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시초코렛 HUHSI chocolate

무라카미하루키

도넛

chocohuh 2021. 6. 28. 11:21

이번에는 도넛 이야기이다. 그러니 지금 진지하게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은 아마 읽지 않는 편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도넛 이야기니까.

 

나는 옛날부터 단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도넛만은 예외로 가끔 이유 없이 무작정 먹고 싶어질 때가 있다. 어째서일까? 생각건대, 현재 사회에서 도넛이라는 것은 단순히 한가운데에 구멍이 뚫린 한 개의 튀김과자에 머물지 않고, '도넛적인' 모든 요소들을 종합하여 링 모양에 집결한 하나의 구조로까지 그 존재성을 지양시키고 있는 것이 아닐까.... 으음, 그러니까 간단히 말해서 그저 도넛을 아주 좋아한다는 말이다.

 

내가 보스턴 교외에 있는 터프츠 대학에서 '연수 소설가'로 적을 두고 있을 때, 나는 학교 가기 전에 곧잘 가게에서 도넛을 샀다. 학교 가는 도중에 있는 서머빌의 던킨 도넛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홈커트를 두 개 산 뒤에 가지고 온 작은 보온병에 뜨거운 커피를 담아 달라고 해서 그 종이 봉지를 들고 내 방으로 갔다.

 

그곳에서 커피를 마시고 도넛을 먹고 반나절 동안 책상에 앉아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나를 찾아온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배가 고플 때는 차 안에서 그대로 도넛을 먹는 일도 있었다. 덕분에 그 무렵 내가 운전했던 폴크스바겐 콜러드의 바닥에는 도넛 부스러기가 언제나 흩어져 있었다. 결코 자랑은 아니지만, 좌석에서는 커피 얼룩까지 묻어 있었다.

 

그런데 도넛 구멍은 언제 누가 발명했을까? 모르실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도넛 구멍이 처음으로 세상에 등장한 때는 1847년이었고, 장소는 미국 메인 주의 캠딘이라는 작은 마을이었다. 그때 그곳의 어느 빵집에서 핸슨 그레고리라는 열다섯 살짜리 소년이 견습생으로 일하고 있었다. 그 가게에서는 튀김 빵을 많이 만들고 있었는데, 빵 중심에 불이 통할 때까지 시간이 걸려 제빵 효율이 낮았다. 그것을 늘상 보고 있던 핸슨 군이 어느 날 빵 한가운데에 구멍을 뚫으면 열전달이 훨씬 더 빠르지 않을까 생각하고 자신의 생각을 실천에 옮겨 보았다, 그러자 튀기는 시간이 확실히 빨라졌고, 완성된 고리 모양의 그것도 모양은 기묘했지만, 바삭바삭하고 맛있어서 먹기가 좋았다.

 

'어이, 어떻게 된 거야, 핸슨?'

'이것도 괜찮은 걸요, 주인님?‘

 

이런 과정을 거쳐서 도넛이 탄생했던 것이다. 이런 식으로 좀 전에 실제로 보고 온 것처럼 실감나게 설명하면, '이봐, 정말이야?' 하고 인상을 찌푸리겠지만, 책에 쓰여 있는 이야기이니 사실일 것이다.

 

막 튀겨낸 도넛은 색깔이며 향기며 바삭한 느낌이며, 뭔지 모르게 사람을 격려하는 듯한 선의로 가득 차 있다. 많이 먹고 건강해지자. 다이어트? 그런 것은 내일 하면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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