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얼마 전에 담배를 끊었으나, 지금도 이따금 담배를 피우는 꿈을 꾼다. 꿈속에서 나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담배에 불을 붙여 가지고 입에 물고 있다. 이러면 안 되는데 하고 생각은 하지만, 피워 버린 것은 어쩔 수 없지 않으냐며 그대로 피우고 만다. 끊고 나서 5개월이 지났는데요. 아직도 이런 꼴인 걸 보면, 담배라는 것은 상당히 끈질긴 물건이다.
외국 잡지에 실리는 담배 광고는 상당히 자극적이다. 일본과는 달리 담배를 나라에서 판매하지 않기 때문에 광고가 각기 독특하다. 그래서인지 보고 있기만 해도 무의식적으로 담배에 손이 가는 것이다. 가장 유명한 것은 말보로 담배 광고인데, 광고 모델은 전원이 카우보이고, 카피는 언제나 단 한 줄, "말보로의 세계로 오세요."다. 피터 예이츠의 영화 <영 제너레이션>에는 이 말보로 광고에 미쳐 버린 남성적인 매력을 풍기는 젊은이가 나오는데, 상당히 재미있었다. 말보로의 광고를 볼 때마다 얼굴을 찡그리고, 담배(물론 말보로)에 불을 붙이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것으로는 윈스턴이 있다. 이 담배 광고의 모델은 대개가 육체노동자다. 카피는 "아메리카 베스트"인데, 분위기는 <디어 헌터>의 세계에 가깝다. 타르가 어떻고 니코틴이 어떻고 하는 것은 남자답지 않다는 느낌이다.
카멜도 마찬가지다. 모델은 탐험가고, 카피는 "사나이가 있어야 할 곳"이다. 완전한 헤비 듀터의 세계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세 개의 광고에 대해서 심하게 반발을 느끼고 있으나, 그와 동시에 이 세 개의 광고를 보고 있으면 그 반발과는 정반대로 굉장히 담배가 피우고 싶어지는 것이다. 니코틴 냄새가 발바닥으로부터 올라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나도 모르게 혀끝으로 이빨 안쪽을 핥고 만다.
그것에 비해서 "울트라 로우 타르지만 맛이 좋아요(켄트 3)"라든가, "모두에게 깨끗한 셀럼 스피릿(셀럼)"이라든가, 재즈맨을 모델로 한 쿨의 "연주하는 데는 이것밖에 없다" 시리즈처럼 따분한 광고는, 보고 있어도 특별히 담배를 피워 보고 싶다는 마음을 일게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담배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남성다운 것이 아닐까?
그건 그렇고, 얼마 전에 일 때문에 선사에 갔는데 수행승 중에 골초들이 많은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일부러 산에 틀어박혀서 수행을 하고 있으니 담배 따위는 끊는 것이 좋을 듯싶은데, 마음대로 잘되지 않는 모양이다. 담배라고 하는 것은 참으로 골치 아픈 물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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