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 괜스레 비프스테이크가 먹고 싶어 진다.
나는 원래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평소에는 거의 생선과 야채만 먹지만, 두 달에 한 번 정도는 문득 스테이크의 이미지가 머릿속에 떠올라서는 그냥 그대로 끈질기게 달라붙어 있는 때가 있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한 번 스테이크 생각이 나면 안절부절못할 정도로 스테이크가 먹고 싶어 진다. 이건 아마도 몸이 지극히 자연스럽게 고기를 원하고 있기 때문일 테지만, 그렇다면 스키야키든 포크커틀릿이든 햄버거든 비프커틀릿이든 불고기든 좌우지간 고기면 될 텐데,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스테이크여야만 하는 것이다.
필시 스테이크라는 것이 내 머릿속에 '육적(肉的) 기호'로서 입력되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한다. 기호라고 해야 할지 뭐라 해야 할지 어쨌든 일종의 단순 개념 같은 것이다. 그리고 내 속에 육적 영양분이 부족해지면 "고기가 부족합니다, 삑삑" 하고 자동적으로 신호가 발신되어 그 기호인지, 개념인지 하는 것이 백경(白鯨)처럼 의식의 해면 위로 떠오르는 것이다. 그런 까닭으로 때때로 몸이 근질근질해질 정도로 스테이크가 먹고 싶어 진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극히 심플한 스테이크다. 육질이 좋은, 맛있는 고기를 쓱싹 솜씨 있게 구워 내어 육즙이 흐르지 않게 위에다 슬쩍 소스를 끼얹었을 뿐인 심플하기 그지없는 스테이크 말이다. 가볍게 소금과 후추 정도로만 간을 하면 된다. 그밖에는 아무것도 필요치 않다.
그러나 그런 맛있는 스테이크를 먹을 수 있는 가게는 유감스럽게도 이 드넓은 도쿄 거리에서는 발견할 수 없다. 여러 사람에게 소개를 받기도 했고 나 스스로도 찾아다녀 봤지만, 정상적인 가격으로 내가 좋아하는 맛의 스테이크를 마음 편이 먹을 수 있는 가게란 여간해서 없는 것이다.
나는 고베 태생인데, 고베라는 곳은 아시다시피 스테이크 가게가 많은 곳이다. 그래서 어린 시절에 "오늘은 외식이나 할까?"라고 할 때는 자주 스테이크를 먹으러 갔다. 물론 그런 외식은 진수성찬이라면 진수성찬이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잠깐 집 근처에' 들른다는 일종의 편안한 느낌을 주었고, 또 그 스테이크 맛도 '집 근처' 식의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맛이었다. 옛날 예기인 데다 어린아이가 뭘 알았겠느냐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나는 왠지 그 맛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고, 스테이크란 그런 맛이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한다.
고베에 돌아가면 스테이크가 어떤 맛이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스테이크 하우스에 들른다. 늘 느끼는 거지만, 고베의 스테이크 맛은 도쿄의 그것과는 전혀 틀리다. 고베 편을 드는 건 아니지만, 도쿄보다는 고베의 스테이크가 내 입맛에 맞는다. 요리의 질이 단순하고 스피드가 있다. 아니면 단순하기 때문에 스피드가 있다고 해야 할까? 어쨌거나, 정말 그립다. 스테이크라는 것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꾸밈없이 아양도 떨지 않고 잘난 척하지도 않는 '남자다운' 요리여야만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스에서 반년 정도 살았을 때는 퍽 자주 스테이크를 먹었다. 무엇보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소고기 값이 쌌기 때문이다. 가장 최상급 안심 1킬로그램에 1,000엔 정도니, 정말로 싼 거다. 두꺼운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그리스 파를 볶은 뒤, 고기를 중간쯤 익혀 가볍게 간장에 찍어 먹는다. 이 그리스 파라는 게 또 꽤 맛이 있어서, 스테이크에 썩 잘 어울린다.
1킬로그램 정도의 고기면 두 사람이 세 끼를 먹을 수 있다. 자투리로 남은 고기로는 필라프를 만들고, 그 나머지로 맛있는 수프도 끓일 수가 있다. 이렇게 해서 1,000엔이다. 이 정도로 싸면 정말 대범하게 요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제법 대담한 맛이 난다. 일본에서 안심을 사 오라고 하면 순간 긴장하게 된다. 나는 스테이크란 원칙적으로 집에서 만들어 먹기보다는 레스토랑에서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집에서 만든 그리스 풍 스테이크만큼은 지금도 무척 그립다.
또 하나 기억이 생생한 것은 미국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서 먹었던 스테이크로, 이것 역시 굉장히 샀다. 저녁에 거리를 걷다가 문득 맥주가 마시고 싶어 져서 근처에 있는 작은 바에 들어갔다가 내친김에 식사까지 주문했다. 메뉴를 보니 '서프 앤드 터프'라는 것이 있었다. 직역하자면 '파도와 잔디'다. 뭔지 잘 몰랐지만 뭐 어때 하고 주문해 봤더니, 버터에 엄청나게 큰 새우를 볶은 것과 두께 5센티미터는 족히 될 듯한 스테이크와 필라프가 듬뿍, 게다가 샐러드까지 수북이 나왔다, 과연, 이래서 '파도와 잔디'인가 하고 납득을 했는데, 그 양이 또 터무니없이 많았다. 직접 보여줄 수 없는 게 유감인데,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도저히 다 먹을 수 없는 양이었다. 그러면서 값은 1,500엔쯤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맛은 비교적 심플했고, 고기도 부드러워 그만하면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이렇게 잘 만든 스테이크를 특별히 볼거리도 없는 동네의 작은 바에서 먹을 수 있다는 것이 바로 미국의 저력이란 거구나, 하고 나는 감탄하고 말았다. 모두들 미국의 스테이크는 크기만 했지 맛은 없다고 하는데, 내가 남부에서 먹은 스테이크는 대부분 맛이 있었다. 곁들여진 프라이드 포테이토는 바삭바삭하고, 조금 싱거운 고기에 나이프를 넣으면 주르륵 육즙이 흘러나와 옆에 있는 필라프로 스며들고 말이다.
그런데, 이런 글을 쓰고 있으니 점점 스테이크가 먹고 싶어 진다. 참 난감하다.
미국 소설에는 종종 스테이크를 먹는 장면이 나오는데, 가장 맛있을 것 같았던 스테이크는 허들리 체이스의 《미스 브랜디쉬의 난초》의 첫 장면에 나오는 것이다. 소설 자체도 재미있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이 첫 장면을 읽을 때마다 나는 확실히, 그야말로 조건 반사적으로 스테이크가 먹고 싶어 진다. 지금 책을 가지고 있지 않아 안타깝게도 그대로 인용할 수는 없지만, 대략 설명하자면 시골의 먼지투성이 도로변에 있는, 별로 눈에 띄지도 않는 레스토랑에 한 남자가 들어서는 데서부터 소설을 시작된다. 남자는 배가 굉장히 고픈 모양인지 서둘러 웨이트리스에게 스테이크를 주문한다. 굽는 정도랑 곁들이는 양파 같은 것에 대해서 자세하게 얘기를 한다. 주방장이 철판에다 스테이크를 굽고, 양파를 볶는다. 양파를 볶는 강한 냄새가 남자의 식욕을 거칠게 자극한다. 남자는 군침을 삼키면서 요리가 나오기를 꼼짝 않고 기다린다. 바깥 도로에서는 트럭이 뭉개 뭉개 모래 바람을 일으키며 지나가고, 건조하고 뜨거운 햇빛은 대지에 쨍쨍 내리쬔다.
체이스의 간결하고 폭력적인 문체와, 남자의 식욕과, 스테이크가 지글지글 익는 냄새가 훌륭하게 잘 어우러져 있어서 나는 그만 소설의 세계에 푹 빨려 들고 말았다. 만약 이것이 포크커틀릿이었다면 얘기는 좀 달라졌을 것이다.
어쨌든 오늘은 스테이크를 먹으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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