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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디자인

인공 도시 어바인(Irvine)의 주택들

chocohuh 2013. 4. 11. 17:17

개인 소유의 토지에서 출발한 흥미로운 도시 어바인(Irvine) 그 중심에는 기업인 어바인 컴퍼니(Irvine Company)가 있는데, 이들은 단기수익보다는 장기적인 도시의 성장에서 기업의 이윤을 확보한다. 공공성의 경계에서 기업의 본래 목적을 달성하는 독특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중심에는 주택 전략이 있다.

 

도시는 자연 발생적인 결과로 만들어 진다. 지리적 요인이 도시의 발생과 발전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도시는 생명체와 같아서 자연스럽게 생겨나고 성장하고 쇠퇴하는 길을 걷는다. 물론 파리나 서울처럼 오랜 시간 동안 존재를 유지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산업과 정치와 같은 외부요인들은 도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수많은 도시들이 알게 모르게 명멸하는 것을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알게 된다. 이런 와중에 어바인(Irvine)의 성장은 흥미롭다.

 

19세기 어바인 가문의 땅에서 시작된 부동산 개발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도시의 모습을 갖추면서 진행되었다. 도시라는 것의 기본 속성이 사람들이 생활하고, 거주하며, 생산 활동을 모두 해야 하는 조건이라는 것을 이해하면 개인이 도시를 만든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물론 20세기 이후 국가와 같은 조직이 중심이 되어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 지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국가와 같은 거대한 조직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어바인(Irvine)은 행정조직이나 국가의 개입에 앞서 어바인 컴퍼니(Irvine company)가 주도가 되어서 만들어진 도시이다. 그런 측면에서 흥미 진진하다.

 

 

 

어바인은 이런 국가조직이나 공적 조직의 도움 없이 부동산 개발 시각으로 구성된 출발로 인해 항상 의심스런 눈초리를 받고 있다. 뭔가 부족하고 아쉬울 만한데도 불구하고, 이 도시는 계속 성장하고 조금씩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놀라운 것은 지난 백 년 가까운 시간의 변화 속에서 이들이 전략적으로 선택하고 있는 결과물들을 보면 어떤 공적 조직이나 기관보다도 지속가능성 있는 성장과 변화의 전략을 구사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 생명력은 도시라는 공간에 사람들이 왜 모이는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고민과 답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실현하는 것에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사람들의 거주공간인 주거가 자리하고 있다.

 

 

 

생각해 보라! 우리가 꿈꾸는 이상적 도시의 모습은 어떤가? 항상 온화하고 맑은 하늘의 날씨, 집 주변엔 푸른 녹지와 나무가 가득한 공원 같은 푸르름. 인공 구조물의 압박감이 덜한 편안한 시각적 도시 스케일, 걸어 갈수 있거나, 이동시간이 5분 이내에 있는 생활 편의 공간들, 무엇보다 집에서 사무실까지 출퇴근 시간이 30분 이내의 도시. 이런 물리적 공간 요소들은 우리가 꿈처럼 생각하는 도시의 조건들이다. 그리고 비용이 적게 드는 좋은 교육 환경, 범죄율이 낮은 안전성, 깨끗한 가로풍경 등. 놀랍게도 어바인은 이런 것들을 적절하게 구성하면서 성공 시키고 있다. 이런 성공의 핵심은 어바인 시의 중심 기업인 어바인 컴파니와 시의 긴밀한 협조와 진행에 있다.

 

 

 

어바인 컴파니는 시 전체에 크고 작은 거대한 블록 개발을 주도하는데, 각각의 거대한 블록은 다양한 주거단지를 구성한다. 분양하지 않는 중산층을 대상으로 하는 아파트먼트. 기본적인 주방 시설들이 제공되며, 보안과 관리를 주도하고 있다. 블록의 일부는 개발자금을 보완하기 위해 분양하는 단독주택단지를 구성한다. 이 부분 까지는 통상적인 기업들이 할 수 있는 부분인데, 이들의 전략은 한 발 더 낳아가서, 임대 주택이나 분양 주택의 일부는 저소득층이 구입하거나 입주할 수 있는 저렴한 주택도 반드시 구성한다는 점이다. 이로써 각각의 블록은 다양한 소득 계층이 섞여 살 수 있는 사회통합(Social Mix) 전략을 실천하고 있다. 이런 전략의 문제점 중 하나가 시각적으로 드러나는 차별성인데, 이 또한 어바인 컴파니와 시당국의 긴밀한 협조로 경관가이드와 도시 다지인 전략으로 계획에 의해 가시화 된다. 가로에서 보면 어떤 집이 저소득층 집인지 파악하기 어렵게 했으며, 또한 철저하게 디자인을 통제함으로써 전체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사실 이들의 사업은 비즈니스 측면에서 보면 생각보다 간단하다. 현금흐름을 창출하고, 그것을 조절하는 것이다. 계층의 구성 역시 이 안에서 사이클을 이룬다. 공공성과 효율성의 간극에서 교묘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셈인데, 이런 전략은 도시의 평균을 끌어올리고, 이런 결과가 다시 어바인의 장점으로 되도록 만들고 있다.

또한 무엇보다 도시 경관을 전략적 차원에서 중요시 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 시와 협의하여 도시 전체의 층고를 조절하고, 개별 블록으로 디자인 조화를 이루도록 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시와 협의하여도 이후에 어바인 컴파니와 다시 협의를 해야 하는 점이다. 도시 전체를 관리하는 셈이다. 블록과 블록의 디자인 차별은 존재하지만, 블록 안에서는 건축 양식은 크게 다르지 않다.

 

도시 전체의 조화라는 공공적 테마를 전략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가로에 위치한 주거의 경우는 시각적 과시 또는 미관상의 이유로 일종의 우리 식 다세대 주택이라고 할 수 있는 거대한 멀티 패밀리 하우스(Multifamily House)로 장식하고 있다. 끊임없이 도시 경관을 관리하고, 조화를 모색하는 덕분에 이 도시는 근교 주택단지와 같은 구성을 하면서도 도시적 밀집의 장점을 적절히 구사하고 있다. 주거의 구성은 어바인 컴파니 소유로 단지별로 700~1,600세대에 이르는 70여 곳 이상의 임대 아파트 단지가 있다. 또한 거의 대부분의 쇼핑단지 역시 이 회사 소유로 분양이 아닌 임대를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한다. 이들 단지들은 철저히 어바인 컴파니에 의해서 통제되는데, 블록에는 이들이 분양하는 단독 주택지들이 있다. 이들 단독주택지에 건립되는 개별 주택이나 타운 하우스들 역시 블록별 디자인 가이드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이렇게 지어진 개별 주택들은 어바인 컴퍼니의 아파트 단지들과 시각적으로 크게 차이를 보이고 있지 않다. 같은 디자인 맥락에서 설계되는 것이다. 세밀히 보면 너무나 다양한 모습을 띄고, 솔직히 이쁘지 않다. 건축가와 같은 전문가의 손길이 아닌(미국은 일반 주택의 경우 값싼 보급형 설계도가 매매되고 있고, 이런 일반 설계로 자신의 집을 짓는 경우가 가능하다.)데도 불구하고, 공통적인 디자인 코드로 구성되어 이웃과의 조화에 전혀 어색하지 않다. 즉 하나는 어색하고 엉성한데, 중요한 몇 가지 포인트, 즉 지붕의 존재, 조경, 튀지 않는 입면의 구성 등으로 인해서 전체 도시의 경관을 매력적이게 만드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경제효과적인 측면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층건물 형식의 공동주거가 발달해서 시장 참여자가 제한되는 측면이 있다. 단위가 커서 생산성이나 효율적 측면에서는 유리하지만, 시장 참여자가 상대적으로 제한 될 수 밖에 없다. 반면 어바인의 사례를 보는 것처럼 단독주택들의 발달은 관련 산업 전반의 시장 참여자를 확대해서 경제적 파급 효과를 더 확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무엇 보다 하나의 기업이 엄청난 영향력과 사업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표준화된 디자인으로 대량 생산하는 경제적 이윤 추구가 아닌, 장기적인 지속 가능한 유지와 성장의 핵심을 짚고 있음은 우리가 분명 주목해야 하는 사례가 된다. 특히 단독주택처럼 개별화된 디자인을 전개하는 것을 보면 우리도시와 너무나 다르게 접근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무엇보다 은근히 다른 이런 주택형식들이 도시 전체의 경쟁력 확보에 중요한 의미와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가치까지 유지시키고 있음을 보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어바인의 주택들을 주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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