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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나이트(Culture Night) 이벤트

chocohuh 2016. 10. 13. 09:03

아일랜드(Island) 전역에서 문화, 창의, 예술을 키워드로 해마다 열리는 이벤트 컬쳐 나이트를 소개하려 한다. 2006년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Dublin)에서 작은 규모로 시작된 이 행사는 현재 국가적인 행사가 되었다. 아일랜드의 26개 주뿐 아니라 영국에 속해 있는 북아일랜드의 6개 주도 참여하여 명실공히 아일랜드 섬 전체에서 열리는 대표적인 축제로 자리매김하였다. 컬쳐 나이트는 행사가 지향하는 목표만 공유하고 나머지는 32개 주가 독립적으로 행사를 진행한다.

 

 

 

 

그들이 지향하는 목표는 다음과 같다.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지역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방문하도록 장려한다.

아일랜드가 지역적으로도 국가적으로도 훌륭한 문화적 시설과 자원이 많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문화 기관과 활동 그리고 시설들을 활성화시킨다.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새로운 문화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많은 사람들이 보다 쉽게 지역 문화적 환경에 역할을 얻을 수 있도록 한다.

공동체적으로 창조적인 작업을 하는 이들을 돕는다.

 

 

 

 

 

 

 

 

 

 

 

 

 

 

 

 

 

 

아일랜드 26개 주 가운데 하나인 캐번(Cavan)에서 열리는 컬쳐 나이트 현장에서는 아일랜드 유명 화가들의 회고전이 열려 관람객들을 맞고 있었고, 창작 뮤지컬 리허설이 한창이었다. 이날 행사에 참가하는 작가들 중 캐번을 기반으로 작업하며 이곳에서 그들의 첫 애니메이션 상영회를 갖는 작가 듀오 파벨 클레쉬제프스키(Pawel Kleszczewski)와 카시아 짐노치(Kasia Zimnoch)가 작업 중이었다.

 

 

 

파벨 클레쉬제프스키와 카시아 짐노치는 모두 폴란드의 스테친(Szczecin) 출신으로 니콜라우스 코르페니쿠스 대학교(Nicolaus Copernicus University)에서 각각 페인팅과 아트 히스토리를 전공했다. 스테친은 2차 대전 이전까지는 독일에 속해 있다가 전쟁 이후에 폴란드에 속한 지역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이 지역 토박이는 거의 없고 대부분 전쟁 이후 이주해 온 사람들이 살고 있어 문화적인 뿌리가 없는 대신 다양성을 존중하는 분위기다. 이런 분위기에서 자라고 공부한 게 그들이 이후 작업 속에서 다양한 문화에서 비롯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교차하며 접목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파벨 클레쉬제프스키(Pawel Kleszczewski)와 카시아 짐노치(Kasia Zimnoch)

 

2004년에 폴란드가 유럽연합에 가입했고 2005년에 역시 예술가인 파벨의 아버지가 동유럽 이민자들에게 호의적인 아일랜드 캐번으로 이주했다. 그래서 파벨과 카시아도 2012년에 동유럽 이민자와 창조적인 작업을 하는 사람에게 호의적인 이곳으로 이주했고, 코닉 스튜디오(Konik Studio)를 설립하여 현재까지 이곳을 기반으로 작업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곳에서 작업자로 살아가는 건 이들에게 무척 즐거운 일이다. 폴란드에 있을 때는 지원 사업을 신청하는데만 서류가 엄청 많았고 절차도 복잡하고 까다로웠다. 그 노력에 비해 지원규모는 턱없이 작았다. 아일랜드는 정반대다. 절차가 매우 간단하다. 재정지원을 해주는 아일랜드 정부와 작업자 사이에 캐번 정부의 예술가 지원 센터가 있을 뿐이다. 이미 예술분야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담당 직원들과 간단한 인터뷰를 거치면 된다. 작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충분한 지원을 받는다. 이주민에게도 차별이 없고, 새롭게 지원하는 이들에게도 기회가 열려 있다. 무엇보다도 재정 지원을 받을 경우 보상 차원에서 작업자들에게 요구되는 게 없다. 기본적으로 서로 충분히 이해하고 또 신뢰하는 관계라 가능하다. 우리가 한 작업에 지원 단체나 기관의 로고만 넣으면 된다. 또 작업이라는 게 정해진 기간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걸 이미 잘 알고 있어서 그런지 성과나 결과 보고 등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들이 이날 발표한 애니메이션 브로큰 테일(Broken Tale)은 숲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이에 관해 유럽 전역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들을 한데 엮어 새로운 형태의 숲에 담아낸 작업이다. 그들이 자란 폴란드와 현재 살고 있는 아일랜드는 울창한 숲을 끼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에게 익숙한 공간이면서 동시에 신비로운 공간인 숲을 이번 작업의 모티브로 삼았고, 폴란드와 아일랜드 숲의 공통점인 습하고 음산한 분위기를 작업의 주된 정서로 나타냈다.

 

졸업 이후 파벨은 무대 디자이너로, 카시아는 지역 정부에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미술교육 프로그램을 담당했다. 이 경험은 이들이 애니메이션을 그들의 주된 매체로 선택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파벨은 자신이 그린 그림을 가지고 시간 예술을 하고 싶었고, 카시아는 어린이들과의 협업을 통해 얻은 풍부한 상상력을 작업에 담고 싶었기 때문이다.

 

 

 

밑그림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일일이 다 그렸다. 아날로그 방식으로 재현한 인물과 배경을 스캔한 뒤 컴퓨터를 이용해 영상으로 구성하고 음악을 입히는 등 기술적인 개입은 적었다. 하지만 점점 기술적인 발전으로 손쉽게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워서 다음 작업에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생각이다.

 

파벨과 카시아는 과거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작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번 주제는 물이다. 이번에는 유럽을 넘어 전 세계로 영역을 확장시켜서 물에 관해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들을 수집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추려서 7분짜리 7개 옴니버스 형식의 애니메이션으로 나타낼 계획이다. 개별 작업은 독립적으로 진행하되 물이라는 주제에 충실한 이야기와 표현방식을 다양하게 활용할 것이다.

 

현재 폴란드, 아일랜드, 스웨덴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고, 나머지 4개의 내용과 형식에 관해서는 열려 있다. 모든 협업자들을 기존 관계를 통해 소개받았다. 대한민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작업자나 이야기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찾고 있다. 파벨과 카시아는 대한민국의 독자들 중에서 이들의 작업에 관심이 있다면 주저없이 연락을 바란다고 당부했다. 브로큰 태일은 세계 곳곳의 축제와 영화제에 초청받아 상영될 예정이다.

 

http://www.culturenight.ie

http://konikstudio.jimdo.com

http://www.designdb.com/drepo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