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회사'라고 이름이 붙은 곳에서 근무한 일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특별히 회사에 다니는 걸 거부하면서 살아왔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그럭저럭 일이 돌아가는 형편상 그렇게 되어 버린 것뿐이다. 나는 이따금 생각하는데, 만일 인생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 하나하나를 컬러 마커 같은 것으로 색칠해 나간다고 하면, 내 경우에는 '형편상' 칠하기 위한 색깔의 마커가 상당히 많이 필요할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은 제쳐 두고 회사에서 근무를 한 적이 없기 때문에, 나의 인식 영역에는 회사라든가 그것에 부수되는 갖가지 주변적 사물이 완전히 결여되어 있다. 가령 넥타이를 매고 회사에 간다는 것은 어떠한 일인가? 상사와 부하라고 하는 것은 어떠한 정신적 위치관계에 있는가? 오피스 러브란 어떠한 것인가? 창가 족(역주: 집무에 방해가 되지 않는 창가에 책상이 있는 중간 관리자로, 그들에게는 일다운 일이 주어지지 않는다)은 매일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런 것들은 모두 내 상상력의 범위 밖에 있다.
회사가 바쁘다고 하는 것도 솔직히 이해가 안 간다. "우동집이 바쁘다"라든가, "야채 가게가 바쁘다"고 말한다면, 나도 체험해 본 바가 있으므로 이해할 수 가 있다. 그러나 "회사가 바쁘다"라는 것은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를 할 수가 없다.
나의 고등학교 시절의 친구가 광고 대리점 비슷한 것을 경영하고 있어서, 이따금 그 사무실에 들르는데, 보면 스무 명 가량의 사원들이 모두 바쁜 듯이 일을 하고 있다. 전화를 받고 있는 사람도 있고, 표에 무엇인가를 써넣고 있는 사람도 있고, 종이 봉지를 들고 밖으로 달려 나가는 사람도 있다. 보고 있노라면 힘이 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어떤 식으로 바쁜지를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동정심이라고 할 정도의 마음은 생기지를 않는다.
사무실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이 세상은 굉장히 복잡하게 이루어져 있구나 하고 절실히 실감하게 된다. 세상에 우동 가게와 야채 가게만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모든 사람의 인생이 훨씬 더 단순해질 것이 틀림없다.
"아주머니,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지금 이쪽 분의 토마토를 싸드리고 나서 해드릴게요"라든가, "미안합니다. 지금 가게가 조금 붐벼서요. 배달은 30분 정도 걸릴 겁니다."하고 말하면, 그것으로 이야기는 모두 통할 테니까 말이다.
내가 그 친구에게 "꽤 바쁜 것 같구나" 하고 말하면, 그 친구는 "당연하지. 보고 있으면 알 수 있을거야."하고 대답한다. 하지만, 무엇이 어떤 식으로 바쁜가 하는 것까지 그 친구는 설명해 주지 않는다. 그런 걸 설명해 줄 여유가 없을 정도로 바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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