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점치는 데 열중했던 적이 있다. 물론 열중했다고는 해도 재미 삼아하는 정도였지만, 그래도 한밤중에 가만히 정신을 집중하면 가벼운 무아지경 상태에 빠지고, 그럴 때는 스스로도 깜짝 놀랄 정도로 이런저런 것들을 잘 알아맞혔다. 한 예로, 어떤 여자의 점을 치자 그녀의 연인이 몇 살이며 어디 출신이고 형제는 몇 명인지가 비교적 막힘없이 떠올랐다.
그렇지만 한번 이런 일을 하고 나면 지쳐서 기진맥진하게 될뿐더러,, 친구들을 상대로 하는 것이니만큼 복채를 받을 수도 없어서 어느 사이엔가 그만두게 되었다.
이런 것을 바로 초자연 능력이라고 봐야 할지는 의견이 분분하겠으나, 지금의 내 생각으로는 이것은 일종의 '감' 같은 게 아닐까 한다. 특별히 점을 치지 않아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다른 사람과 접하다 보면 상대방의 몸짓이나 말투, 미묘한 분위기 같은 것으로 여러 가지 일들을 추측할 수 있게 되고, 무아지경 상태에 몰입하다 보면 그런 '감'이 좀 더 연마되어 그 영역이 더욱 확대되어 가는 것이다.
'무아지경 상태'라고 하기에는 좀 주제넘을지도 모르지만, 장편 소설을 쓰고 있다 보면 때때로 머릿속이 텅 비어 그런 비슷한 상태가 되는 적이 있다. 이름하여 '라이팅 하이'라는 건데, 이것도 딱히 초자연 현상이 아니라 단지 단순한 '감'의 확대일 뿐이다. 그런 상태에 빠졌을 때 재떨이나 지우개가 방 안을 날아다니는 일이 일어난다면 내 소설도 한층 무시무시해지겠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런 일은 아직 한 번도 없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점이란 것에 신경 쓰지 않는다. 운수라든가 징크스 같은 것에도 흥미가 없다. 믿지 않는 게 아니라 원칙적으로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이것은 나와 자동차의 관계랑 비슷하다. 그 유효성을 어느 정도는 인정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점이나 운수라는 건 한번 신경 쓰기 시작하면 늘 연연하게 마련이고, 무엇이든 한번 연연하기 시작하면 그 영역은 점점 확대되어 가는 법이다. 나는 성격상 그런 부담이 증폭되어 가는 걸 참지 못하므로, 다소 재수가 없더라도 하려고 마음먹은 일은 하고, 하고 싶지 않은 일은 안 한다. 이것은 성격이 강하냐 약하냐의 문제가 아니라 사고방식의 문제라고 나는 생각한다.
예를 들어 나는 결혼할 때 점쟁이에게서 "허 참, 이거 형편없는 궁합이군요."라는 소리를 들었지만,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결혼했다. 결혼해 보니 정말 형편없는 궁합이라는 게 판명되었지만, "뭐 어때" 하며 체념하고 15년 가까이를 함께 살고 있다. 정말로 형편없는 궁합이란 의외로 좋게 작용하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자주 이사를 하는데, 그때마다 점을 신봉하고 있는 친구에게서 "그 집은 그만두는 게 좋겠어요. 그 쪽은 무라카미 씨한테는 최악의 방향이라고요"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 사람 말에 따르면 나는 노상 최악의 시기에, 최악의 방향에서 이사할 집을 발견하는 특수한 능력을 가진 듯싶다.
그 사람은 또 "지금 그곳으로 이사하면 끔찍한 일이 일어날 거예요. 아픈 사람이 생길 거고, 일은 제대로 풀리지 않을 것이고요.. 부모상을 당할 거고, 화재가 날 겁니다. 나카소네 수상이 삼선을 할 겁니다(이건 거짓말). 앞으로 두 달만 기다려요. 두 달만 지나면 모든 게 잘 풀릴 테니까"라고 했다.
그렇지만 나는 두 달은커녕 잠시도 기다리지 않고 곧바로 이사해 버린다. 한번 그렇게 양보를 하면 앞으로 똑같은 일이 또 일어나 두 달이 반년이 되고, 1년이 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런 말에 한번 지면 결국 언제까지고 계속 지게 된다. 그러니까 '아, 괜찮아. 될 대로 되라지 뭐' 하는 배짱으로 당당하게 뚫고 나간다. 이런 진취적인 자세를 취하는 한 운세 따위에 질 리 없다. 그러는 사이에 그 사람도 포기했는지 우리 이사에는 일절 참견하지 않게 되었다.
이런 성격은 옛날부터 죽 그랬던 것으로, 고등학교 때는 어머니가 대학 입시를 위해 신사(역주: 일본에서 황실의 조상이나 국가에 공로가 큰 사람을 신으로 모신 사당)에서 사온(사온 건지 받아 온 건지) 잡귀를 쫓는다는 화살을 둘로 뚝 부러뜨려 내다 버린 일이 있다. 그런 짓을 하면 어떻게 될 것인지 시험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화살 하나쯤 부러뜨렸다고 해서 대학에 떨어진다면, 대학 따윈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생각도 있었다. 뭐랄까, 자포자기 비슷한 실험 정신이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나는 국립대학은 떨어지고 두 군데의 사립대학에 합격했다. 그냥 'TKO승' 같은 거다. 부모님은 "사립대학은 돈이 많이 든다는데" 하고 중얼중얼 불평을 늘어놓으셨고, 그 점에 대해서는 내가 잘못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실제적으로는 국립대학에 가지 않아서 그 후에 어떤 불이익을 당했던 기억은 없다. 어쩌면 있었는지도 모르지만, 나는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점괘를 믿거나 안 믿거나, 미신을 신봉하거나 신봉하지 않거나 그것은 각자 알아서 좋을 대로 할 일이고, 다른 사람이 이러쿵저러쿵 할 문제도 아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는 굳이 흉일에 결혼식을 올리려는 타입의 사람들이 좋다. 흉일이 됐든 뭐가 됐든 우리는 잘해 나갈 거라는 신념이 있으면 무엇이든 잘 헤쳐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책임은 지지 못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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