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시초코렛 HUHSI chocolate

착한디자인

도쿄 화장실 프로젝트(The Tokyo Toilet Project)

chocohuh 2024. 1. 5. 17:29

일본에서 화장실은 예로부터 사람의 마음과 정신을 담아내는 곳으로 늘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또한 일본이 세계에 자랑하는 오모테나시(손님을 극진히 모시는 접객 문화)의 대표적인 상징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많은 공중화장실이 어둡고, 더럽고, 냄새나고, 무섭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사람들의 사용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이러한 오명을 벗고자, 일본재단(The Nippon Foundation)은 시부야구의 협조를 받아 구내 17곳에 있던 공중화장실의 개선사업(리노베이션)을 기획하게 되었다. 성별, 연령, 장애의 유무에 관계없이 누구나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는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며, 공중화장실이 진정으로 공공을 위한 것인지를 되짚어보고자 하였다. 본 프로젝트는 2018년 10월 일본재단과 시부야구가 계약을 맺으며 시작하여 2023년 3월에 17개소의 모든 화장실의 설치가 완료되었다.
 
01. 사사즈카 녹도 공중 화장실(笹塚緑道公衆トイレ), 코바야시 준코(Junko Kobayashi) 건축디자이너
 
일본화장실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건축디자이너 고바야시 준코의 공중화장실은 게이오선 사사츠카역 고가 아래에 설치되어 있다. 건물의 경량화가 요구되었던 부지의 특성상 외벽은 일부러 녹을 생성시켜 내후성을 높인 내후성 강판 코르텐강을 사용했는데 해당 자재는 부식에 강할 뿐만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강판의 색이 어두워지기 때문에 얼룩 등에 강하다는 특징이 있다. 자칫하면 무거워 보일 수도 있는 내후성 강판 패널의 중후함에 노랗고 둥근 대청마루를 설치하여 산뜻함과 개방감을 더했으며 고가 아래라는 위치가 주는 폐쇄감 또한 보완하였다. 본 시설은 남자 화장실과 여자 화장실, 유니버설 부스 그리고 어린이 화장실로 구성되어 있으며 출/퇴근, 통학 시에 역을 이용하는 지역 주민들과 한가한 대낮에 역 주변을 산책하는 주변 보육원의 아이들 그리고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사츠카 마을 사람들이 애착을 가지고 오래오래 이용해 주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디자인을 했다고 코바야시는 설명하였다.
 

 
기획설계: 고바야시 준코
구조설계: 우메자와 건축구조연구소
픽토사인: 사토 카시와
설계시공: 다이와하우스공업
레이아웃: 도쿄주식회사
소재지: 도쿄도 시부야구 사사즈카 1-29
바닥면적(전체): 97.92m²(유니버설 부스: 6.6m² / 남자 화장실: 18.86m² / 여자 화장실: 18.17m² / 어린이 화장실[소변기]: 1.48m² / 어린이 화장실[대변기]: 1.13m² / 접근로: 51.68m²)
 
02. 하타가야 공중 화장실(幡ヶ谷公衆トイレ), 마일스 패닝턴(Miles Pennington) 도쿄대학교 디자인연구소
 
도쿄대학 마일스 페닝턴 교수와 DLX 디자인 랩은 공중화장실을 시민의 편의 공간을 넘어 도심 속 커뮤니티 공간으로 재정의하고자 하였다. 디자인 컨셉은 With Toilet
페닝턴과 학생들은 공중화장실이 지역 커뮤니티의 중심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질문을 기반으로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다양한 국적, 연령, 성별의 사람들과 워크숍을 통해 함께 아이디어를 모색하는 디자인 프로세스를 통해, 공중화장실에 또 다른 기능을 결합한 건축물을 완성시켰다. 유니버설 화장실을 포함한 3개의 화장실 부스 앞에 기획한 제2의 공간을 구성한 것인데, 지붕과 벤치가 갖춰진 이 공간은 밤이 되면 조명이 켜져 전시 공간, 팝업스토어, 정보센터, 대기실 등 남녀노소 누구나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제2의 공간의 오리지널 벤치는 매립/가동형 폴이 채용되었으며 용도에 따라 폴을 끌어올리거나 매립하는 식으로 그때그때 형태를 바꿀 수 있도록 제작되어 이용자의 편의성을 고려하였다.
 

 
기획설계: 마일스 페닝턴 도쿄대학교 디자인 연구소
건축설계: 도쿄대학교 생산기술연구소 이마이 고타로 연구실, 혼마 겐타로 연구실
픽토사인: 사토 카시와
설계시공: 다이와하우스공업
레이아웃: 토토주식회사
소재지: 도쿄도 시부야구 하타가야 3-37-8
 
03. 나나고 도리 공원 화장실(七号通り公園トイレ), 사토 카즈 (Kazoo Sato), TBWA 하쿠호도
 
세계적인 광고대행사인 TBWA 하쿠호도에서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CCO)를 맡고 있는 사토 카즈는 공중화장실을 디자인하기에 앞서 아래와 같은 목표를 세웠다.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공중화장실을 만드는 것. 어떻게 하면 이 목표에 가까워질 수 있을까? 3년간의 깊은 고민 끝에, 그는 손을 쓰지 않는 음성명령식 화장실이라는 아이디어에 도달하였다. 유럽과 미국의 공중화장실 이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약 60%의 이용자가 레버를 발로 밟아 물을 내리고, 약 50%가 화장지를 이용해 문을 열고, 약 40%가 엉덩이로 문을 닫고, 약 30%가 팔꿈치를 사용해 손의 접촉을 피한다고 한다. 이 어디에도 닿고 싶지 않은 심리를 새로운 사용자 경험으로 접근한 이 화장실은 문 열어줘, 변기 물 내려줘 등 문 개폐부터 변기 조작까지 화장실 이용에 필요한 모든 동작을 음성으로 지시하며 비접촉으로 용무를 볼 수 있도록 하였다. 물론 직접 손으로 문을 여닫거나 변기를 조작하는 것도 가능하다. 시설은 유니버설 화장실과 남성용 화장실 두 개로 구성되어 있고 언어는 일본어와 영어가 지원된다.
건축물의 외관 디자인은 천장 높이가 최대 4m에 달하는 새하얀 구형의 형태로 한 방울의 물방울과 같은 청량감을 표현하였다. 이는 단순히 아이코닉한 외형의 구조물이 아닌 화장실 특유의 냄새가 정체되지 않도록 고안된 형태라고 하며, 실내 공기의 흐름을 컨트롤하며 자연급기와 기계식 배기를 결합한 24시간 환기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한다.
 

 
타이틀: 손을 사용하지 않는 화장실
기획설계: 사토 카즈(TBWA Hakuhodo), 이토 유헤이(TBWA Hakuhodo Disruption Lab), 우메다 테츠야(TBWA Hakuhodo Disruption Lab), 카다 신타로(Quantum)
건축설계: 쿠보 토지마 건축설계사무소
음성명령: 버드맨(Birdman)
부스면적: 남자 화장실 21.81m², 유니버설 화장실 24.09m²
소재지: 도쿄도 시부야구 하타가야 2-53-5 나나고도리 공원
 
04. 니시하라 잇쵸메 공원 화장실(西原一丁目公園トイレ), 사카쿠라 타케노스케(Takenosuke Sakakura) 건축디자이너
 
니시하라 1초메 공원은 원래 사람들의 인적이 드문 한산하고 어두운 부지였다. 건축가 사카쿠라가 공원을 밝게 비추는 행등이라는 컨셉으로 디자인의 방향성을 잡은 이유 역시 이러한 입지적 환경 때문이었다. 행등(行燈, Andon)은 옛 조명기구의 하나로 깜깜한 실내에 두거나 혹은 길을 걸어 다닐 때 쓰던 등잔으로 시설의 존재나 정의를 떠나 한정된 부지 안에서 최대한 밝고 개방적인 공간을 창출해 내는 것이다. 어두운 분위기마저 풍기던 니시하라 잇초메 화장실은 그의 손길을 거쳐 쾌적하고 안전하며 말그대로 밝은 분위기로 공원 전체의 이미지를 한층 업그레이드하였다. 높은 천장과 투과형 유리 외벽에는 울창한 숲을 옮겨 담아 마치 나무 사이로 햇살이 비치는 듯한 효과를 주었으며, 등잔처럼 은은하게 불을 밝히는 넓은 공간은 안락함 마저 느낄 수 있다.
또한 사카쿠라는 여성과 남성의 화장실 대기 시간을 비슷하게 만들고자 했으며, 유니버설 화장실을 포함해 3실 모두 남녀공용으로 설계해 성적소수자(LGBTQ)가 보다 편안하게 공중화장실을 이용하기를 바랐다. 공원 자체가 결코 크지 않기 때문에 화장실의 개수를 늘리는 것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디테일에 집중하는 것에 더욱더 신경 썼다고 말한다. 그리고 건물 앞 통로에 심은 나무들이 언젠가 크게 자라서 이곳을 더욱 쾌적한 공간으로 만들어 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획설계: 사카쿠라 타케노스케
픽토사인: 사토 카시와
설계시공: 다이와하우스공업
레이아웃: 토토주식회사
소재지: 도쿄도 시부야구 니시하라 1-29-1 니시하라 1초메 공원
 
05. 니시산도 공중 화장실(西参道公衆トイレ), 후지모토 소우(Sou Fujimoto) 건축디자이너
 
이번 디자인에 대해 건축가 후지모토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공중화장실을 간단히 정의하자면 가장 작은 규모의 공공 건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설계 단계에서 용변을 보는 기능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은 물론, 더 나아가 공공성을 잘 살릴 수 있다면 작지만 훌륭한 건축물이 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하였다. 계획지의 입지 조건으로는 주변에 호텔이 있는 신주쿠 파크타워가 근접해 있어 국내외 관광객들이 메이지 신궁까지 걸어서 이동하는 등 인근 주민들을 포함한 다양한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곳이다. 이러한 부지의 특성을 어떻게 활용할지? 화장실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어떠한 공공성을 제안할 수 있을지? 많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였다. 그는 공중화장실은 건물 규모가 작고 기능도 제한적이지만 이러한 조건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내는 과정은 매우 흥미로웠고, 어려운 과정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화장실의 기능을 가지면서 동시에 도시의 가치가 될 수 있는 새로운 공공공간. 이 관계성에 대해 몇 년 동안 고민한 끝에 도달한 컨셉이 바로 器 泉 (Vessel Fountain)이었다. 이번 디자인이 최종 시안으로 확정될 때까지, 후지모토는 여러 번의 스터디를 끊임없이 반복했다고 한다. 최종적으로 떠오른 이미지는 물이 가득 담긴 새하얀 그릇이 하나 있고, 그곳에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드는 모습, 그런 광경이었다고 한다. 유럽의 도시에는 분수대가 있는 광장이 시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오기도 하지 않나. 이탈리아의 로마처럼 사람들이 부담 없이 손을 씻거나 물을 길어 올릴 수 있는 물의 장소, 샘과 같은 곳이 도쿄의 거리에도 있으면 도시가 조금 더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물놀이터가 있으면 사람들은 그 장소를 의식하게 되고 부담 없이 모일 수 있게 되고, 하나의 물그릇을 모두가 함께 공유하는 것 또한 앞으로의 커뮤니티의 또 다른 모습이 아닐까 생각하였다
코로나 사태로 손 씻는 습관이 뿌리를 내리게 된 것도 이 물의 장소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한 요인일지도 모르겠다. 각 부스 내에도 손 씻는 곳이 있지만, 이와는 별도로 시설 내부와 인도 쪽에서 사용할 수 있는 5개의 수도꼭지를 설치해 휠체어를 타는 사람이나 어린이부터 키가 큰 어른까지 각자 원하는 곳을 선택해 깨끗한 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였다. 본 시설은 여자 화장실 2실, 남자 화장실 1실과 소변기 3개를 갖추고 있으며 유니버설 화장실 1실로 구성되었다. 접근로에서 사람의 왕래가 보이고, 지나갈 수 있고, 보호받고 있고, 안심할 수 있는 그런 접근도에 대한 절묘한 디테일에도 많은 신경을 쓴 디자인이라고 하였다.
 

 
기획설계: 후지모토 소우스케
픽토사인: 사토 카시와
설계시공: 다이와하우스공업
레이아웃: 토토주식회사
소재지: 도쿄도 시부야구 요요기 3-27-1
바닥면적(전체): 39.53m² (유니버설 화장실: 4.81m² / 남자 화장실: 7.91m² / 여자 화장실: 5.64m² / 접근로: 21.17m²)
 
06. 요요기 하치만 공중 화장실(代々木八幡公衆トイレ), 이토 토요(Toyo Ito) 건축디자이너
 
건축가 이토 토요가 디자인한 공중화장실은 야마노테 거리 요요기하치만 구 참배 길의 계단 오르막길 앞이다. 일명 Three Mushrooms. 말 그대로 요요기하치만 구의 숲에서 자라난 세 개의 버섯처럼 생긴 화장실로 주변 나무들과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다. 계획지는 삼각형 모양의 변형된 부지에 숲을 등지고 있었는데, 재건축 전의 화장실은 낡고 어두워 들어가기 어려운 인상을 주었다. 그래서 밝은 분위기에 특히 여성들이 야간에도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공중화장실을 만들고자 이토는 화장실을 3개로 분산시켜 동선을 만들고 막힘없이 자연스럽게 시선이 흐르도록 해 방범성을 높였다. 또한 유니버설 화장실에 집중되기 마련인 어린이와 노약자를 위한 기능을 남/여 화장실에도 각각 배치하여 다양한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사양을 갖추었다. 원기둥 모양의 실내와 둥글게 떠 있는 지붕 등, 건물의 형태는 버섯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처음부터 버섯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이토는 땅에서 자라난 것 같은 형태, 최대한 자연 속에 녹아있는 건물을 만들고자 하였다. 주변 환경과 단절된 장소가 아닌 이용자들이 편안하게 머무를 수 있는 공간 말이다. 버섯처럼 생긴 이 화장실이 요요기하치만 구의 숲과 어우러져 아이들을 비롯한 지역 주민들이 즐겁게 이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하며 바람을 내비쳤다.
 

 
기획설계: 이토 토요(이토 토요 건축설계 사무소)
픽토사인: 사토 카시와
설계시공: 다이와하우스공업
레이아웃: 토토주식회사
소재지: 도쿄도 시부야구 요요기 5-1-2
 
07. 하루노 오가와 커뮤니티 파크 화장실(はるのおがわコミュニティパークトイレ), 반 시게루(Shigeru Ban) 건축디자이너
 

 
기획설계: 반 시게루(반 시게루 건축설계 사무소)
설계시공: 다이와하우스공업
레이아웃: 토토주식회사
소재지: 도쿄도 시부야구 요요기 5-68-1
 
08. 요요기 후카마치코 공원 화장실(代々木深町小公園トイレ) 반 시게루(Shigeru Ban) 건축디자이너
 
2020년 설치된 이후, 일명 투명 화장실로 유명세를 탄 이 화장실은 외벽이 유리로 구성돼 있어 변기와 세면대 등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하지만 반전이 있다. 이용객이 화장실에 들어가 문을 잠그는 순간, 투명 유리 벽은 순식간에 불투명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설계자는 일본의 유명 건축가 반 시게루, 2014년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이다. 공중화장실에 대한 우리의 걱정은 대부분 이 두 가지일 것이다. 첫째, 내부가 깨끗한지? 둘째, 안에 사람이 숨어있지는 않은지? 이 두 가지 걱정을 종식하고자 반은 밖에서도 쉽게 내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불특정 다수가 사용하여 쉽게 더러워지는 공중화장실을 위생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물론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범죄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디자인을 고안하였다. 외벽에 사용된 유리는 PDLC(Polymer Dispersed Liquid Crystal) 기술을 적용한 소재로 전기를 흘려보내면 투명해지고, 전원을 차단하면 불투명해지는 원리이다. 그는 이번 화장실 프로젝트에서 가장 신경 쓴 포인트는 사람이 화장실을 사용하지 않을 때, 즉 투명하게 드러났을 때 내부에서 드러나는 화장실 기기의 레이아웃이라고 밝혔다. 같은 장소에 늘 존재하는 공공시설로서 공원경관의 일부이기 때문에 변기 등 주변기기의 레이아웃이 깔끔하고 정돈되어 있어야 한다는 반의 디자인적 고집과 심미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화장실의 구성은 두 곳 모두 유니버설 화장실과 여성용, 남성용 화장실이 나란히 배치되어 있다. 또 은은한 색상으로 밤에는 아름다운 빛을 내며 공원의 조명 역할과 동시에 아름다운 조형물처럼 보이는 점이 굉장히 매력적이다.
 

 
기획설계: 반 시게루(반 시게루 건축설계 사무소)
설계시공: 다이와하우스공업
레이아웃: 토토주식회사
소재지: 도쿄도 시부야구 토미가야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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