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의 미국 영화를 보고 있으면, 컷 오프 트레이닝 셔츠가 자주 나온다. 긴소매 트레이닝 셔츠를 가위로 싹둑 잘라서 7부 소매 정도로 만든 것이다. '거칠다, 입는 옷 같은 것에는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라고 하는 느낌이 잘 드러나 있어서, 나는 비교적 그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그것은 미국의 웨스트코트와 같은, 계절에 의한 기온차가 그다지 심하지 않은 곳에서나 적당한 것이지, 일본에서는 그다지 적합하지가 않다. 여름에 티셔츠 대신으로 입기에는 옷감이 너무 두껍고, 겨울에는 소매가 없어서 너무 춥다. 나는 언젠가 흉내를 내서 트레이닝 셔츠의 소매를 싹둑 잘랐다가 크게 후회한 적이 있다. 일본에서는 컷 오프 트레이닝 셔츠를 입기에 알맞은 기간이 상당히 짧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이 원고를 쓰면서 입고 있는 옷은 니혼 대학의 매점에서 구입한 것으로, 가슴에 '뷰티풀 캠퍼스 니혼 유니버시티'하고 써져 있다. 어째서 니혼 대학의 트레이닝 셔츠를 입고 있느냐 하면, 단지 이전에 니혼 대학 이공학부 근처에 살 때 구내매점에 가서 자주 쇼핑을 했기 때문이다. 나는 와세다 대학 출신이지만, 그렇다고 '와세다'라는 로고가 들어간 트레이닝 셔츠를 입느냐 하면, 그런 일은 절대로 없다. 자기가 좋아한 대학에는 여러 가지로 애증이 엇갈리기 때문에, 아무래도 너무 자극이 강하다. 아무런 관계도 없는 대학의 셔츠를 신경 쓰지 않고 입는 것이 훨씬 마음이 편하다.
그러나 이 '뷰티풀 캠퍼스'라고 하는 캐치프레이즈는 조금 잘못된 것이 아닐까? 캠퍼스가 아름다운 니혼 대학이라는 것은 마치 리조트 호텔의 광고 같은 느낌이다. 대학에는 캐치프레이즈가 필요 없다. 나는 프린스턴과 하버드 대학의 구내매점에도 가보았지만, 트레이닝 셔츠에는 단지 대학 이름밖에 쓰여 있지 않았다. 그런 것이다. 하긴, 남의 대학 일이니까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 밖에도 트레이닝 셔츠에는 여러 가지 영어 문구가 써져 있다. 개중에는 상당히 엉망진창인 것이 있어서, 거리에 나가서 바라보고 있으면 굉장히 재미있다. 누가 그런 문구들을 생각해 내는 건지 나는 늘 궁금했다. 언젠가는 '나이스 박스 1384'라는 문구가 쓰인 트레이닝 셔츠를 입고 있는 아가씨를 보았는데,
박스라고 하는 것은 사서함이라는 뜻으로 쓰인 것일까? 그러나 나이스 박스라고 하면, 일반적으로는 성능이 좋은 여자의 성기를 의미한다. 이런 것은 왠지 좀 서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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