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의 디자이너와 건축가들에게 최고의 영예인 싱가포르 대통령 배 디자인 어워드의 10주년 변천사를 담은 디케이드 오브 디자인 엑셀런스 전시회가 열렸다. 싱가포르 프레지던트 디자인 어워드(Singapore President‘s Design Awards) 2006~2015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전시회이다.
대통령 배 디자인 어워드는 올해의 디자이너와 올해의 디자인 두 부문으로 구분된다. 두상 모두 건축 도시 디자인과 기타 디자인 분야로 나누어 심사하며, 대상은 싱가포르 시민권 또는 영주권을 가진 디자이너, 디자인 스튜디오, 또는 싱가포르 정부에 등록된 디자인 회사의 작품이어야 한다.
매년 4월 국적을 막론하고 추천자들이 공식 사이트에 추천작을 등록하는 절차를 거치면, 5월 1차 포트폴리오 심사를 시작으로, 6월 중순 중으로 2차 심사 대상자와 작품이 선정되고, 싱가포르와 해외 유명 디자이너와 다양한 업계 관계자로 꾸려진 심사위원단이 7월부터 본격적인 평가를 시작한다. 그리고 11월에 성대한 시상식이 열린다.
싱가포르의 대통령 토니 탄 켕 얌(Tony Tan Keng Yam)은 대통령 배 디자인 어워드가 지난 십여년 동안, 디자인은 어떤 특별한 사람들만 누리는 것이라는 일반인들의 고정관념을 깨고,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에서 누릴 수 있는 디자인의 장점을 홍보하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더불어, 어워드는 싱가포르 디자이너들의 작업을 고도화하고, 사용자의 필요를 만족하는 비즈니스로 활성화되고, 고령화 시대에 기술을 이용하여 사회적 숙제들을 해결해 나가도록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된 작품 중, 가장 최근 수상한 디자이너 세 명을 소개하려 한다.
콜린 K. 오카시모(Colin K. Okashimo), 조각가 겸 랜드스케이프 건축가, 2015년 올해의 디자이너상
디자인은 자극적일 필요가 있다. 단순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가 아닌, 깊은 원인에 근거한 디자인이어야 한다. 디자인으로 현상에 대한 수준 높은 질문을 해야 한다. 콜린 오카시모는 차세대 디자이너를 위한 조언으로 이렇게 말한다. 프로젝트의 컨텍스트와 장소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시간을 할애하세요. 작업 중간에 잠시 멈추고 명상할 수 있는 힘을 기르세요. 직관적으로 일하고, 하나의 디자인에도 의미와 기억을 불어넣으세요.
파크 세븐 콘도(Park Seven Condominium), 말레이시아
프레이저 스위트(Fraser Suites), 태국
에펠리아 리조트(Ephelia Resort), 세이셸(Seychelles)
일본 출신의 캐나다인 콜린 오카시모는 지난 20여 년간 아시아 전역에서 숙박시설과 주거단지의 랜드스케이프 디자인 작업을 해왔다. 작품이 들어설 장소를 철저히 분석한 뒤, 조각 예술과 디자인이 하나로 조화된 완성품을 도출하는 것이 그의 스타일이다. 그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최근 프로젝트는 쿠알라룸푸르의 고층, 고밀집 타워 건물들 사이 공간에 세워진 파이브 스톤(Five Stones)이다. 주거민들이 자신들의 사적영역으로 들어가기 위한 문지방 역할을 하는 이 장소를 커뮤니티 공간으로 해석했다. 어느 나라에서나 발견되는 공기놀이를 위한 공깃돌을 닮은 소박한 조형물로 말레이시아 사람들의 놀이 정서를 만족시키는 동시에, 명상 공간에서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자극적인 침묵을 조성했다.
20여 년간의 디자인 경력 중 성공적이었지만 다소 지쳤던 초반 14년을 보내고 재충전을 위해 1990년대 말에 다시 아트스쿨에 진학하면서, 기능적인 디자인보다는 사용자들의 삶을 의미 있게 하는 디자인을 하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같은 열망을 공유하는 클라이언트들을 만나면서, 노예 제도로 한 때 얼룩진 역사를 가진 인도양의 모리셔스(Mauritius)와 육계사주(Tombolo)의 특징을 보이는 세이셸(Seychelles)의 리조트 마스터 플랜에도 관여하게 된다.
프랭클린 포 쉬 승(Franklin Po Sui Seng), 티에라 디자인(Tierra Design) 대표, 2015년 올해의 디자이너상
좋은 디자인은 법처럼 제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디자인은 창조적인 과정이고, 자발성이 있어야 한다. 프랭클린 포 쉬 승은 차세대 디자이너를 위한 조언으로 이렇게 말한다. 호기심을 가지세요. 모든 것을 주의 깊게 보세요. 편협한 관점으로 자신을 가두지 마세요.
창이 공항 터미널 3(Changi Airport Terminal 3), 싱가포르
반얀트리 리장(Banyan Tree Lijiang), 중국
파크로얄 온 피커링(Parkroyal on Pickering), 싱가포르
디자이너들이 언제나 자신들의 노력에 합당한 보상을 받지는 못하지만, 세상에 알려지는 것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자신의 디자인이 다수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큰 그림에 집중하며, 열정을 가지고 작업에 임해야 한다는 말로 운을 띄운다. 랜드스케이프 아키텍쳐는 단순한 식생 조경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던 초창기부터 기술을 접목한 도시 계획 건축을 해오고 있다. 미국에서 수학한 생물학, 식물학, 건축학에 기반한 그의 작업은 이제 바이오필릭 디자인(Biophilic Design), 공중재배법(Aeroponics)을 통한 탄소 격리기술(Carbon Sequestration)로 진화하고 있다.
건물 내 외부 벽면에 수직조경을 해서 전형적인 건축물의 인상을 바꾸었다는 평을 받는 그의 디자인 스타일은 싱가포르 창이 공항과 유명 호텔들에도 반영되었다. 건물의 내 외부 경계를 모호하게 하고, 외부 벽면을 화강암으로 감싸서 정원처럼 사용한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 조프리 바와(Geoffrey Bawa), 루이스 바라간(Luis Barragan)의 영향을 받았다는 그는, 자신의 작품이 단순한 장식을 넘어서 주변 환경의 전체적인 맥락에 어우러지는데 주력한다.
시유 만 콕(Siew Man Kok), MKPL 아키텍츠(MKPL Architects) 대표, 2015년 올해의 디자이너상
인간 정신은 고양되기 위해서, 좋은 디자인을 요구한다. 시유 만 콕은 차세대 디자이너를 위한 조언으로 이렇게 말한다. 자신을 규정하느라 자신을 잃어버리지 마세요.
홀트파크 방문 센터(Hortpark Visitor Centre), 싱가포르
글렌트리 콘도(Glentrees Condominium), 싱가포르
파크로얄 온 피커링(Parkroyal on Pickering), 싱가포르
시유 만 콕은 좋은 디자인은 개인의 삶 뿐 아니라, 커뮤니티와 사회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신념으로 지난 20여 년간 서민형 공동 주거공간(HDB) 디자인을 해왔다. 공원과 주거공간을 분리시키자는 싱가포르 정부의 초창기 계획에 큰 변화를 주어, 공원 안에 주거단지가 들어가는 형태의 건축을 실행했다. 동네에서 이웃집 오리를 따라다니며, 벌레를 잡으며 놀던 자신의 행복한 유년기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하지만, 공원과 주거 빌딩에 사용되는 건축자재들을 선택하는 데에 더 심사숙고하고, 공원에 이미 있던 나무들을 베지 않기 위해 건축 계획을 여러 번 재 수정해야하는 현실적인 제약을 극복해야 했다.
열대우림의 천개(Canopy)을 본떠 다공성 지붕(Porous Roof) 아래에서 몸은 젖지 않지만 비바람은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싱가포르의 기후를 고려해서 건축물들을 서향으로 짓는 모험을 시도하는 등,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한다.
디케이드 오브 디자인 엑셀런스(A Decade of Design Excellence) 전시회
영토가 좁은 싱가포르에서 효율성을 가지면서도, 자연과의 조화를 배제하지 않은 건축 디자인은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들어주다보니 일정과 예산에 맞추느라 목적을 잃어버리는 디자인을 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자신의 철학에 따라 제 목소리를 내는 디자인을 십 수 년간 해오고, 그 보상을 받은 세 명의 싱가포르 건축 디자이너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http://www.designsingapore.org/PDA_PUBLIC/content.aspx?sid=8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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