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운전이란 걸 하지도 않고, 또 자동차라는 물건 자체에도 별 흥미가 없다. 내 주위를 둘러봐도 어쩐 일인지 운전을 하는 사람의 수가 굉장히 적다. 대충 아는 사람 중의 30퍼센트 정도만 운전 면허증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현재 일본 총인구의 60퍼센트 가까이가 운전 면허증을 가지고 있다는 걸 감안하면, 이건 한심할 정도로 적은 숫자다.
어째서 이렇게 내 주변 사람들이 운전하지 않는가 하면, 이유는 참으로 간단하다.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운전을 하면 불필요한 신경을 써야 하고, 쓸데없는 돈이 들며, 술도 마실 수 없고, 세차니 차량 검사니 하는 자질구레한 일들이 많아서 지하철이나 택시를 이용하는 편이 낫다. 그야 홋카이도 들판 한가운데 사는 사람이라면 차 없이는 생활할 수 없을 테지만, 도쿄 근교에서 살아가는 데는 차가 특별히 필요한 것은 아니지 않을까 하고 나는 생각한다.
나 자신을 예로 들자면, 차를 갖고 있지 않아서 불편하게 느낀 적은 1년에 한두 번 정도뿐으로, 그 한두 번을 어떻게든 넘기고 나면-물론 넘긴다-나머지는 전철과 택시를 타는 것과 걷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야 뭐 사람에 따라 사정이 다르다고는 생각하지만, 그렇게 모두들 앞 다투어 차를 갖고 싶어 할 이유도 없지 않은가? 불과 30년 전만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차 없이도 충분히 평화롭게 살았으니까 말이다.
이런 얘기를 자동차를 가진 사람에게 하면, 대개 "맞아요, 그게 제일이에요, 차를 탈 필요가 없으면 차를 안 타는 게 좋죠."라는 대답에 돌아온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면서도 지하철로 한두 구간밖에 되지 않는 거리를 굳이 차를 몰고 간다. 운전을 안 하니까 이런 소릴 하는 거라고 한다면야 할 말이 없지만, 운전하는 사람들의 기분을 난 잘 모르겠다. 부지런히 주차 공간을 찾아 돌아다녀야 하고, 시간도 얼마 차이나지 않는데 그새를 못 참아 차선을 바꿔 달리는 일 같은 건 나로선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다.
차가 없으니 자동차 대금이라든가 주차 요금, 세금이라든가 기름 값, 수리비 같은 게 들 리 없기 때문에, 그 대신으로 택시나 국철의 그린 차(역주:특등 차)를 종종 탄다. 이게 또 이상한 일인데, 차를 운전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택시나 그린 차의 요금이 턱없이 비싸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래서 내가 종종 택시나 그린 차를 탄다고 하면, "너, 그거 사치다"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생각해 보면, 도쿄와 후지사와 간의 그린 차 요금이라고 해봐야 두 시간 반 정도 주차시키는 요금과 엇비슷하다. 한 시간 동안 느긋이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다면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오히려 싼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한다. 딱히 국철을 두둔하려는 건 아니지만.
그러나 뭐, 이렇게 말하는 나도 조금만 더 젊었으면 역시 고급 승용차를 굴리며 드라이브하자고 여자를 꼬시며 돌아다녔을지도 모르니 큰소리칠 순 없다. 이런 일은 운과도 같은 것이라 조금만 달리 살았더라면 완전히 정반대의 주장을 하게 될 수 있는 것이다. 세상에 널린 주장의 대부분은 결과적으론 좋은 게 좋다는 정신 위에서 성립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나는 여기에서 자동차 무용지물론을 전개하려는 게 아니라, 차가 없어도 별로 부자유스럽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게 존재하는 건 아닐까 하는 의견을 타당성 있게 설명하려 했던 것뿐이다. 그러니, 화를 내며 반론을 제기하지 말았으면 한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후지사와 거리도 여름이 가까워짐에 따라 차량이 점점 늘고 있다. 주말이 되면 후지사와 교에서 에노시마까지 길이란 길은 차량 행렬로 넘쳐 나고, 좁은 길에도 꾸역꾸역 차가 밀려든다. 밤중에는 오토바이가 내는 소음이 시끄럽다. 내가 이곳으로 이사 온 뒤에도 조깅을 하시던 할머니 한 분이 차에 치여 돌아가셨고, 오토바이 소음으로 잠을 잘 수 없다고 항의 자살을 한 사람도 있다. 정말 안 된 일이다.
내가 자동차에 대해 너무 신경질적인 탓인지도 모르지만, 차량이 늘어남에 따라 일본 내 어디엘 가더라도 기분이 차분하게 가라앉는 일이 극히 드물게 되었다. 때때로 생각이 나서 에노덴을 타고 가마쿠라로 점심을 먹으러 가는데, 이젠 거리마다 온통 자동차라서 머리가 아파져 빨리 돌아와 버리고 만다. 교토 같은 곳은 옛날에는 그렇게 거칠고 시끄러운 곳이 아니었다.
세상에 자동차가 한 대도 달리지 않는 곳이 한 군데쯤은 있어도 좋지 않을까 하고 나는 생각한다. 와이어트업이 덧지 시티에서 사람들로부터 권총을 압수했듯이, 담당자가 입구에서 차를 맡아 두는 것이다. 어딘가 그런 곳이 있다면 나는 꼭 거기에서 살아 보고 싶다. 간혹 '보행자 천국'이란 곳이 있긴 하지만, 그 정도를 천국이라고 부르다니 말도 안 된다. 차를 갖고 있지 않은 인간의 눈으로 본다면, 그것이 정상적인 상태인 것이다.
덧붙여 말하자면 사정이 있어서 이 글을 쓴 후에 면허증을 땄다. 기본적인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말이다. 국철은 그 후 JR로 이름을 바꾸었다. 에노덴은 어떻게 되었을까?
'무라카미하루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하얀 거짓말 (0) | 2021.04.07 |
---|---|
기차에서 혼자 여행하는 여자를 만날 때 (0) | 2021.04.02 |
장수하는 것도 말이지 (0) | 2021.03.31 |
탈모와 스트레스 (0) | 2021.03.31 |
욕실 속의 악몽 (0) | 2021.03.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