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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디자인

닐스 홀거 무어만(Nils Holger Moormann) 가구 디자이너

chocohuh 2013. 9. 6. 11:54

1980년대 초반 지극히 평범한 독일의 학생이었던 무어만은 특별한 인생의 목적 없이 비교적 안정적인 법률가의 삶을 준비한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던 20대의 어느 날,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우연한 기회를 통해 만난 한 건축가 겸 가구 제작자와의 대화를 통해 젊은 무어만은 정말 하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무언가와 만나게 된다.

 

가구 디자인. 아무런 계획 없이 충동적으로 학업을 그만둔 무어만은 자신이 하고 싶은 가구 디자인을 위해 자본을 마련하기 시작한다. 그가 회고하는 인터뷰의 내용에 의하면, 그는 오랜 시간을 트럭 운전기사로 일했고, 우체국 직원으로도 근무했다고 한다. 1992년 뮌헨이 속해있는 독일 남부 바이에른(Bayern) 지방에서도 가장 남쪽, 오스트리아와의 국경 알프스 산자락에 위치한 아샤우(Aschau)라는 작은 마을에 정착하여 스스로 가구 디자인의 세계에 발을 디디게 된다.

 

 

 

디자인은 왠지 도심 속에서 많은 대중 안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 같은 편견을 깨고 외부와 단절된 듯한, 공간에서 디자인작업을 시작한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회사 NHM20여 년이 흐른 현재 20명가량의 직원을 둔 회사로 탈바꿈시키는 데 성공한다. 이쯤 되면 디자인을 전문적으로 공부하지 않은 그와 그의 회사 NHM의 작품과 성공비결이 궁금해진다.

 

NHM의 작품세계

 

작품활동은 크게 두 가지의 형태로 이뤄진다. 첫 번째는 무어만 자신과 회사 내의 디자이너들에 의해서, 두 번째는 외부 디자이너와의 협업에 의해서이다. 디자인 전문 교육을 받아본 적조차 없는 무어만의 작품세계는 어떠할까? 평소 많은 영감을 문학에서 받는다는 무어만의 집이나, 회사 작업실, 휴게실 등 그가 머무는 모든 공간은 수많은 책으로 가득 차 있다. 하루 중에서도 멋진 풍경이 보이는 공간에서 책을 읽는 시간을 가장 좋아한다는 무어만의 작품 중에서도 책을 보관하는 기능이 있는 가구 디자인이 유명한 것은 참 재미있다.

 

 

Bookinist 2007

 

 

Easy Reader 2009

 

 

 

Kampenwand 2008

 

 

 

Walden 2006

 

초창기의 NHM은 젊고 재능있지만, 아직 알려지지 않은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을 통해 그의 이름을 건 회사를 알려 나가게 된다. 그 시작이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그렇다면 앞서 말한 젊고 재능있지만, 아직 알려지지 않은 디자이너들 콘스탄틴 그리치치, 타카시 사토, 해리 탈러 등 이름을 대면 알만한 유명한 디자이너들이 많다. 이들이 막 디자인 공부를 마치고 졸업과 함께 학교를 떠나 프로 디자이너로서 발걸음을 시작하는 데에는 무어만의 도움이 컸다. 무명의 실력 있는 디자이너들이 세상에 이름을 알릴 수 있도록 그들을 선발하고, 함께 작업하고, 작품을 생산, PR, 유통까지 무어만의 회사 NHM에서 맡게 된다. 알프스 산자락의 작은 마을 아샤우에 있는 NHM에 함께 머물며 작품을 구상하고 제작한 당시의 젊은 디자이너들은 NHM과 함께 성장하여 현재는 세계 디자인계의 거장들이 되었다.

 

 

콘스탄틴 그리치치(Konstantin Grcic)

 

 

 

Hut Ab 1998, Es 1999: 1991, 뮌헨에 자신의 이름을 건 스튜디오를 설립하면서 지금까지 스타 디자이너로의 길을 걸어온 콘스탄틴 그리치치의 초기작들은 무어만의 회사 NHM과의 협업으로 탄생하였다. 현재도 무어만의 이름으로 생산, 판매되고 있는 그리치치의 초창기 대표작 Hut AbEs는 디자인된 당시 전에 없던 새로운 구조적인 제안을 한 옷걸이와 선반으로 평가된다.

 

 

타카시 사토(Takashi Sato)

 

 

 

스테클링(Steckling) 옷걸이 2009: 일본 도쿄에 근거를 두고 활동하는 가구디자이너 타카시 사토의 스테클링 옷걸이는 2009년 무어만과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으로 이 옷걸이를 통해 타카시 사토는 스타 디자이너의 반열에 오르며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해리 탈러(Harry Thaler)

 

 

프레스 체어(Pressed Chair) 2011: 2010년 영국의 RCA 졸업 후, 2011년 무어만의 NHM을 통해 혁신적인 제작방식의 프레스 체어를 세상에 내놓으면서 그해 세계 디자인계로부터 주목받기 시작한 신예 디자이너로 현재 런던에서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다.

 

 

마틴 푀른(Martin Pärn)과 에디나 듀팔라 푀른(Edina Dufala Pärn) 부부

 

 

로델라이(Lodelei) 2011: 헝가리, 에스토니아계 부부 디자이너 마틴 푀른과 에디나 듀팔라 푀른의 로델라이는 어떤 벽에든 기댈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어 설치와 이동이 자유롭다. 천을 이용한 수납 역시 재미있는 발상으로 역시 무어만과 함께 작업한 작품이다.

 

 

패트릭 프레이(Patrick Frey)

 

 

칸트(Kant) 2004: 패트릭 프레이는 2007년 자신의 디자인 스튜디오를 설립하기 전 무어만과 함께 책과 더불어 다양한 아이템의 수납공간을 가진 특이한 형태의 책상 카트를 디자인했다. 현재까지 패트릭은 착한 디자인을 통해 소개한 적 있는 독일의 국민가방 브리(Bree)와 더불어 수많은 가구 및 소품을 디자인 해오고 있다.

 

닐스 홀거 무어만, 그리고 그의 회사 NHM을 통해 여러 디자이너와 협업을 통해 탄생한 작품들을 보면서 떠오르는 생각은 다양성, 새로움 그리고 유머다. 전 세계의 다양한 국적을 가진 디자이너들을 발굴하고 협업하는 것을 보면 그 다양성이 보이고, 항상 전에 없던 새로운 구조, 제작 방식을 추구하는 모습에서는 그들의 창의성을 엿볼 수 있다. 역시 작품 안에서 조금씩 위트를 섞어내는 유머러스함은 무어만의 인터뷰에서도 그가 늘 말하는 재미와도 연결된다. 끊임없이 다양한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을 통해 배우고 가르치며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이야말로 무어만의 가구가 까다로운 디자인계에서 현재까지 큰 영향력을 만들어가고 있는 원동력이 아닐까 한다.

 

순록과 작은 염소 이야기

 

IKEA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무어만의 작품 중 유명한 타우루스(Taurus, 1993)는 산간 마을에 위치한 탓에 건물 내 바닥의 수평을 맞추기 힘들었던 경험을 통해 만들어지게 된다.

 

 

타우루스(Taurus) 1993: 얇은 스테인리스 스틸 판으로 연결한 네 개의 다리를 가진 타우루스는 그 스테인리스 스틸 판의 유연성에 의해서 기울거나 굴곡이 있는 바닥에서도 모든 다리가 바닥에 접지하는 결과를 만들어낸다. 당시 크게 주목을 받은 디자인은 아니었던 타우루스가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는 타우루스의 디자인을 카피한 IKEA 덕분이다. IKEA는 타우루스를 카피해 만든 스투레(Sture)를 판매했고, 이에 무어만은 거대기업 IKEA를 대상으로 독일법원에 소송하기에 이른다. 2000년 제1심에서 패소한 IKEA는 항소하지만 2심에서 역시 법원은 무어만의 손을 들어주게 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무어만은 많은 경제적 손해를 봤고 소송에서 오래 끌면 이긴다는 생각을 했을 IKEA는 최종 결론이 나기까지 몇 년의 시간 동안 많은 양의 스투레를 판매했을 것이다. 과정이야 어찌 되었든 무어만의 승소로 인해서 IKEA는 더는 스투레를 판매할 수 없게 되었고 유럽연합으로의 통합과정에서 스투레의 전 유럽 판매가 금지되었다. 온라인에서도 수트레의 이미지를 찾을 수 없다.

 

무어만은 평소 독서광으로 디자인 과정에서도 많은 영감을 독서를 통해 얻는 것으로 알려진다. IKEA와의 소송 중에 무어만은 Der Elch und die Böcklein이라는 작은 책자를 만들어 판매했다. IKEA의 행태를 비꼬는 듯한, 이 책의 제목을 한국어로 직역하면 순록과 염소 정도로 말할 수 있는데, 여기서 순록은 IKEA의 나라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에 서식하기에 IKEA를 뜻하고, 염소는 무어만의 NHM이 위치한 알프스 산자락에 많이 서식하는 동물로 무어만 자신을 의미한다고 풀이된다. 현재는 NHM의 웹사이트를 통해 작은 이미지로만 찾아볼 수 있는 표지에는 정장을 입은 순록이 염소 모양을 한 무어만의 타우루스를 생각하면서 톱으로 나무를 자르고 있는 일러스트레이션이 그려져 있다. 너무 뜨끔해서일까? IKEA는 이 책의 판매 금지를 법원에 신청했고, 법원은 이번에는 IKEA의 손을 들어줬다고 한다.

 

http://www.moormann.de

http://www.designdb.com/drepo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