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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디자인

웨게 뮤지엄(Weegee Museum) 공공 디자인

chocohuh 2016. 6. 15. 11:06

현대미술의 난해함과 권위적인 태도, 그리고 엔터테인먼트가 강조되는 대중문화의 확산으로 인해 미술관을 향한 일반인들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현상은 핀란드의 예술계에도 피해갈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핀란드의 헬싱키 뮤지엄 햄(Helsinki Museum Ham)의 운영방식에서도 발견할 수 있듯이 권위를 내려놓고,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기 위한 다양한 접근법을 개발하고 있는 미술관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번에도 미술과 시민들의 사이를 좁히기 위해 자신들만의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미술관 중 하나로 웨게 뮤지엄을 소개하려 한다.

 

 

웨게 뮤지엄은 헬싱키 서쪽에 위치한 신도시 에스포(Espoo)에 위치한 현대 미술관이다. 1990년 초까지 웨이린 앤 괴스(Weilin & Göös)라는 프린팅 공장으로 쓰였던 공간을 2005년 문화공간으로 리노베이션 했고, 현재 웨게(Weegee)라는 이름아래 총 네 개의 미술관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1층에는 에스포의 역사를 소개한 까무(Kamu)라는 이름의 에스포 시립 박물관(Espoo City Museum), 핀란드 시계 박물관(The Finnish Museum of Horology)이 있고, 2층에는 엠마 뮤지엄(Emma Museum)과 어린이 장난감 박물관(The Finnish Toy Museum Hevosenjekä)이 위치하고 있다. 자연에 둘러싸인 지리적인 이점, 시민들을 배려하는 공간 디자인 그리고 차분하면서 동시에 다채로운 변화를 보여주는 공간으로의 접근이 가능하다.

 

 

 

 

사실 지리적인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은 미술관으로는 적지 않은 단점으로 여겨진다. 미술관이 위치한 에스포는 헬싱키에 비해 유동인구가 적을 뿐만 아니라, 구역에 따라 교통비용을 부과하는 헬싱키의 교통법에 따라, 헬싱키에서 출발할 때 두 배 정도의 교통비를 지불해야 하는 2존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시로부터 떨어져 있다는 단점은 웨게 뮤지엄을 직접 방문해보니 오히려 장점으로 전환되는 계기가 된 듯하다.

 

 

 

 

뮤지엄의 절반이 자연에 둘러쌓여 전면창을 통해 나무와 시시각각 변하는 구름과 하늘이 뮤지엄 안으로 자연스럽게 흘러들어오고 이로 인해 전시장을 거닐다 보면 마치 숲속에서 미술작품을 감상하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된다.

 

 

 

웨게 뮤지엄이 가져다주는 여유로움은 전시공간에서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시민들이 거부감 없이 자주 드나들 수 있도록 카페와 휴식공간을 활성화 했다. 특히 미술관 1층에 들어가면 바로 마주할 수 있도록 다양한 디자인 의자가 마련된 넓은 공간의 카페 시스 델리(Sis Deli)에서 오가닉 음료와 간식을 판매하고 있다.

 

 

 

 

최근에는 알토 대학교(Aalto University) 디자인과 학생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미술관 1층에 비또(Vietto)라는 휴식공간을 마련하였다. 경사면이 있는 휴식공간으로 해석될 수 있는 비또는 기존에 효율적으로 사용되지 않던 넓은 공간을 시민들의 휴식처로 재구성한 것이다. 신발을 벗어야 한다거나, 높은 집입 공간과 점차 단계적으로 지대가 낮아지는 공간구성 그리고 우리나라의 평상과 같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지만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핀란드인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경험을 선사하고 있지만, 미술관이라는 익숙한 생활공간이 아닌 전혀 다른 맥락에 놓여 진다는 점에서 공간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경험이 꽤 설득력 있어 보인다. 특히 공간에 마련된 방석에 누워 전면 창 뒤로 흔들리는 나무의 움직임을 보고 있으면 공간이 주는 편안함에 미술관이라는 생각을 잊어버릴 만큼 따뜻함을 느끼게 된다.

 

뮤지엄 햄이 미술관 수장고에 보관되어 있던 작품을 꺼내 도시 곳곳에 전시하는 찾아가는 미술관 전략을 가지고 있다면, 웨게 뮤지엄은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변화시키는 공공 공간화 혹은 휴식 공간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어떤 미술관이든 시민들과의 거리감을 좁히고 워크 숍이나 좀 더 활동적인 행사를 마련하고 프로모션에 많은 노력을 쏟는다면 시민들을 위한 공간이 만들어질 것이다.

 

http://www.weegee.fi/en-US

http://www.designdb.com/drepo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