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나는 '크로켓'이란 이름의 크로켓 색깔의 커다란 수고양이를 키웠다. 이 고양이를 볼 때마다 크로켓이 먹고 싶어지는 것이 내게는 좀 문제였다. 하지만 크로켓이란 미워할 수 없는 음식이다. 나는 크로켓을 좋아한다. 크로켓을 좋아하는 사람 중에 나쁜 사람은 없는지 어쩐지 모르겠지만, 테이블 앞에 앉아 무심히 크로켓을 먹는 사람을 뒤에서 갑자기 야구방망이로 습격하는 일은 좀처럼 없을 것 같다. 물론 먹고 있는 것이 불고기면 그래도 된다는 것은 아니지만(당연하다).
아내는 기름을 써야 하는 음식 만들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덕분에 아내에게서 결혼 이후 크로켓이니 튀김을 얻어먹은 기억이 없다. 그래서 집에서 크로켓이 먹고 싶으면 어딘가에 가서 만들어 놓은 것을 사 오든가,, 혹은 내가 직접 만들 수밖에 없다. 나는 음식 만드는 것을 그다지 싫어하지 않기 때문에 이따금 마음 내키면 크로켓 만들 준비를 한다.
감자를 삶아서 으깬 뒤에 고기와 섞어서 크로켓 모양을 만든 후 빵가루를 묻혀 하나하나 랩에 싸서 냉동해 둔다. 그리고 크로켓이 먹고 싶으면 먹고 싶은 만큼 꺼내어 해동해서 기름에 튀긴다. 먹고 싶을 때마다 만드는 게 귀찮아서 반년 치를 한꺼번에 만들어 놓는다. 당시는 사정이 있어서 업무용의 거대한 냉장고를 소유하고 있었던 탓에 그것이 가능했다. 그렇게 해서 나와 크로켓은 한참 동안 더없이 만족한 우호 관계를 맺게 되었다.
그러나 재난은 언제 어디서나 숨을 죽인 채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냉장고가 고장난 것이다. 가스가 빠졌든가 그런 일이었을 것이다. 전원은 켜지는데 전혀 차가워지지 않는다. 덕분에 한꺼번에 냉동해 두었던 크로켓은 서서히 부드러워지다가 죽어 가는 오필리아처럼 치명적이 되어갔다. 하필 주말이어서 수리공도 올 수 없었다. 할 수 없어서, 버릴 것이라면 차라리 튀겨서 먹어 버리기로 했다. 아니, 먹어 버렸다. 이틀에 걸쳐 죽도록 나 혼자 크로켓을 먹었다. 괴로웠다. 덕분에 그 후 몇 년간은 크로켓이 꼴도 보기 싫어졌다. 흉악한 크로켓 군단에 둘러싸여 발로 차이는 폭행을 당한 꿈까지 꾸었다.
그러나 세월은 흘러, 불행한 기억도 서서히 옅어져 가고 크로켓과 화해를 할 때가 왔다.
재료를 사다가 냉동까지 할 정도의 힘은 이제 없지만(냉장고가 고장 날지도 모른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가슴이 아프다), 종종 상점가 정육점에서 갓 튀긴 크로켓을 산다. 그리고 옆집 빵가게에서 금방 구운 식빵을 사서 근처 공원에 가서 빵에 크로켓을 끼워 골치 아픈 일 따위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그저 먹기만 한다.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레스토랑이 있지만, 기분 좋게 개인 가을날 오후에 공원 벤치에 앉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뜨거운 크로켓 빵을 씹어 먹는 기쁨에 필적할 것이 있을까? 아니,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에는 먹는 이야기가 많군.
'무라카미하루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첫째가 건강, 둘째는 재능 (0) | 2021.07.01 |
---|---|
내 카페 종업원이었던 야마구치 이야기 (0) | 2021.07.01 |
도넛 (0) | 2021.06.28 |
가르치는 데 서툴다 (0) | 2021.06.21 |
넓은 들판 아래에서 (0) | 2021.06.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