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야키를 좋아하는지요? 나는 상당히 좋아한다. 어릴 적에 '오늘 저녁은 스키야키다.'라고 하면 얼마나 기뻤던지.
그러나 어찌 된 이유에서인지 내 인생의 어느 시점을 지난 후부터(어느 시점일까?), 내 주위에서는 스키야키를 좋아하는 사람을 한 사람도 찾을 수 없게 되어 버렸다. 그 누구에게 질문해도, '스키야키? 음, 그렇게 좋아하진 않는데요.' 하는 냉담한 대답이 돌아온다. 아내도 '스키야키 같은 건 5년에 한 번 먹으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아요?'라고 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결혼해서 제대로 스키야키를 먹어 본 기억이 없다. 5년에 한 번이라면, 올림픽보다도 횟수가 적지 않은가. 누가 나와 함께 스키야키를 먹어 준다면, 나는 곤약과 두부와 양파를 좋아하니 고기 위주로 먹어 줄 사람이라면 무척 기쁘겠다. 그래, 정말로.
그런데 아시다시피 사카모토 큐의 "위를 보고 걷자(우에오 무이테 아루코)"란 노래가 미국에서는 "스키야키"라는 제목으로 발매되었다. 1964년의 일이었는데, 그때는 '말도 안 되는 제목을 붙였군.' 하고 어이없어했다.. 하지만, 3주일 연속으로 빌보드 1위를 하는 압도적인 히트를 기록하면서, 이 곡은 '스키야키 송'으로서 온 세계에 알려지게 되었다.
지금도 미국에서 올디즈 전문 FM 방송국에 다이얼을 맞추면, 가끔 이 곡이 나온다. 미국 대륙을 차로 횡단하다가, 미네소타의 그저 넓기만 한 평원의 한가운데에서 '스키야키 송'이 흘러나올 때에는 나는 가슴이 다 뭉클해졌다. 좋은 곡이다. 나는 '스키야키 송'을 일본 국가까지는 안 되더라도, 준 국가로 삼으면 좋겠다고 오랫동안 주장하고 있는데, 어떨까?
어째서 "위를 보고 걷자"가 "스키야키"가 되었는지 이전부터 나는 가슴속에 의문을 품고 있었는데, 요전에 어느 책을 읽다가 그 의문이 눈 녹듯이 풀렸다. 케니 볼 악단이라는 영국의 딕시랜드 재즈 밴드가 이 곡을 처음 녹음할 때, "Uewo-Muitearukoh"라는 제목이 어려워서 모두 외우지를 못하자, 스튜디오에서 누군가가 '귀찮으니까 그냥 "스키야키"라고 하자'라고 해서 그것이 그대로 레코드 타이틀이 되어 버렸다는 이야기였다. 미국에서 사카모토 큐의 오리지널 앨범이 발매되었을 때도 그 타이틀이 이용되었다. 확실히 거친 제목이지만, 그것은 그것대로 좋았을지 모른다. 외우기도 쉽고 친근감도 있다. 게다가 나는 스키야키를 좋아하니까, '그걸로 됐잖아' 하고 이내 받아들였다.
그런데 그 "스키야키"가 히트한 뒤에 스즈키 아키하루의 ""플라타너스 거리"가 "스시"라는 타이틀로 미국에 발매된 것을 아시는지? 유감스럽게 이것은 그다지 히트하지 못했다. "덴뿌라"라든가 "사시미" 등 여러 가지가 잇달아 히트하면 분명 재미있었을 텐데 말이다. 라디오를 듣는 동안 괜히 배가 고파지기도 할 것이고.
이렇게 쓰다 보니 스키야키가 너무 먹고 싶어 지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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