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걸핏하면 전철표를 잃어버리는 타입의 인간이다.
어렸을 때부터 그랬고, 지금도 그 모양이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막 개찰구를 빠져 나가려고 하면 전철표가 보이지 않는다. 코트 주머니, 바지 주머니, 셔츠 주머니를 홀랑 뒤집어 보지만, 전철표는 아무데도 없다. 대체 어디로 사라져 버렸단 말인가?
전철 안에서 딱히 유별난 짓을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멍하니 자리에 앉아 문고판 책을 읽을 뿐이다.
전철표를 넣어 둔 주머니에는 손도 대지 않는다. 그런데도 어째서 전철표가 사라져 버리는 걸까? 수수께끼다. 더구나 그런 일이 한두 번도 아니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일어났다. 이래서는 전철표만 전문적으로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내 주위 어딘가에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여하튼, 다 큰 남자가 개찰구 옆에서 옷 주머니를 뒤집고 있는 모습은 그다지 보기 좋지 않다. 솔직히 말해서 창피하다. 특히 선반 위에다 주머니에 있던 것을 전부 꺼내어 놓고 "이건 지갑이고……. 수첩이고……. 화장지고……." 하고 늘어놓으면서 점검해야 할 때는 비참하기 짝이 없다.
나는 역의 개찰구를 지날 때마다 나처럼 주머니를 몽땅 뒤집어 전철표를 찾고 있는 사람이 없나 둘러보지만, 그런 모습은 거의 발견하지 못한다. 보통 사람들은 전철표 같은 걸 잃어버리지 않는 걸까?
무엇보다 여자랑 데이트를 할 때 전철표를 잃어버리면 참 난감하다.
"아, 잠깐, 잠깐만 기다려"하고 하며 기다리게 해놓고 개찰구 옆에서 뒤적이다 보면, 동행한 여자의 얼굴 표정이 기묘하게 변해 가는 걸 느끼게 된다. 정말 서글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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