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탈리아에서 살 때 운전면허를 땄다. 따라서 대담하게도 초보 드라이버 시절을 로마에서 보내게 되었다. 그래서 -로마를 방문한 적이 있는 사람은 아마 알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어지간한 것은 무서워하지 않는다. 로마 시내는 세계 다른 대도시보다도 운전사에게 스릴과 혼란과 흥분과 두통 그리고 비뚤어진 큰 기쁨을 나눠주기 때문이다. 정말이다. 의심나는 사람은 로마에 가서 렌터카를 빌려 직접 운전해보라.
이탈리아인 운전사들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뭔가 불만이 있으면 이내 창문을 열고 소리를 지르는 것이다. 동시에 손도 휘두른다. 운전하면서 이 짓을 하니 옆에서 보고 있으면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다. 나의 지인인 이탈리아인은 서툰 운전을 하며 탈탈 달려가고 있는 아주머니를 보자 얼른 추월하더니, 피아트 우노 운전석 창문을 열고(그러려면( 빙글빙글 재빠르게 핸들을 돌리지 않으면 안 된다), '시뇰라, 당신 운전 같은 거 하지 말고 집에서 파스타나 삶아.' 하고 소리쳤다. 서툰 운전자에게 관용을 베풀지 못하는 것도 그들 운전사들의 또 하나의 특징이다.
그러나 그때마다 나는 아주머니를 동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주머니 역시 생활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차를 운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집에 돌아가 부엌에서 실제로 파스타를 삶으면서 아들을 바라보고는 눈물을 흘리며 속상해할지도 모른다. '오늘 운전하는데 어떤 사람이 "시뇰라, 당신 운전 같은 거 하지 말고 집에서 파스타나 삶아." 하고 엄마한테 소리 질렀단다.' 하고. 가엾다. 일본이라면 '집에 돌아가 무나 삶아!' 하는 것과 같을까.
이상한 일이지만 이탈리아 파스타는 진정 맛이 있다. '당연하잖아, 그게 어째서 이상해?'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그렇게 말하는 것은 이탈리아와 이웃한 나라들에서 먹는 파스타가 하나같이 맛이 없기 때문이다. 국경을 넘기만 하면 파스타가 갑자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맛이 없어지는 것이다. 국경이란 이상한 것이다. 그래서 이탈리아로 돌아오면 그때마다 '오, 이탈리아는 파스타가 맛있구나.' 하는 것을 새삼 절감한다. 생각건대, 그런 '새삼 절감하는' 하나하나가 우리 인생의 골격을 형성해 가는 것은 아닐까.
도쿄의 이탈리아 가게 파스타도 꽤 수준은 높다. 다른 나라 음식인데, 잘도 맛있게 만들었구나 하고 곧잘 감탄한다. 그러나 국경을 넘어 이탈리아에 되돌아와 아무 식당에서나 '아, 맛있어.' 하고 먹는 이탈리아 파스타의 '새삼 절감하는' 맛은 역시 도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음식이란 결국 '공기' 탓인가 보다. 정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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