 잠을 이루지 못한 적도 있었다. 그렇지만 이제 대부분 잊어버렸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잊어갈 것이다. 누가 뭐라 해도, 그 기분 좋은 가을날 아침에 무사시고가네이 역에서 표를 잃어버리고 타고 온 구간을 의심받던 일에 비한다면,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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