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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하루키

올림픽과는 그다지 관계없는 올림픽 일기

chocohuh 2021. 5. 20.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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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아침식사로는 누가 뭐래도 샐러드가 최고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의 미역과 토마토와 양상추를 마구 섞은 뒤, 거기에 특제 생강 드레싱을 쳐서 맛있게 먹는다. 더운 여름엔 샐러드 말고는 아침에 먹고 싶은 것이 없다. 일본에서는 여름에 미역이 금메달이다. 은메달은 찬 모밀국수, 동메달은 빙수다.

 

외국에서 여름 내내 머물다 보면 가장 곤란한 것이 미역이 없다는 점이다. 어째서 서양 사람들은 미역을 먹지 않는 걸까? 언젠가 시애틀에서 페리 보트를 탔을 때, 바다 밑바닥에서 거대한 미역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보고는 너무나 먹고 싶어서 군침을 흘린 적이 있다.

 

그것은 그렇다 치고, 어제부터 올림픽이 시작되었다. 나의 개인적인 감상을 말한다면, 올림픽이라는 것은 20년쯤 세월이 지나야 아무래도 제 맛이 나는 것 같다. 최근 들어 개최된 올림픽은 왠지 좋아지지 않는다. 지금 같아서는, 1964년 도쿄 올림픽이 가장 좋을 것 같다. 로마 올림픽도 괜찮을 것 같다. 헬싱키나 멜버른 올림픽은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네댓 명이 모여 술을 마시면서 헬싱키 올림픽의 기록 영화를 보거나 한다면, 굉장히 행복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런 이유로 이번의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는 그다지 흥미를 느낄 수가 없다.

 

신주쿠로 나가서 <아사히 신문>의 센다 씨를 만나, 원고를 건네주었다. 센다 씨는 어저께 올림픽의 개회식을 보았다고 한다. "개회식은 일단 많이들 보는 모양입니다. 그 뒤의 게임에는 그다지 흥미가 없지만, 그것만은 보게 됩니다."하고 그는 말했다.

 

그래서 왠지 모르게 걱정이 되어 친구 집에 전화를 걸어서 개회식을 보았냐고 물어보았더니, ", 그거 못 봤나? 재미있다니까, 개회식은. 여러 나라가 잔뜩 나온다고"하고 대답했다. 과연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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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대학 때 친구인 마치코의 권유로 나와 집사람과 세 명이서 뉴오타니 호텔의 풀에 갔었다. 그 호텔의 풀에서는 덱 체어(역주: 접는 의자)1,000엔에 빌려 주었다. 마치코 씨가 요전에 갔던 모 호텔의 풀에서는 덱 체어를 무료로 빌려 주고, 로커 사용료는 1,000엔을 받았다고 한다. 덧붙여 말한다면, 뉴오타니의 로커는 무료다. 이 세상에는 여러 가지 시스템이 있는 것 같다.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것은 아사부 프린스 호텔의 풀로, 지금은 이미 없어졌지만, 정말로 느낌이 좋은 곳이었다. 우리 집에는 옛날부터 전통적으로 에어컨이 없어서, 여름이 절정에 다다르면 아사부 프린스 호텔에 체류하면서 노상 풀에서 수영을 했다. 아사부 프린스 호텔의 풀에서는 분명히 로커도 덱 체어도 무료로 사용했던 것 같다. 방문을 열면 바로 그곳이 뜰이고, 뜰을 가로질러 가면 풀이 있었다. 작은 풀이지만, 비교적 사람이 없고 수심도 깊어서 수영하기가 쉬웠다. 장소가 장소인 만큼 가족 동반으로 오는 외국인이 많았다.

 

그런 이야기를 했더니, "풀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아사부 프린스 안에 있던 튀김집은 맛이 있었어요."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아사부 프린스 호텔이 없어진 까닭에 그 튀김을 먹지 못하게 되어서 굉장히 아쉽다고 했다. 사람은 정말 가지각색이다. 이 세상에서 모든 튀김집이 소멸해 버리는 것과 모든 풀이 소멸해 버리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아쉬울까를 한참 동안 생각해 보았으나, 결론이 나지 않았다. 튀김도 먹고 싶고, 풀에서 수영도 하고 싶다.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다.

 

오늘은 신문을 읽지 않았기 때문에 올림픽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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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계속 소설(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라는 장편 소설이다)을 썼는데, 세 시가 지나서 갑자기 모든 것이 따분해져, 시내로 나가 영화를 보기로 했다. 정말 오래간만에 영화를 보는 거였다. 무엇을 볼까 한참 동안 망설였는데, 결국 시부야에서 <핫카리의 계절>이라는 터키 영화를 보기로 했다. 일본에서는 터키 영화를 거의 상영하지 않기 때문에, 이 기회에 보아 두지 않으면 영원히 보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어찌 된 셈인지, 터키라는 나라를 꽤나 좋아한다. 터키에 잠깐 들른 적이 있는데, 까슬까슬한 느낌을 주는 이상한 나라였다. 꼭 다시 한번 시간적으로 여유를 갖고 천천히 돌아다녀 보고 싶은 곳이다. 베를린에 가면 터키인 거리가 있는데, 거리에서는 케밥(역주: 채소와 고기를 꼬치에 꿴 산적의 일종) 냄새가 진동을 한다. 케밥 집에 들어가면 마늘 소금 같은 특수한 향신료가 식탁에 놓여 있다. 일반 독일인은 딱 질색을 하지만, 그 곳도 상당히 괜찮은 거리다.

 

핫카리는 이란과의 국경 근처에 있는 터키의 마을인데, 고지대의 산속이라 문명과는 격리되어 있다. 전기도 가스도 수도도 아무것도 없다. 영화는 그러한 마을 사람들의 생활을 세미 다큐멘터리 풍으로 그렸는데, 그들의 세부적인 생활상이 무척이나 재미있었다. 스토리가 지나치게 진지해서, 이따금 곤혹스러웠지만 분위기 자체는 나쁘지 않았고, 스토리와 관계없는 것을 즐길 수 있어 그다지 지루하지는 않았다.

 

<미드나이트 익스프레스>라든가,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보면 터키가 무섭다는 생각이 드는데, 실제로는 어떤 곳일까? 그래서 오늘도 올림픽과는 관계없이 하루가 지나가고 말았다. 저녁때 미역 샐러드 하고 모밀국수를 먹고, 친지가 새로 개업한 가스미초의 바에 들러 보드카 토닉 두 잔과 하퍼 온더록을 마셨다. 실비아 심즈와 사라 본의 레코드가 걸려 있었다. 작업실로 돌아와서 목욕을 하고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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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신초>지의 마츠이에(경칭 생략)의 말을 빌리면, 가스미초의 바에서는 세 잔씩이나 술을 마시면 안 된다고 한다. 그런 곳에서는 그저 술을 두 잔만 마시고, 일어나서 나오는 것이 요령이라고 한다. 어려운 이야기다. 지바에서 3년씩이나 살다 보면, 그런 것에 완전히 어두워지게 된다.

 

그러고 보면, 보드카 토닉을 두 잔 마신 뒤에 하퍼 온더록을 마신 것도 그다지 좋지 않았던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술 마시는 태도에 품위가 없었다.

 

최근에 와서 특히 술 마시는 순서가 엉망진창으로 뒤바뀐 것 같다고 스스로도 생각한다. 생맥주를 두 잔 마시고 나서, 위스키를 마시고, 마지막에 와인에 페리에를 섞어 마시거나 한다. 정말로 엉망진창이다. 마음 가는 대로 제멋대로 마시고 있다고 밖에는 표현할 수가 없다.

 

가스미초 주변에 대해 밝은 마츠이에의 설에 따르면, 그 근처에서 마시는 사람들은 대개 업계 사람들인데, 광고 관계 업자, 방송 관계 업자, 인기 있는 편집자 등이라고 한다. 인기 있는 편집자에 대해서 나는 잘 모른다. 그런 사람이 있다는 말 자체를 처음 들었기 때문에 정말로 깜짝 놀랐다. 내가 모르는 동안에 여러 가지로 국민 계층의 재편성이 진행되고 있었나 보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지바는 참으로 평화로운 곳이다. 농민과 샐러리맨 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내가 알고 있는 편집자들 중에는 그다지 인기 있는 편집자가 없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모처럼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일단 스타성이 있는 편집자를 여기에 세 사람만 열거하고 개인적으로 표창을 하고 싶다.

 

금메달 > 스즈키 지카라<신초> 아사카와 준의 만화에 나오는 캐릭터와 너무나 닮았으니까.

 

은메달 > 야스와라 아카리<마리 클레르> 언제나 엉뚱하고 유행의 첨단을 달리는 넥타이를 매고 있으니까.

 

동메달 > 니시야마 요시키<넘버> 어딘가에 갈 때마다 부지런히 선물을 사다 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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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타 공항에서 "별송품이 도착했으니까 찾아가십시오."라는 전화가 걸려 와 전철을 타고 나리타까지 갔다 왔다. 굉장히 무더운 날이어서, 좌석에 앉아 있기만 해도 셔츠에 땀이 흥건히 배었다. 게세 전철에서 냉방 칸을 탄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매트 데니스의 노래 가사를 빌린다면, 정직한 중고차 중개인을 만나는 것보다 더 힘들다.

 

그런데 그 별송품이라는 것이 보스턴에서 산 세면대와 수도 쪽지였다.. 그게 300달러나 했다. 그래서 집사람에게 잔소리를 했더니, "어쩔 수 없잖아요, 아오야마에서 사면 세 배는 더 줘야 할 걸요"하고 대꾸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말하면, 한마디로 반론을 제기할 수가 없어서 괴롭다. 나도 중고 레코드 같은 것을 <디스트 유니온>에서 사면 세 배는 더 비싸다고"하면서 열심히 사들였으니 말이다. 어쨌든 그런 연유로 무더위 속을 뚫고 나리타 공항까지 갔다가 왔다. 별송품을 찾는 일은 익숙하지 않으면 상당히 골치 아픈 일이다. 우선 플라잉 타이거스 사무실까지 가는 게 어렵다. 도중에 세 차례 정도 검문을 받는다. 사무실에서 서류를 받아 거기에다가 여러 가지를 기입한 뒤에 그것을 가지고 세관 사무실까지 가야 하는데, 바쁠 때는 항공회사 측이 제대로 서식 같은 것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 업자에 비해서 개인은 차별당한다.. 그러고는 세관 사무실에서 탕탕 도장을 받고, 다음으로 항공 회사의 창고에 가서 짐을 검사소까지 직접 운반한다. 못뽑이 등을 사용하여 상자를 열고 체크를 받고 나서 다시 상자에 집어넣고, 그것을 짊어지고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약 한 시간 반이 걸린다.

 

세관 사람과 함께 상자를 열고 있으려니까, 다른 세관 사람이 뛰어와서, "구시켄이 금메달을 땄어요!"하고 외쳤다. 오늘은 권투 경기가 없는데 어떻게 지금 구시켄이 금메달을 딴 걸까 하고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더니, 그 사람은 체조 선수란다. 권투 선수 구시켄과는 관계가 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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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으면 평일의 낮 동안 함께 놀아 줄 친구(특히 젊은 아가씨)가 없어져 버려서 크게 곤란을 겪는다. 당연한 일이다. 모두들 평일의 낮 동안에는 열심히 일을 하기 때문에 나 같은 사람하고는 잘 놀아 주지를 않는다.

 

예전에는 그렇지가 않았다. 전화를 걸어 보면 두세 명에 한 명쯤은 낮 동안의 남아도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었다. 서른 살이 넘으니까 제대로 되는 일이 없다.

 

나는 아는 아가씨와 점심 전에 만나서 점심 식사로 튀김이나 장어를 먹고, 두 시부터 시작하는 영화를 보고는, 영화관을 나와 천천히 산책을 하다가, 저녁때 바에서 술을 마시고 헤어지는 방식을 전부터 좋아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탓도 있고 해서, 밤늦게 하는 데이트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아홉 시경이 되면 나도 모르게 꾸뻑꾸뻑 졸거나 한다.

 

물론 데이트 상대는 아내라도 괜찮지만, 그녀는 장어도 튀김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며 영화에 대한 취미도 나와 상당히 다르기 때문에, 언제나 "그런 건 다른 사람하고 가요"하고 말한다. 그러나 그렇게 말을 해도 대낮부터 빈둥거리고 있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이따금 혼자 하루 종일 풀에 있을 때가 있지만, 그것도 말짱 헛일이다. 카세트테이프도 두세 시간 듣다 보면 지겹고, 그렇게 오래 수영을 할 수도 없는 일이고, 주위에는 쌍쌍들뿐이어서 굉장히 따분하다.

 

얼마 전에 예전의 여자 친구로부터 점심시간이 조금 지나서 때마침 전화가 걸려 왔길래 반가워서 "식사라도 하러 가자"라고 말했더니, 그녀는 "농담하지 말아요. 지금 셋째 아기가 뱃속에 있어서 그렇게 한가하지 않다고요"하고 가볍게 거절했다. 자유업이라는 것도 그 나름대로 상당히 어렵다. 올림픽 하고는 별로 관계없는 이야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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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단은 자유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니까, 평일이든 주말이든 전혀 상관이 없다. 그래서인지 요일에 대한 감각이 없어서, 미적미적하면서 매일 똑같은 날을 보내게 된다. 오늘이 무슨 요일이냐고 누가 물으면, 갑자기 떠올릴 수가 없다. 일단 화··토가 쓰레기수거일, 월요일은 이발소가 쉬는 날이라는 것만은 기억하고 있어서, 이것이 요일 망각증의 최후의 브레이브인 셈이다.

 

그런데 난처하게도 '자아, 오늘은 이발소에라도 가볼까?'하고 마음을 먹는 날은 언제나 월요일인 것이다. 그런 일은 상당히 불쾌한 일이다. 어째서 그런 일이 벌어지는지 나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손해만 보는 성격인 것 같다.

 

나는 가는 데만 한 시간 반, 전철 요금으로 쳐서 630엔이 드는 센다가야에 있는 이발소에 가기 때문에, 만일 도착했을 때 이발소가 쉬면 굉장한 쇼크를 받는다. 그래서 어쨌든 월요일만큼은 이중으로 동그라미를 쳐놓고 조심을 하고 있다. 만일 이발소가 연중무휴였다면,, 나는 요일에 대해서는 거의 생각하지 않았을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왜 요일에 관해서만 쓰고 있느냐 하면, 오늘이 일요일이라는 것을 까맣게 잊고, 풀로 수영을 하러 갔었기 때문이다. 여름 방학 기간 중 일요일에 풀에서 수용하는 것은 야마노테센의 만원 전철에서 수영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덱 체어를 빌리기 위해 한 시간이나 기다려야 했다. 계속 덱 체어를 빌리는 값에 구애받는 것 같지만, 이곳(다카와 프린스)500엔이다.

 

밤에는 '온 선데이즈'에서 프리츠 랑의 <메트로폴리스>를 봤다. 오늘도 올림픽과의 접점은 없었다. 그래서-비단 그것 때문만은 아니지만-하퍼에다 소다수를 섞어 네 잔을 마시고 맥주를 세 병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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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호텔에서 잤기 때문에 처음으로 텔레비전의 올림픽 중계를 보았다. <넘버>지의 편집자 니시야마 요시키의 싱글벙글 웃는 얼굴이 화면에 비치지 않을까 하고 눈을 부릅뜨고 보고 있으나, 역시 보이지 않았다. 남의 일이지만, 그가 빽빽한 스케줄을 무릅쓰고 영화 <고스트버스터>를 볼 수 있었을지 걱정이 되었다. <고스트버스터>는 정말 재미있어서, 나는 두 번씩이나 봤다.

 

그런데, 내가 오늘 아침에 본 것은 여자 마라톤이었다. 지난밤에 일찍 잔 탓으로, 845분부터의 녹화 방송을 보았다. NHK의 아나운서가 존 베이노트와 그레테 와이츠를 섞어서 '존 와이츠'라고 외치는 것이 우스웠다. 이따금 텔레비전을 보면, 여러 가지 우스운 일이 있다. 가케후와 카니가 나오는 CF도 우스웠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 흥분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고 나서 아나운서는 "그린벨트에는 코럴 트리가 심어져 있습니다. 산호나무입니다"하고 설명했는데, 산호나무란 도대체 무엇인가? 이해가 가도록 설명한 게 아니라고 생각되는데 말이다.

 

아내는 나에게, "저기 선두에 선 여자의 어깻죽지에 삐져나와 있는 게 브래지어 끈이죠? 아까부터 마음에 걸렸는데"하고 질문했다.

 

그런 것을 나에게 물어보면 곤란하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여자 선수의 어깻죽지에서 끈이 보인다면, 브래지어나 뭐 그런 유사한 것의 끈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무리 로스앤젤레스라고 해도 22구경 홀스터(역주: 권총을 넣는 가죽 케이스)를 차고 마라톤에 출전하지는 않았을 테니까. 일일이 그런 질문은 하지 말아 주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말하니까, 아내는 "뭔가 특수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거든요"하고 말했다.

 

여자 마라톤 주자가 브래지어 외에 뭔가 특수한 것을 유방에 감고 뛴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기 때문에,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나는 대답해 주었다.

 

브래지어 끈의 레이스 자체에 대해서는 특별한 감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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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하루 종일 작업실에 처박혀서 소설을 썼다. 제대로 된 소설을 쓰는 것은 8개월 만이고, 장편을 쓰는 것은 2년 반 만이다. 즐겁다.

 

밤 아홉 시쯤 피곤해서 위스키를 마시려고 작업실 근처에서 바 같은 것을 찾아보았으나, 제대로 된 집은 한 집도 없었다. 어느 술집이나 문을 열면, 가라오케 세트가 눈에 들어와서 황급히 문을 닫곤 했다.

 

나는 싫으니 싫으니 해도, 가라오케처럼 싫은 게 없다. 가라오케로 노래하는 것도 싫고, 가라오케로 노래하는 인간을 보는 것도 싫다. 가라오케라는 명칭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I하라주쿠'라는 배지도 마찬가지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런 까닭으로, 근처의 술집에서 위스키와 얼음을 사 가지고 와서 혼자 홀짝홀짝 마셨다. 그리고 술을 마시면서 'I하라주쿠''좋아해요, 홋카이도' 중에서 어느 쪽이 더 불쾌한가를 생각해 보았다. 둘 다 똑같이 불쾌했다.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다.

 

나는 본래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를 하거나, 재주를 부리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8년 전으로, 그때 부른 노래는 <강아지 순경>이었다. 생각하기만 해도 불쾌한데 나에게 <강아지 순경>을 부르게 한 사람은, '생활 향상 위원회'라고 하는 재즈 그룹에 있던 하라다라는 술버릇이 고약한 피아니스트였다. 하라다가 술에 취해서 주정을 부리며 나에게 강제로 <강아지 순경>을 부르게 한 것이다. 재즈 연주가와 상종해서 그다지 재미를 본 적이 없다.

 

내가 노래한 <강아지 순경>에는 멋진 율동이 있기 때문에 그걸 부르면 굉장한 인기를 끈다. 그러나 너무 인기가 높기 때문에, 나는 그것을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여기까지 쓰긴 했는데 전혀 올림픽과는 관계가 없다. 정말로 난처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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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B.파커의 소설을 다 읽고 나서(참으로 눈 깜짝할 사이에 다 읽어 버렸다), T.E.로렌스의 <지혜의 일곱 가지 기둥>을 읽고 있다. 상당히 재미있는 책이지만, 엄청나게 난해하고 해독이 불가능한 문장이 차례차례로 등장하기 때문에 비명을 지르게 된다. 가령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아무튼 부하들이 그 의지의 자동성의 위축을 일으키지 않고, 언제든지 곧장 직속상관의 직무를 물려받으려고 기다리고 있어서, 완전한 질서를 유지하고 있다는 약한 가설과는 무관하게, 또한 위대한 계급 조직 속을 원활하게 옮겨 다니다 마침내는 두 명의 잔존 병사가 상관에게 인계되는 지휘의 효과 등과는 무관하게, 우발적인 일이 일어나는 법이다.

 

이런 식의 문장은 내가 머리가 나쁜 탓이라고는 생각하지만, 두세 번 읽어도 무슨 이야기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하긴 열 번쯤 되풀이해서 읽으면 대강 그 의미는 알 수 있겠지만.

 

나는 공포영화 팬이라서, <더 키프>를 보러 갔다. <13일의 금요일>의 최종편과 동시 상영되고 있었다. <13일의 금요일>시리즈는 언제나 머리가 나빠 보이는 여자가 잔뜩 나와서 마구 옷을 벗고, 눈 깜짝할 사이에 살해당해 버린다고 하는 똑같은 패턴이기 때문에 그다지 보고 싶지 않았으나,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 일단 끝까지 보았다. 여전히 형편없었지만, 이번만은 쌍둥이 자매가 나오는 섹스 장면이 있어서 용서를 해주었다. 나는 쌍둥이가 나오면 무엇이든지 얼른 용서해 버린다. 그러나 꽥꽥 악을 쓰고 도망 다니는 머리 나쁜 아가씨들을 부지런히 살해해 나가는 제이슨 씨를 보고 있노라면, 이상하게도 마지막에는 동정심조차 느끼게 된다. 꼭 한 번 하라주쿠 근처로 초대하고 싶다.

 

<더 키프> 쪽은 의도는 나쁜지 않았으나, 트릭이 밝혀진 심리극 풍의 과장된 대사와, 20년 전의 도호 영화와 같은, 하나도 무섭지 않은 어설픈 괴물이 흥을 깼다. 그리고 괴물을 봉쇄하는 정령 같은 아저씨(<라이트 스터프>에서의 세퍼드 중령을 맡았던 사람)가 인간인 아가씨를 보고 "한 번 해보고 싶어서"라고 하면서, 의미도 없이 강간한 것은 좋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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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나 호쿠토샤라는 곳에서 만든 원고지에다 글을 썼는데, 지금은 어찌 된 일인지 문화 출판국용 원고지에다 이 글을 쓰고 있다. 아마 때때로 기분을 바꿔 보고 싶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출판사의 200자 원고지라면, 나는 가쿠가와 출판사의 <더 텔레비전>잡지의 것을 좋아한다. 선의 색깔이 펠리컨의 로얄 블루 잉크와 잘 어울리는 탓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비교적 그렇게 자질구레한 것에 신경을 쓰는 성격인 것 같다. 문화출판국의 것은 선이 녹색이라서, 그런 의미에서는 약간 내 취향에 맞지 않는다.

 

그런데 그 가쿠가와 출판사의 <더 텔레비전>잡지를 들춰 보니까, 올림픽의 남자 마라톤 중계를 13일 아홉 시부터 한다고 한다. 나는 언제나 마라톤 중계는 오다큐센 게이도에 살고 있는 여자친구(그렇긴 해도 대학 때 친구니까 벌써 서른여섯이다)의 집에 가서 보곤 했는데, 이번에는 아침 일찍 중계를 하니까 통근 시간에 전철을 타고 지바에서 게이도까지 일부러 가기가 어렵다.

 

그런 연유로 근처의 전파사까지 찾아가서, 빌려주는 텔레비전은 없느냐고 물어보았다. "물론 있고말고요"하고" 대답하길래 신바람이 나서 돌아왔다. 이것으로 준비는 완벽하다. 남은 것은 세코 선수가 분발해 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야기가 180도로 달라지는데, 월터 힐의 <스트리트 오브 파이어>의 포스터는 그다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미국판의 꺼끌꺼끌한 목판화 풍의 포스터는 굉장히 좋았는데, 일본판은 고상하지 않은 뒷골목의 로큰롤 영화 같았다. 그 영화는 만화 같긴 했지만, 꽤나 재미있었다.

 

로스앤젤레스의 니시야마에게서 <고스트버스터>를 못 봤다고 하는 엽서가 왔다. 진지하게 취재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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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한꺼번에 편지를 다섯 통이나 썼다. 나는 정말로 편지를 쓰기 싫어해서, 쓰지 않으면 안 되는 편지가 아직 열다섯 통 정도나 남아 있다. 죄송하다고는 생각하지만 일이 일인지라 담배 한 대 피우고 편지라도 써볼까 하는 생각은 좀처럼 들지 않는 것이다. 편지 쓰는 것보다 게임 센터에 가는 쪽이 더 즐겁고, 기분 전환도 된다. 그런 까닭으로 써야만 하는 편지가 자꾸만 쌓이게 된다.

 

예전의 유명했던 작가들은 대개 서간집을 내었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아마 교양과 여유가 있었고, 게임 센터가 없었기 때문일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한 요소가 전부 거꾸로 된 것이 내 경우니까 어쩔 수 없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렇게 말만 하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며칠 내로 다시 한꺼번에 편지를 써야겠다.

 

답장을 아직 못 받으신 여러분, 정말로 죄송합니다. 무더운 나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금 현재 제비우스 게임 20만 점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그 오락게임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오카 미도리 씨, 냉모밀 국수 정말로 고마웠습니다. 기노시타 요오코 씨, 갓난아기는 건강합니까?

 

그런데, 드디어 올림픽이 하루밖에 안 남았다. 올림픽에 관해서 거의 언급하지 못한 채, 이 올림픽 일기가 끝나 가려고 한다. 그러나 내일은 대망의 남자 마라톤 대회가 있다. 올림픽에서 다른 종목은 전혀 필요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남자 마라톤은 중요하다. 텔레비전은 제대로 나오도록 세팅되어 있으며, 차가워진 캔 맥주도 냉장고에 가득하고, 조깅화도 베갯머리에 갖다 놓았고(이것은 거짓말), 이것으로 준비는 오케이다. 말할 수 없이 기대가 크다. 내일까지 기다릴 수가 없어서, 저녁때 근처 운동장을 15킬로미터 정도 뛰었다. 내가 뛰는 게 아무 소용이 없다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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