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예술의 마을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오사카(Osaka)시 스미노에(Suminoe)구 키타카가야(Kitakagaya)에서 총 여덟 팀의 아티스트 및 크리에이터가 참여하는 리노베이션 프로젝트 8 Artists Project: APartMENT가 시작되었다. 1931년 창업한 나무라(Namura) 조선소를 중심으로 기타카가야는 일찍이 조선(造船)의 마을로 번화하던 지역이었다. 하지만 1979년 나무라 조선소가 다른 곳으로 이전하고, 산업 구조가 변화하면서 마을은 예전의 활기를 잃어가게 되었다.
찾아오는 사람이 뜸했던 마을에 전환점이 된 것은 2004년 폐허가 된 조선소 공장터를 다양한 예술적 실험이 진행되는 장소로 재활용하는 시도를 계기로 마을은 다양한 장르의 크리에이터들이 모이는 예술의 마을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다. 최근에는 오사카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디자이너, 건축가, 편집자, 연구자가 중심이 되어 시작된 프로젝트 디자인이스트(DesignEast)의 개최지로 사용되고 있다.
아파트먼트(APartMENT)의 무대가 되는 건물은 1971년에 철공소 사택으로 지워진 작은 아파트 단지이다. 그 중 북동의 2층과 3층에 있는 총 8개의 공간을 현대미술, 프로덕트, 조명, 조경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덟 팀의 크리에이터가 저마다의 아이디어로 주거공간의 리노베이션을 진행하였다.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참가하는 각 팀의 자유로운 아이디어가 특징이다. 사업주인 치시마 토지 주식회사와 기획 및 진행을 맡은 아트 앤 크래프트가 심혈을 기울여 엄선한 여덟 팀 모두가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아트(Art)를 품은 아파트먼트(Apartment)를 의미하는 APartMENT라는 이름과 로고 디자인은 UMA 디자인 팜(Design Farm)이 진행한 것이다. 주거공간 내 사인 및 파사드 디자인에도 참여했다.
203호실, 소시 마츠노베(Soshi Matsunobe)
204호실, 뉴 라이트 포터리(New Light Pottery)
약 430개의 전기 콘센트가 인상적인 205호실은 가전 등의 전기제품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디자인 그룹 전화미술(電化美術)과 시민공방 팹랩 키타카가야(FabLab Kitakagaya)가 함께 팀을 이뤄 진행한 결과물이다. 공간을 가득 메운 콘센트로 어떤 상황에서든 전원을 얻을 수 있다. 또한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콘센트는 그 자체가 연결부분이 되어 랙이나 후크 등을 간단히 설치할 수 있다는 점 또한 특징이다. 방을 꾸며줄 콘센트 선반이나 링 등은 아파트먼트에서 그리 멀지 않은 팹랩 키타카가야에서 3D프린터로 제작할 수 있도록 하였다. 3D 프린트에 필요한 데이터는 전용 웹페이지를 통해 언제든지 다운로드가 가능하다.
205호실, 전화미술(電化美術) X 팹랩 키타카가야(FabLab Kitakagaya)
206호실의 리노베이션을 진행한 그린 스페이스(Green Space)는 개인주택이나 점포의 정원을 계획하거나 식물에 관한 강연 및 워크 숍 등을 진행하는 디자인 유닛이다. 평소의 작업들은 생활환경의 배경을 만드는 일이 많지만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삶의 공간 안에 내포된 정원이라는 컨셉으로 작업을 진행하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흙으로 바닥을 채운 도마(土間:) 흙마루에 우레탄으로 만든 스툴이 바위처럼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정원이 나타난다. 그 외에도 공간에 기분 좋은 그늘을 만들어줄 다양한 식물들은 후에 마르거나 시들더라도 정원으로서의 형태가 유지될 수 있도록 철저한 계산 아래 선택한 것들이다.
206호실, 그린 스페이스(Green Space)
303호실을 맡은 마츠모토 나오(Matsumoto Nao)는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크리에이터 중 유일한 여성 참가자다. 생활을 위한 도구나 옷, 벽지 등의 일상적으로 우리가 마주하는 것들 안에서 꿈이나 신화, 전승, 현대문학 등에서 유출한 이미지를 빌려와 현실세계와의 엇갈림, 흔들림을 만들어내는 작품을 다수 제작해오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키타카가야 지구의 주택가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나무와 풀을 모티브로 제작한 일러스트로 공간을 채웠다.
303호실, 마츠모토 나오(Matsumoto Nao)
시설 개발, 마을 조성, 도시 개발 등 다양한 장르에서 콘텐츠를 기획하는 디자인 오피스 라이조매틱스 아키텍쳐(Rhizomatiks Architecture)는 기억의 기록을 테마로 304호실을 완성하였다. 주거 공간 자체가 인간의 외부 기억장치로서 기능할 수는 없을까? 라는 의문에서 시작한 사회실험적인 프로젝트로 그 기억의 기록방법은 다소 파격적이다. 입주자가 특정 감지 공간에 들어오는 순간 미리 설치되어 있는 카메라가 자동적으로 음성녹음과 함께 동영상 촬영을 시작한다. 감지 공간에서 벗어나면 기록 또한 종료된다. 기록된 데이터는 외부 저장 공간에 보존되어 오직 주거자만이 원할 때 되돌려볼 수 있다. 입주자는 퇴거 시에 이 기록을 모두 가지고 나갈 수 있다. 즉 집 자체가 입주자의 단기 기억을 기록하는 장치가 되는 셈이다. 회화, 행동, 감정 등 생활 안에서 얻는 체험 전부를 사람이 전부 기록하고 기억하는 것은 어렵다. 304호실은 그런 면에서 외부에 만든 뇌의 서랍을 만드는 시도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라이조매틱스 아키텍쳐는 입주자가 정해지면 그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감지 공간이나 시간대 등을 조정하고, 주기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살아가는 것을 촬영당하는 것에 대한 인식의 변화 등을 인터뷰할 계획이라고 하였다. 되도록이면 취지에 긍정적인 입주자와 함께 2년간 프로젝트를 진행해보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하였다.
304호실, 라이조매틱스 아키텍쳐(Rhizomatiks Architecture)
건축가 나가사카 죠(Nagasaka Cho)의 스키마 건축 계획(Schema Architecture Plan)은 벗겨 내거나 제거하는 것만으로 공간을 만드는 테마로 305호실의 리노베이션을 진행하였다. 필요 없는 것을 하나씩 지워나가는, 다시말해 뺄샘만으로 공간을 재구성하는 작업이다. 도면작업 없이 현장에서 하나씩 해체하면서 그 자리에서 설계하고 골조에 달라붙어 있는 모르타르(Mortar)를 수작업으로 천천히 그리고 정교하게 벗겨내면서 꼭 필요한 작업만을 더해 완성하는 것이다.
305호실, 스키마 건축 계획(Schema Architecture Plan)
306호실, 료헤이 요시유키(Ryohei Yoshiyuki)
총 8개의 주거공간은 모두 2DK(Dining Kitchen)로 방 두 개에 부엌과 식당이 겸비된 공간이다. 큰 구조적 변화가 불가능한 벽식 구조라는 제약 안에서 여덟 팀 각각의 세계관과 그들이 생각하는 삶의 형태에 대한 의문들로 완성된 아파트먼트(APartMENT)의 월세는 방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평균 월세 6만엔에서 6만5천엔 사이이다. 현재 206호, 303호, 306호실의 입주가 확정된 상태이며 나머지 방의 입주자도 모집 중에 있다.
'착한디자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스터 브레인워시(Mr Brainwash) 아티스트 (0) | 2016.07.08 |
---|---|
프랑크푸르터 가든(Frankfurter Garten) 건축 디자인 (0) | 2016.07.07 |
월드 50 베스트 레스토랑(The World's 50 Best Restaurants) (0) | 2016.07.05 |
숍하우스(Shophouse) 후각 디자인 (0) | 2016.07.04 |
딜 디자인 그룹(Deal Design Group) 패키지 디자인 (0) | 2016.06.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