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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하루키

낡은 혼의 흔들림 같은 여름의 어둠

chocohuh 2023. 7. 13. 09:59

오랜 옛날에 내가 아직 학생이고, 틈만 있으면 슬리핑백을 둘러메고 혼자 여행을 하며 돌아다니던 무렵, 여행지에서 그 고장 사람들로부터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었다. 즐거운 이야기, 무서운 이야기, 기묘한 이야기를 말이다.

 

어느 것이나 다 그 고장의 역사와 지형이나 기후와 밀접하게 결부된 이야기였다. 자신의 다리로 마을이나 부락을 일일이 돌아다니다 보면, 하나하나의 장소에 사람들의 추억이 미세한 비늘처럼 달라붙어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이러한 것은 비행기나 신칸센이나 자동차를 이용하는 바쁜 여행자의 눈에는 거의 띄지 않는다. 먼지를 뒤집어쓰고 땀에 흠뻑 젖어서 바보처럼 며칠씩이고 뚜벅뚜벅 걷고 있노라면 조금씩 보이게 되는 것이다.

 

어떤 산속에서 한 노인이 '죽은 이의 길'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죽은 이의 길'이라는 것은 죽은 사람의 혼이 명도(역주: 불교에서 사람이 죽어서 간다는 영혼이 세계)로 향하는 길을 말하는데, 그것은 모든 물이 강줄기를 따라서 바다로 향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확하게 정해져 있다. 그리고 그것은 신성한 길이어서 사람들은 될 수 있는 대로 그 길에 가까이 가서는 안 된다고 한다.

 

"어떻게 하면 그것이 죽은 이의 길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까?"하고 나는 노인에게 물어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자칫 잘못해서 그런 곳에서 노숙이라고 하게 되면 큰일이 날 테니까 말이다.

"추우니까 금세 알 수가 있지. 한여름이라도 등줄기가 얼어붙을 것처럼 춥거든. 혼이 길을 걷고 있을 때는 말이야"하고 노인은 말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여름밤은 무더운 것이 좋다고 나는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여름은 무더운 것이 당연하며, 그것이 가장 평화로운 것이다.

하지만 이따금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건데, 도시 한가운데서 숨을 거둔 사람들은 어떠한 코스를 더듬어서 죽은 이의 나라로 향하는 것일까? 그들은 빌딩 그늘을 살며시 더듬어서 지하철 궤도의 어둠 속으로 기어들어 가거나, 혹은 빗물과 함께 하수도로 기어들어가서 소리도 없이 도시를 가로질러 가는 것일까? 나로서는 잘 알 수가 없다. 그러나 나는 요즘도 그 노인의 말을 떠올리면서, 지하철 차량의 맨 앞에 서서 뒤로 밀려가고 있는 어둠을 뚫어지게 바라볼 때가 있다.

 

낡은 혼이

흔들리는 것 같은

여름의 어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