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으로 헬 W의 공중 정원에 안내된 것은 안개가 심한 11월의 아침이었다.
"아무것도 없어요."라고 헬 W는 말했다.
확실히 아무것도 없었다. 안개 바닷속에 공중 정원이 덩그러니 떠 있을 뿐이었다. 공중 정원의 크기는 대략 세로 8미터, 가로 5미터 정도이다. 그것은 공중 정원이란 점을 별개로 하면, 전혀 보통의 정원과 다를 바가 없었다.
뭐랄까, 그것은 지상의 기준으로 친다면, 분명히 삼류 정원이었다. 잔디는 너절하고, 화초 종류도 갖춰져 있지 않았으며, 토마토 줄기는 바싹 말랐고, 주위에 울타리조차 없었다. 게다가 하얀 정원 의자는 전당포 물건 같았다.
"그래서 아무것도 없다고 말씀 드린 거예요."라고 헬 W는 변명하듯이 말했다. 헬 W는 줄곧 내 시선을 쫓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별로 실망한 것은 아니었다. 나는 특별히 훌륭한 정자나 분수, 동물 모양을 한 정원수나 큐피드 조각을 기대하고 여기에 온 건 아니었다. 나는 단지 헬 W의 공중 정원을 보고 싶을 뿐이었다.
"어떤 호화스런 정원보다 멋있어요."라고 내가 말하자, 헬 W는 조금 안심하는 것 같았다.
"조금 더 높이 띄우면, 훨씬 공중 정원답게 보이겠지만 여러 가지 사정이 있어서요. 좀처럼 그렇게 안 돼요."라고 헬 W는 말했다. "차라도 하시겠어요."
"좋지요."라고 나는 말했다.
헬 W는 차 상자 같기도 하고 바구니 같기도 한, 요령부득의 모양을 한 캔버스 천으로 된 용기에서 콜맨 버너와 노란 법랑 포트, 물이 담긴 합성수지 물통을 꺼내더니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주위의 공기는 몹시 찼다. 나는 아주 두터운 오리털 점퍼를 입고 목에 머플러를 빙 둘렀지만 그래도 거의 소용없었다. 나는 덜덜 떨면서 하얀 안개가 발밑에서 천천히 몸을 꼬며 남쪽으로 흘러가는 걸 바라 보고 있었다. 안개 위에 둥실 떠 있으면 마치 지면(地面)인 채로 어딘가 알 수 없는 토지로 흘러가 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뜨거운 재스민차를 홀짝거리며 내가 그렇게 말하자, 헬 W는 킥킥거리며 웃었다.
"누구든지 여기 오면 반드시 그렇게 말해요. 특히 안개가 짙은 날은요. 특히 말예요. 북해 상공까지 흘러가 버리는 건 아니냐구요."
나는 헛기침을 하고, 아까부터 신경이 쓰이던 다른 가능성을 지적했다.
"혹은 동베를린까지 말이죠."
"그래, 그거예요."라고 헬 W는 말라비틀어진 토마토 줄기를 손가락으로 훑으며 말했다.
"내가 공중 정원을 훨씬 더 공중 정원답게 할 수 없는 이유도 거기 있어요. 너무 높이면 동독 측의 경비병이 몹시 신경질적이 돼요. 밤새도록 서치라이트를 비추거나, 기관총의 총구를 줄곧 이쪽으로 겨누든가 하는 거죠. 물론 쏘지는 않지만 별로 기분이 좋은 건 아니죠."
"그렇겠군요."하고 나는 맞장구를 쳤다.
"그리고 당신이 말한 것처럼, 너무 높이 올린 탓에 풍압이 높아져 정말로 공중 정원이 통째로 동베를린으로 날아가 버리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는다고도 말할 수 없어요. 그렇게 되면 일이 몹시 곤란하게 되요. 아마도 스파이 죄를 적용받을 테니까. 우선 살아서는 서베를린에 돌아올 수 없을 거예요"
"흐음."하고 나는 말했다.
헬 W의 공중 정원은 동서베를린을 가르는 벽 바로 옆의 낡은 4층짜리 건물 옥상에 연결되어 있었다. 헬 W는 정원을 옥상에서 15센티 정도 밖에 띄우지 않았기 때문에,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그것은 단순히 옥상 정원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훌륭한 공중 정원을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그걸 겨우 15센티밖에 띄우지 않았다는 건, 보통사람으로서는 좀처럼 흉내 내기 어려운 일이다.
"헬 W는 매우 조용하고 앞에 나서지 않는 사람이니까."라고 모두들 말한다. 분명히 그럴 거라고 나도 생각한다.
"왜 좀 더 안전한 곳으로 정원을 옮기지 않았나요?" 라고 나는 물어 본다.
"예컨대, 쾰른이나 프랑크푸르트, 혹은 서베를린이라도 훨씬 안쪽이라든가...., 그렇게 하면 아무것에도 신경 쓸 것 없이 훨씬 높이 정원을 띄울 수 있지 않겠어요?"
"아무리 그래도." 하며 헬 W는 머리를 젓는다.
"쾰른이나 프랑크푸르트라....." 헬 W는 다시 머리를 젓는다.
"나는 여기가 좋아요. 친구들도 모두 이 크로이츠베르크에 살고 있어요. 여기가 제일 좋아요."
그는 차를 다 마시자 이번엔 캔버스 천 용기에서 필립스사의 자그마한 휴대용 전축을 꺼내 레코드를 턴테이블에 올려놓고 스위치를 켠다. 이윽고 헨델의 <수상음악>을 제2조곡이 흘러나온다. 낭랑한 트럼펫이 뿌옇게 흐린 크로이츠베르크 하늘에 눈부시게 울려 퍼진다. 헬 W의 공중정원에 이만큼 어울리는 음악이 또 어디 있겠는가?
"다음번엔 여름에 오세요."라고 헬 W는 말했다.
"여름의 공중 정원은 한없이 즐거우니까요. 이번 여름엔 매일 여기서 파티를 했어요. 가장 많을 때는, 사람 25명과 개 3마리가 여기에 올라탔어요."
"용케도 아무도 떨어지지 않았네요?"라고 나는 놀라며 말했다.
"실은 두 사람 정도가 취해서 떨어졌어요."라고 말하고 헬 W는 쿡쿡 웃었다.
"그래도 죽진 않았어요. 3층의 차양이 매우 튼튼해서죠."
나는 웃었다.
"업라이트 피아노를 끌어올린 적도 있어요. 그때는 폴리니가 와서 슈만을 연주했어요. 대단히 재미있었지요. 폴리니는 아시다시피 대단한 공중 정원 광이니까요. 그 밖에 로린 마젤도 오고 싶어 했는데, 아무리 그래도 비엔나 필하모니를 여기에 모두 태울 순 없으니까요."
"그렇지요."라고 나는 동의했다.
"여름에 또 오세요."라고 헬 W는 말하며 내 손을 잡았다."여름의 베를린은 멋져요. 여름이 되면, 이 부근은 터키 요리 냄새와 아이들의 소란과 음악과 맥주로 넘쳐나죠. 어쨌든 베를린이니까요."
"꼭 와보고 싶군요."라고 나는 말했다.
"쾰른! 프랑크푸르트!!"라고 나는 말했다. 라고 말하고 헬 W는 다시 머리를 저었다.
그런 이유로, 헬 W의 공중 정원은 베를린의 6월을 기다리며 지금도 크로이츠베르크 상공에 15센티만 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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