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체중계를 좋아하십니까?" 하고 누군가가 물으면, "그건 그냥 체중 재는 기계 아냐. 좋아하고 말고 할 게 뭐가 있어." 하는 소리가 들려올 것 같다. 세상 사람들이란 대체로 그런 것 같으니까. 혹은 "체중계에 올라설 때마다 불쾌해지기 때문에 체중계 같은 건 너무 싫어!" 하는 사람도 개중에는 있을지 모른다. 나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미움을 받는 체중계가 불쌍하다고 동정하지만.
솔직히 털어놓으면, 나는 개인적으로는 체중계라는 것을 좋아한다. 지금까지 몇 개나 체중계를 소유하며 생활을 함께 해 왔다. 언제나 욕실 한 구석에서 말없이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데, 가끔 한번씩 끌어내서 올라타고는, "으으." 니 "아아." 니 알 수 없는 소리를 하고 그대로 한쪽 구석에 밀어붙여 놓게 되는 체중계가 왠지 기특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지? 나는 체중계를 볼 때마다, "만약 내가 체중계였다면, 대체 어떤 기분으로 일생을 보낼까." 하는 생각을 한다. 흠, 그렇다고 해서 체중계에게 내 쪽에서 뭔가를 해 줄 수 있는가 하면, 특별히 그런 것도 없는 것 같다.
그렇게 체중계를 좋아하는 나이지만, 체중계란 것이 모두 귀여운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여자와 옷에 대해서 기호가 있듯이 체중계에 대해서도 나는 내 나름대로 약간의 기호가 있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은 위에 올라서면 체중이 디지털 표시로 삐삐삐 나오는 최신의 것. 겉보기에도 스마트하고 숫자도 읽기 쉽지만, 왠지 신뢰감을 가질 수 없다. 체중계의 블랙박스화라고나 할까, 기계 속에서 실제로 무엇인가가 행해지고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이를테면 안에 악질 난쟁이가 들어앉아서 하품을 하며, "이 녀석은 좀 무거운 것 같으니까 72킬로그램으로 해 버리자." 하고 키보드에 적당한 숫자를 탁탁 쳐 넣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런 것에는 아주 의심이 많은 성격이다.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것은 그 옛날 채소 가게에서 채소를 달 때 썼던 천칭처럼 무게를 좌우로 나누어 한가운데 눈금에서 무게를 읽는 심플한 저울이다. 익숙해지기 전에는 조작하는 데에 시간도 걸리고, 최근에는 거의 볼 수 없어졌지만, 그래도 좋다. 나는 연말부터 연초에 걸쳐 한 달 정도 하와이에서 휴양을 하는데(죄송합니다), 매일 다니는 근처의 헬스클럽에 있었던 그런 고전적인 체중계와 완전히 친해져 버렸다.
도쿄에서 외식을 계속해서 대책 없이 불어난 체중을 이걸 기회로 삼아 감량해야겠다고 결심하고, 다이어트와 운동을 조금 부지런히 했다. 그래서 3킬로그램을 뺐다. 감량의 요인은 성격 좋고 부지런한 체중계와 사이가 좋아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말을 진지하게 주장하는 것은 나뿐일지도 모르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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