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는 고문 장면이 곧잘 나온다. 요새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예전의 시대극에는 종종 돌 쌓기 고문이 등장했었다. 누가 생각해 냈는지 모르겠지만, 그건 꽤 그럴듯한 고문이다.
잘 모르는 사람을 위해서 잠깐 설명을 하자면, 우선 주판처럼 울퉁불퉁 튀어나온 판 위에 죄인을 꿇어앉히고 그 무릎 위에 평평한 돌을 한 장 한 장 쌓아 올리는 것이다.
<쇼텐>이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무릎 밑에 방석을 포개가는 것이 있었는데, 그러니까 그 반대인 셈이다. 올려놓은 돌의 숫자가 늘어날 때마다 무릎이 으드득거리고, 결국은 바스러지고 만다. 내가 실제로 당해 본 일은 아니므로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지만, 틀림없이 굉장히 아플 것이다.
젊고 아름다운 아가씨가 돌 쌓기 고문을 당하고 있다면, 불쌍한 반면 퍽 섹시하기도 하다. 옆에 탐관오리가 떡 버티고 서서(역시 사토 게이가 그 역으로 적격이겠지) "이봐, 낭자, 아프지? 아버지가 있는 곳을 어서 대"라고 호통을 치고 있고, 꽤 그럴싸하다.
일본의 고문 중에는 돌 쌓기 외에도 목마 고문, 주리 틀기 같은 것도 있는데, 이런 것들은 다른 범주 안에 속해 있으므로 이번에는 생략하겠다. 자세한 것을 알고 싶으신 분은 닛카츠 영화의 <단키로쿠> 시리즈를 보면 된다.
영화의 고문 장면에서 탐관오리와 나란히 일반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나치스 친위대의 장교다. 이 사람이 나오지 않으면 고문 장면이 좀처럼 마무리되지 않는다. 요즘 나치스 물로 잘 만들어진 영화는 역시 <마라톤 맨>이라고 생각한다. <마라톤 맨>은 나치스의 잔당이 유태인 청년을 잡아 고문하는 얘기다. 이 나치스 아저씨는 원래 치과의사로, 청년의 충치를 드릴로 들쑤셔 치아의 신경을 노출시키고 나서는 그것을 다시 끈질기게 쑤시는 것이다. 평소에도 치과의사의 치료를 받는 게 무서웠는데, 이런 걸 보고 나니 미칠 것만 같다. 돌 쌓기도 끔찍하지만 드릴은 더 끔찍하다.
'무라카미하루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터뷰를 당할 때와 할 때 (0) | 2023.04.05 |
---|---|
포도 한 봉지와 필립 K. 디크의 소설 (0) | 2023.03.30 |
커피가 있는 풍경 (0) | 2023.03.22 |
생소한 고장에선 이상하게도 영화관에 가고 싶다 (0) | 2023.03.16 |
동물원 (0) | 2023.03.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