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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하루키

사과의 마음

chocohuh 2021. 8. 16. 08:43

존 어빙이 자신의 소설을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써서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은 영화 "사이더 하우스 룰"을 보러 갔다. 이야, 정말 잘 만들었군. 하고 감탄했다. 원작은 너무 긴 데다 설교 풍이 많고, 곳곳에 약간 억지스럽기도 한데, 과연 영화에서는 그런 부분이 편집되어 아주 좋은 분위기로 정리되어 있었다. 물론 어빙 소설의 최대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그 길이와 끈질김에 있지만, 어쨌든......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스콧 피츠제럴드에서부터 포크너, 카보티, 챈들러 심지어는 레이몬드 커버까지 수많은 일류 실력파 작가가 할리우드에 도전했지만, 아카데미 각본상을 획득한 것은 존 어빙이 처음이다. 그뿐만 아니라, 영화와 관련해서 약간이라도 해피한 결과를 남긴 작가는 지금까지 거의 한 명도 없었다. 그런 징크스를 깬 것은 누가 뭐라 해도 칭찬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잘 했다.

 

그런 이유로 "사이더 하우스 룰"은 영화 자체로서 재미있었고 충분히 즐길 만한 것이었지만, 사실 나는 이 영화를 보고 있는 동안 줄곧 ', 사과가 먹고 싶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어쨌든 사과 과수원이 무대인 이야기로, 영화 속에 먹음직스러운 사과가 잔뜩 나와서 한번 먹고 싶다고 생각하자 군침이 돌 정도였다. 그렇게 사과를 먹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오랜만의 일이었다. 사과를 좋아하는 사람들(사과를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는 나쁜 사람은 없을 듯한 느낌이 든다)은 꼭 보아야 할 영화이다.

 

나는 사과는 대체로 냄새를 맡아보고 신맛이 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홍옥을 잘 먹고, 보스턴에서 살 때는 매킨토시만 먹었다. 매킨토시는 가장 싼 부류에 속하는 사과로 슈퍼에서 큰 비닐봉지에 든 것을 몇 달러에 판다. 나는 매킨토시를 사 와서 매일 질리지도 않고 먹었다. 혹은 껍질을 깎아 샐러리와 함께 샐러드를 해서 먹었다. 보스턴 시절을 생각하면 매킨토시의 아담하고 짙은 주홍빛이 퍼뜩 머리에 떠오른다.

 

그래서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나는 줄곧 매킨토시 컴퓨터를 애용하고 있다. 사과 매킨토시는 Mcintosh이고, 컴퓨터 '애플'Macintosh. 상표 관계로 조금 철자가 다르다. 아침에 일어나 주방에서 사과를 하나 들고 서재로 가서 사과 마크의 '애플' 스위치를 누르고, 나는 새벽빛 속에서 화면 준비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빨갛고 신맛 나는 사과를 한 입 가득 깨물어 먹는다. 그리고 자, 오늘도 열심히 소설을 써야지 하고 생각한다. 오랫동안 그런 생활을 계속해왔다. 절대 윈도우즈를 미워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상태로서는 바꿀 생각이 없다. 윈도우즈에는 사과 마크가 붙어 있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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