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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디자인

로칼(Lokal) 컨셉 스토어

chocohuh 2016. 4. 13. 14:39

핀란드 헬싱키에서도 갤러리가 많이 위치한 디자인 디스트릭트(District) 안난카투(Annankatu)에는 멀리서도 눈에 띄는 작은 검은색 간판을 가진 공간이 있다. 로칼이라는 이름의 공간은, 밖에서 보면 디자인적인 감성을 가진 예술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로 보일 수 있지만, 공간 중간에 위치한 계단을 따라 시선을 옮기다보면 핀란드의 수공예적인 감성을 머금은 아기자기한 디자인 제품을 판매하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예술과 디자인 그리고 공예의 경계선 사이에서 다양한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는 로칼은 스스로를 핀란드의 독립 예술, 디자인, 공예를 지원하는 공간이자 컨셉 숍이라고 소개한다.

 

 

포토그래퍼 카트야 할제스탐(Katja Hagelstam)이 핀란드 예술가와 디자이너의 작품을 소개하기 위한 공간에 대한 열망으로 20124월부터 운영을 시작하였다. 운영을 맡고 있는 베라 쿨요(Verra Kulju)는 한 명 혹은 한 그룹의 예술가와 디자이너들 그리고 그들의 작품을 지원하다보면 재정적으로 운영의 어려움을 겪을 법 한데 지난 4년 동안 디자인 디스트릭트에서 제법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하였다.

 

 

로칼의 첫 번째 역할은 예술, 디자인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컨셉 스토어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 헬싱키 곳곳에 디자인 숍과 전시를 기획하는 업무도 수행하고 있다. 최근 핀란드의 감성이 담긴 제품들로 새롭게 단장을 마친 헬싱키 아트 뮤지엄(Helsinki Art Museum, HAM)의 디자인 상품 숍도 로칼의 작품이다. 이러한 부수적인 업무를 진행하는 이유 중 하나는 역시 재정적인 어려움이 크다는 것이었다. 디자인과 예술 작품 전시와 판매만으로는 운영의 유지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로칼의 이상을 실현해 나가는 기회로 여기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새로운 디자이너와 예술가를 발견하고 이들의 작품을 소개할 수 있는 전시회를 기획하고 플랫폼을 개발하는 등 정확하게 말해 로칼이라는 공간을 운영하고 있지만 자신들의 역할과 능력을 물리적이 공간 안으로 한정시키는 것이 아닌, 로칼 밖으로 확장 시키고 있었다. 핀란드 디자인 사회에서 로칼은 특정한 공간인 동시에 하나의 브랜드로 인식시켜 나가고 있는 것이었다.

 

 

 

로칼의 두 번째 역할은 사회 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보인다는 것이었다. 핀란드가 마주한 여러 가지 사회문제들 중에서도 수공예와 예술에 대한 사회적 관심에 주목하였다. 손으로 만든 작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핀란드 또한 임금상승, 값싼 제조업, 문화의 단일화, 획일화의 영향으로 수공예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로칼은 수공예 제품, 장인정신 그리고 작은 규모의 제품이라는 세 가지 가치를 세우고 독립 예술가와 디자이너가 이들의 작품을 지원하고 있었다. 이러한 철학으로 인해 핀란드에서 만들어진 제품뿐만 아니라 인도에서 제작된 독특한 패턴의 패브릭, 핀란드 문화가 담긴 제품들뿐만 아니라 독립잡지 역시 판매되고 있었다.

 

 

로칼이 디자이너와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일단 매달 새로운 전시를 기획해 예술가들과 디자이너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전시에는 특정한 주제가 정해지고 이 주제에 해당하는 작품들을 섭외하는데 이 과정에서 새로운 디자이너들과 예술가들을 발견하기도 한다. 판매는 디자이너, 예술가들뿐만 아니라 로칼에게도 상당히 중요한 업무이다. 일반인들에게 접근가능한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 제품과 일반인들의 접점을 늘릴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로칼은 또한 자신들에게 등록되어 있는 디자이너나 예술가들의 에이전시 역할 또한 수행하고 있다. 정식적인 에이전시 업무는 아니지만, 디자인 제품의 경우 제품의 실제 이미지 등을 담은 룩 북(Look Book)을 제작해서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에 꾸준이 개제하고, 다른 전시에 작가를 소개하기도 하는 등 자신들의 능력과 함께 신뢰를 중심으로 유연하게 에이전시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특히 이 룩 북은 로칼만이 할 수 있는 새로운 시도로 보인다. 현대사회에 미치는 이미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킨포크(Kinfok) 같은 자연스러운 매력을 발산하는 사진집과 같은 트렌드를 고려해 이들은 제품의 이미지를 담은 룩 북을 제작하기로 했다. 현재 매주 이미지를 제작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유하고 있으며 꽤 좋은 반응을 모으고 있다.

 

 

 

로칼의 세 번째 역할은 로칼(Lokal)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들이 현재까지 가꿔온 커뮤니티는 로칼의 존재이유이자 이들을 지원하는 존재다. 때문에 지리적인 커뮤니티뿐만 아니라 핀란드의 디자인, 공예, 예술이라는 커뮤니티에 속한 예술가들 그리고 로칼을 방문하는 이들에게 언제나 마음의 문을 열고 적극적으로 대화를 이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도들과 더불어 헬싱키의 디스트릭트 거리에 수많은 디자인 상점 중에서도 유독 로칼이 독특하고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이유는 아마도 작은 규모임에도 이들이 지속적으로 존속하고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핀란드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거리풍경이 바뀌는 속도가 빨라지고 얼마 전에 오픈한 상점이 몇 달 후 문을 닫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게다가 소규모 디자이너와 예술가들의 제품을 판매하는 숍이라면 이들에게 지속가능성을 기대하기는 더욱 힘들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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