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시초코렛 HUHSI chocolate

무라카미하루키

보내지 못한 투서

chocohuh 2021. 10. 6. 16:12

이런 편지를 쓰느라 아침의 귀중한 시간을 소비하는, 나로서는 솔직히 말해 그리 즐거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생각하는 바가 있어 본의 아니게 이렇게 책상머리에 앉아 펜을 들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나는 그렇게 자주 귀점을 찾는 사람은 아닙니다. 이는 주로 경제적인 이유 때문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손님을 초대하고 싶을 때나, 개인적으로 축하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봐 둔 음식점'으로 귀점을 선택하여 아내나 친구들과 함께 식사를 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항상 테이블을 둘러싸고 맛있는 요리에 만족하면서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풍요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그런 음식점을 한 군데쯤 알고 있으면 생활에 한결 윤기가 흐르겠죠.

 

물론 내가 즐겨 찾는 레스토랑에 비하면 결코 싸다고는 할 수 없지만, 요리나 술의 선택에 있어서나 서비스 면에서나 손님에 대한 정중하고 친절한 배려를 감지할 수 있고, 그런 만큼 비싼 돈을 지불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는 사람이 한 번은 '지난번에 그 레스토랑에 갔는데 정말 불쾌했다. 앞으로는 절대로 가지 않겠다.'며 분개했을 때도, '무슨 착오가 있었겠지' 하고 생각했을 정도입니다. 왜냐하면 나는 그때까지 귀점에서 불쾌한 경험을 한 번도 한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 외국에서 온 친구인 피아니스트를 귀점으로 초대했을 때는, 서비스의 질이 그토록 저하한 데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또 불쾌하기도 했습니다. 사소한 일을 가지고 일일이 불평을 늘어놓고 싶지도 않고, 그때 서비스를 담당한 사람의 이름도(물어 알고는 있지만) 굳이 밝히지는 않겠습니다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나나 아내나 그 손님까지 세 사람 모두 코스가 진행되면서 점점 기분이 언짢아졌고 급기야는 화가 났다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서빙을 하는 분한테서 구체적이며 불쾌하고 말도 안 되는, 그리고 또 예의에 어긋나는 무심한 언동을 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귀점에서는 한 번도 경험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 피아니스트는 이전에도 한 번 귀점에 초대한 일이 있고, 그녀 역시 도쿄에 와서 귀점에서 다시 식사할 수 있게 되어 기대가 컸던 만큼(더구나 그날은 그녀의 생일이었습니다), 우리는 어색한 기분으로 귀점을 나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실망했다'는 표현이 가장 적절할 것 같군요.

 

물론 레스토랑에서 불쾌한 경험을 한 것이 그때가 처음은 아닙니다. 지금까지 도쿄에서, 혹은 외국의 유명한 레스토랑에서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투서까지 쓴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두 번 다시 그 레스토랑에 가지 않는 것으로 끝입니다. 아시다시피 편지 쓰기란 꽤 품이 드는 일이니까요.

 

그러나 귀점에 앞에서 썼듯이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레스토랑이며, 내가 초대했던 친구들도 좋아하는 레스토랑이라서 '이대로 가지 않으면 그만'이라고 하기에는 왠지 석연치가 않았습니다. 그래서 주제넘은 일인지도 모르고 또 무익한 일인지도 모르겠으나 이렇게 투서 비슷한 유쾌하다고는 할 수 없는 편지를 쓰고 있는 것입니다.

 

음식점에 가면 계산서에 ○○엔 정도가 소위 '서비스 요금'으로' 할당됩니다. 분명히 말씀드려서 그날의 서비스는 ○○의 가치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우리 세 명은 똑같은 의견입니다, 만약 미국이나 유럽의 레스토랑이라면, 나는 부정적인 메시지를 암시하여 10엔 정도의 팁만 테이블 위에 남겨 놓고 자리를 떴을 것입니다. 그런 실질적인 메시지를 남길 수 있는 선택권이 없음을 나로서는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이는 금전적인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입니다.

 

어쩌면 그날 서빙을 하신 분에게도 그분 나름으로 할 말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그날 기분이 안 좋았던 것인지도 모르죠. 그러나 세 명이 공히 어색하고 좋지 않은 기분으로 자리를 뜨게 하는 서비스는 서비스라고 할 수 없지 않을까요. 우리는 그 나름의 대가를 치르고 테이블에 앉아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식탁에서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이기적인 주문을 하거나, 거만한 태도를 취한 것도 아닙니다.

 

귀점으로서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겠지만, 나는 회사의 접대비로 먹고 마시는 인간이 아닙니다, 자신의 손으로 번 '금쪽같은 돈'으로 ', 오늘은 맛있는 요리라도 한 번 즐겨 볼까' 하고 그 나름의 결심을 하고 레스토랑을 찾는 인간입니다.

 

친구와 함께 '가끔이니까 괜찮겠지' 하면서 조촐한 하룻밤의 축제를 위하여 찾아가는 아주 평범한 인간입니다. 그 때문에 매고 싶지도 않은 넥타이까지 맸습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여 미안하지만, 나는 올 들어 두 번밖에 넥타이를 매지 않았고 귀점에서의 저녁 식사는 그 귀중한 한 번이었습니다.

 

그렇게 정성스러운 마음이 예기치 않은 배신감으로 얼룩지는 것은, 나로서는 상당히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저녁나절에 품었던 느긋한 마음이, 무참히 눈앞에서 일그러지는 것은 너무도 서글픈 일입니다, 설령 그것이 우리들의 제한된 덧없는 인생에서 종종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해도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요리에 관해서는 전혀 불평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