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마케팅에서도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스토리텔링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상품이나 서비스에 스토리로 옷을 입혀줌으로써 소비자들에게는 또 다른 가치를 제공하는 효과가 있다. 대표적인 몇 가지 예를 소개하려 한다.
지포(Zippo) 라이터는 미국 브랜드 역사상 하나의 신화를 남겼다. 지포 라이터는 1933년 미국에서 출시될 당시 방풍라이터로서의 기능이 강조되었으며 많은 사람의 호주머니에 들어가 그들과 함께 세상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그러던 중 지포 라이터가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하게 된 중요한 사건이 일어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제2차 세계대전이다. 전쟁에 참가한 미국의 육군 안드레즈 중사는 적이 쏜 총알을 맞았지만, 다행히 윗옷 주머니에 넣어둔 지포 라이터가 총알을 막아 주는 바람에 무사할 수 있었다.
이 이야기가 라이프(Life)지에 실리면서 그 일화는 수많은 광고에 인용되었다. 그 이후 병사들은 마치 지포 라이터를 소중한 보물이자 불행을 막아주는 부적처럼 어느 곳에서든 휴대하고 다녔다. 이처럼 하나의 인상적인 스토리로 인해 지포 라이터는 단순히 불을 붙여주는 도구가 아닌 자신의 수호신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된 것이다.
사람들은 심지어 휴대하고 있던 지포 라이터를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이름이나 그림, 출신 지방 등을 새기기도 하였다. 자신의 꿈이나 그리움에 관한 메시지를 새겨 넣은 사람들도 있었다.
프랑스의 명품 쇼메(Chaumet)의 보석은 역시 스토리텔링과 관계가 깊다. 이 회사는 오늘날 세계 최고의 쥬얼리 하우스로 인정받고 있는데, 이렇게 된 데에는 나폴레옹 보나파르트(Napoleon Bonaparte) 가문과의 인연이 큰 몫을 하였다.
1780년 마리 에띠엔느 니또(Marie Etienne Nitot)가 창업할 당시 쇼메는 작은 보석점에 불과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어떤 군인이 다급하게 프랑스 파리 방돔 광장(Place de Vendôme)에 있는 이 점포에 뛰어 들어왔다. 주인인 니또는 그를 가게에 숨겨주고 후대했다. 바로 그 장교가 혁명을 도모하던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였다.
나폴레옹은 프랑스 황제의 자리에 오르자 자신의 목숨을 구해주었던 니또에게 왕관과 보검, 왕비를 위한 목걸이, 반지 등을 제작하게 하였다. 나폴레옹 황제와 왕비의 보석은 파티에서 귀족들의 관심과 흥미를 끌었으며, 그들은 자연스럽게 황제가 왜 평범한 가게에서 만든 보석으로 치장하고 파티에 참석했는지도 알게 되었다.
나폴레옹은 권좌에서 물러났지만, 쇼메라는 브랜드는 스토리텔링 효과에 힘입어 전 세계 상류층으로부터 최고의 명품 보석 브랜드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VIP 고객들은 자신들만의 커뮤니티를 만들어 교류하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이들에게 상품이나 브랜드에 관련된 스토리가 전파되면 파급효과가 일반 고객군과 비교하면 훨씬 빠르고 클 수밖에 없다.
쇼메는 잡지 같은 인쇄 매체에서 광고를 할 때 이렇게 창업자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를 기사처럼 알린다. 그래서 쇼메의 광고에는 항상 왕관이 나온다.
미국의 26대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 주니어(Theodore Roosevelt. Jr. 1858~1919)는 오늘날까지도 미국인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대통령이다. 미국의 러시모어 산(Mount Rushmore)에 있는 4명의 큰 바위 얼굴 중 한 명이 바로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이다. 나머지 3명은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 토머스 제퍼슨(Thomas Jefferson),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이다. 그는 해군 차관보라는 고위직에 있을 무렵 미국 과 스페인 전쟁이 발발하자 관직을 사임하고 의용군을 조직한 후 쿠바에 출정하여 전장에서 싸움으로써 일약 국민적 영웅이 되기도 했다.
이 전쟁 후 그는 뉴욕 주지사에 당선되었고, 1901년 9월 제26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후 1904년에 재선되었다. 그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했으며, 러일전쟁의 조정, 모로코 문제 중재 등에도 적극적으로 힘써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테디베어의 테디(Teddy)는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애칭이다. 1902년, 루스벨트 대통령은 곰 사냥을 갔는데, 곰을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그러자 보좌관이 어린 곰을 생포해 와서는 이 곰을 대통령이 잡은 것처럼 하라고 권유하자, 루즈벨트는 정당하지 않은 일이라면서 그 곰을 놓아주라고 지시했다. 이 이야기는 당시 언론에 크게 회자되었다.
그다음 해인 1903년 독일에서 만들어진 곰 인형을 미국에 들여와서 판매하던 잡화점 사장이 이 이야기를 듣고는 루스벨트의 애칭인 테디를 이 인형의 이름으로 붙였으며, 이것이 계기가 되어 테디베어는 미국인이 사랑하는 용감하고 우직한 대통령인 루즈벨트의 이미지와 결합하여 오늘날까지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곰 인형의 보통명사가 되었다. 결국 테디베어의 성공에는 미국인이 사랑하는 대통령의 애칭을 그의 스토리와 함께 사용한 영리한 스토리텔링 전략이 숨어 있었다.
1865는 산 페드로(San Pedro)라는 칠레 와인 회사의 제품이다. 이 회사의 설립연도인 1865년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와인이기 때문에 이렇게 이름이 붙여졌다. 1865 와인은 현재 전 세계 80여 개국에서 팔리고 있는데, 이 가운데 한국이 최대 소비국이다. 이처럼 1865가 한국에서 인기를 끌게 된 데에는 스토리텔링을 바탕으로 한 독특한 마케팅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은 접대 등의 목적으로 골프를 즐기는 일이 많다. 1865는 산페드로사의 설립연도이지만, 이것을 골프에 비유하면 ‘18홀을 65타에 치기’로 해석할 수 있다. 골프경기에서 18홀의 홀마다 파(각 홀에서 정해진 스코어를 달성)를 기록해도 72타다. 따라서 65타는 아마추어들에게는 꿈의 점수다.
와인의 수입을 담당한 K사는 이 스토리를 정하고 난 뒤, 골프장 중에서도 비즈니스 골프를 많이 치는 안양베네스트 등의 클럽 하우스에서 일하는 소믈리에와 종업원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이들은 클럽하우스를 찾는 고객들에게 ’18홀에 65타를 치시길’이라는 행운의 뜻으로 1865를 권했다. 그 후 1865의 인기가 갑자기 치솟아 주문이 폭주하였고 홀인원 기념 선물와인으로도 사랑을 받게 되었다. 저가 칠레와인이 한국에서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 같은 스토리텔링의 힘이었다. 결코 논리적이지도 이성적이지도 않지만 이러한 스토리텔링은 소비자의 감성을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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