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내가 아직 학생이었던 시절, 신주쿠 서쪽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것도 없었다'라고' 해서, 그것은 '특별히 쓸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거나, '가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거나 하는 복잡한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문자 그대로 아무것도 없었다. 있는 것이라곤 그저 텅 비고 넓은 들판뿐이었다. 지금은 그곳에 고층 빌딩이며 호텔이며 도청 청사 등이 빽빽하다.
그래서 무엇인가 편리해진 것들도 있을까. 아무튼 잘은 모르겠지만, 뭐 편리해지기는 했을 것이다.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그곳으로 통근하거나 쇼핑하러 가고 있으니. 그러나 나 무라카미에 한해서 말하면, 특별히 편리해졌다는 실감은 없다. 신주쿠 서쪽이 옛날 들판인 그대로이더라도, 특별히 (전혀) 불편은 없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아니, 그 편이 훨씬 더 산뜻해서 좋을 것 같은 느낌조차 든다.
아무것도 없었던 곳이었지만, 장래 도시 계획의 일부로서 그 당시에도 만들어져 있었던 지하도만은 비교적 말끔히 정비되어 있었다. 신주쿠에서 놀다가 밤이 늦어져 기숙사나 하숙집에 돌아가기가 귀찮아지면, 그리고 그것이 춥지 않은 계절이면 친구들과 함께 그곳에서 뒹굴었던 것이다. 그 무렵에는 아직 노숙자가 없었다. 같은 또래의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아침까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었을 뿐이다. 지하도는 깨끗하고 안전했으며, 어느 편인가 하면 공동체적인 친근함이 감도는 편이었다.
언젠가 사진작가 지망인 친구가 나의 초상 사진을 찍은 일이 있었다. 흑백 사진이다. 열아홉 살의 나는 머리가 장발이다.
콘크리트 바닥에 앉아 벽에 기대어 담배를 피우고 있다. 다림질하지 않은 반소매 셔츠를 입고 청바지에 부츠를 신고 지독하게 퉁퉁 부은 눈을 하고 있다. 뭐가 어떻게 되든 신경 쓸까 봐 하는 얼굴이었다. 시간은 새벽 세 시, 아마 1968년 여름이었을 것이다.
그는 그 사진을 마음에 들어 하며 크게 확대해서 내게 주었다. 앞에서도 썼지만, 나는 사진 찍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사진만큼은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 곳에는 나라는 인간이 안고 있는 그 무엇인가가 생생하게 떠올라 있었으며, 거친 입자 속에 시대의 공기가 선명하게 스크랩되어 있었다. 오랫동안 그 사진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는데, 이사를 거듭하는 사이에 없어져 버렸다.
그 사진을 찍은 밤의 일은 지금도 자세히 기억한다. 근처에 혼자 우두커니 쭈그리고 앉아 있는 마른 남자가 있었다.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그는 다치가와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었다.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아.'라고.' 그는 말했다. 그리고 '여자 친구가 임신을 했는데, 그 상대는 내가 아냐.' 하고. 그래서 위로할 것도 없었지만, 어떻게든 위로하려고 서툴게 노력했던 기억이 난다. 모두 어떻게 되었을까?
신주쿠 서쪽에 갈 때마다 '옛날 이곳에는 그저 넓디넓은 들판이 있었는데.' 하는 생각을 한다. 생각한다고 어떻게 되는 것도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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