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중간 호에서 기묘한 러브호텔(및 맨션)의 이름에 관한 특집을 꾸몄는데, 그 후에도 추가 정보가 상당량 들어왔기에 다시 한번 집요하게 추구해 보겠다. 그런데 그 인터넷의 정보수집 교환능력은 정말 굉장하더군요. 눈 깜짝할 사이에 산더미처럼 모여든다니까요. 이런 기능을 좀 더 의미 있는 목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이 많을 텐데 하고 생각하면, 우린 말이죠.…… 뭐랄까…….
오사카의 국도 1호선 도로가에 '멘델의 법칙'이라는 러브호텔이 있다. 그 완두콩 꽃의 색이 유전을 하느니 안하느니 하는 멘델 말이다. 어이 이봐, 이런 때 그런 얘길 꺼내면 어떻게 해 라는 느낌이 드는군요. 또 같은 사람이 보내 준 정보에 의하면, 오사카 환상선 쿄바시 역에서 보면 '왕'이란 간판을 내건 호텔이 있다. 이 이름 또한 오사카적으로 의미심장하군요. 장기의 말 모양을 한 욕조라든가, 그 비슷한 설비가 되어 있는 것일까요? 하지만 머리맡에 장기판이 혹 있거나 하면 무섭겠죠.
또 대상에 빛나는 고베 '덕쟁이 고양이' 바로 옆에는 '고릴라의 꽃다발'이란 호텔이 있는데, 정말 벽면에 고릴라가 달라붙어 있다고 한다. 또 그 옆에는 '피라미드의 불가사의'란 이름의 호텔도 있다고 하는군요. 대체 어떤 곳이죠, 거기? 고베출신인 나로서는 다소 기분이 복잡하다.
그리고 이전에 소개한 후지사와의 러브호텔 '45°'의 이름의 유래에 관한 새로운 정보가 들어왔다. 정식 명칭은 '크리에이션 45°'라고 하며(크리에이션?), 실은 45도 각도로 뾰족한 쐐기형 땅에 서 있다고 하는군요. 음, 이제야 알겠군요. 이가라시(나였던가?)의 성적인 추측은 억측이었다. 그런데 이 45도로 돌출한 부분에는 '데자뷰'란 이름의 술집도 있다고 한다. 이름만 보아도 엑스터시를 맛볼 수 있을 듯한 지역이로군요. 그러니까 유서 깊은 후지사와의 커플은 '데자뷰'에서 술을 마시고 분위기를 잡은 후에 '45°'에서 사랑을 확인하고, 그리고 호텔을 나서면서 옆에 있는 학원에 다니는 학생들한테 조롱을 당하는 코스를 밟는 것이 바람직할 듯하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으신 분은 한 번 시도해 보십시오. 과거 후지사와에 산 적이 있는 나로서는 다소 기분이 복잡하지만.
북규슈에서 들어온 정보에 의하면, 그곳에는 '당근'과 '양상추'란 호텔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 있다. 혹 경영자가 같은 사람 아닐까요. 그렇다면 다음은 어떤 이름이 등장할까요? '토마토'나 '오이'겠지요. 하지만 '오이'는 이미지상 탈락할 게 틀림없다. '아스파라거스'나 '콩나물'은 논외지만 말이에요. 그리고 '당근'과 '양상추'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리드'라는 호텔이 있다는데(전혀 의미 불명), 그 서체가 '리드 페이퍼 타월'과 똑같다고 합니다. 어째 부엌에 관련된 이미지로 통일된 지역 같군요.
후지에다에는 '친척'이란 이름의 호텔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이름에는 어떻게 코멘트하여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그냥 다음으로 넘어간다. 사가에는 '단짝'이란 이름의 호텔이 있다. 조그만 여자애하고 남자애가 손을 잡고 걷는 간판이 시내 군데군데 서 있는 모양이다. 어린 시절 단짝 같으면, 혹 따끈따끈 달아오를지도 모르겠군요.
기후현의 N씨의 정보에 의하면 '내가 살고 있는 시골에는 놀 곳이 별로 없어서, 동창회가 있으면 모두들 볼링을 하고 술을 마시며, 가라오케에서 노래를 부르고, 러브호텔에 가서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이 거의 정해진 코스입니다. 그 외에는 별로 놀 거리가 없어서요.'라고 한다. 흐음.
상당히 흥미로운 동창회로군요. 과연 장소에 따라서 볼링, 가라오케의 연장으로 러브호텔이라. 덕분에 이 고장에는 일찍이 결혼한 커플이 많은 모양이다.
유감스럽게도 장소는 알 수 없지만(우리 집 근처라고밖에 씌어 있지 않았다), '사드 후장의 저택'이란 호텔도 있다고 한다. 이름으로 추측컨대 아주 특수한 취미를 지닌 커플만 대상으로 하는 것 아닐까요? 틀림없이 그럴 것이다. 반대로 왕 건전한 호텔로는 입구 로비에서 배경 음악으로 '안녕, 아가야'를 들려주는 곳도 있다고 한다. '막상막하'가 아닌가 싶은 기분이 드는데.
아사히카와의 호텔 '농협'은 만실일 경우에는 '풍작', 방이 비어 있을 때에는 '흉작'이란 팻말을 내건다고 한다. 또 이 호텔에는 두 마리 송아지의 대형 모형이 장식되어 있다고 하는군요. 대체 무슨 취지, 무슨 목적으로 생긴 호텔인지 꼭 좀 알고 싶을 정도이다. 혹 아사히카와 지방에서는 이런 호텔이 보편적인 걸까요?
그런데 며칠 전 스즈키 쿄이치 군(이상한 것을 잔뜩 수집하고 있는 사람이다)이 러브호텔업계 잡지인《월간 레저 호텔》의 백넘버를 한 아름 빌려 왔다. 틈틈이 읽고 있는데, 이거 정말 그 재미가 상상력을 능가하는군요. '일본은 깊고도 넓구나' 하고 두고두고 감탄하고 있는 요즈음의 무라카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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