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니가타(Niigata)현에 위치한 츠바메 산죠(Tsubame Sanjo) 지역은 에도시대부터 조리 도구, 공구 등의 제조업으로 유명한 도시지만 수도권에 인구가 집중하며 점차 소외되어 가고 있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마을을 떠나고, 지역 산업의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공장은 고용 및 후계자 부재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공장은 매일 다양한 물건들이 태어나는 장소이며 장인들의 제작에 대한 열정과 긴 역사를 이어온 자부심이 가득 담겨있는 장소이다.
평소에는 일반 사람들에게 닫혀있는 공간으로 제작 과정이 이루어지는 현장을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는 현저히 부족하였다. 그들의 땀과 정성, 이야기가 가득한 장소를 며칠간 한정으로 견학하고 체험할 수 있는 이벤트 츠바메 산죠 공장의 제전(燕三条 工場の祭典)이 현재 3회째를 맞이하고 있다.
츠바메 산죠 지역은 일본 제일의 금속 가공 산지로 식칼, 프라이팬, 식기 등의 조리 도구를 시작해 프레스, 주조, 기계 가공 등 뛰어난 기술을 가진 4천여 개의 중소기업이 모여 있어 인구 비율 면에서 사장님이 가장 많은 지역으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제작, 공방의 마을이라 불리면서도 실제로 방문했을 때 그 열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 지역의 큰 과제였다.
기업의 7할 정도가 하청 메이커이기에 높은 기술력을 가지고 있어도 기본적으로 자사 제품은 개발하고 있지 않았다. 최종적으로 제품을 완성하는 공장의 경우에도 주문하는 브랜드가 그 앞에 서 있기 때문에 회사의 이름이 알려질 기회는 거의 없었다.
공장의 제전의 전신이 된 것은 2012년까지 개최되던 지역 축제 마츠리가 판매 중심의 이벤트였지만, 사실 판매만으로는 공장이 가진 매력은 제대로 전달할 수가 없었다. 마츠리 기간만이라도 공장을 오픈하고 제작 현장을 공개하는 건 어떨까하는 모 식기 메이커의 제안이 지금의 대대적인 공장 견학 이벤트 탄생의 계기가 되었다.
일반적인 공장 견학은 사전 예약이 필요한 투어 형식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런 예약제 운영 방법은 방문자의 자유도가 낮고 체험 내용 또한 한정된다. 여기에 공장의 제전은 투어형식이 아닌 개방 공장의 정보를 책자와 웹을 통해 공유하고 누구든 예약 없이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는 형태를 취하였다. 또한 기간 중에 각종 워크숍을 기획해 지역의 장인들이 직접 자신들의 일과 제작 과정에 대한 고집을 설명하였다. 공장은 일반적인 사람들에게는 비일상적인 공간이며 현장을 체험할 수 있다는 사실은 모른다. 한편 장인들에게 있어 공장은 일상의 풍경이며 현장에 잠재되어 있는 가치를 잘 실감하지 못한다. 이런 상반된 상황을 연결하는 것이 바로 공장의 제전의 심벌이기도 한 핑크 스트라이프다.
공장의 제전 실행 위원회에는 공장, 츠바메시, 산죠시, 츠바메 산죠 산업 진흥 센터와 외부 크리에이터로 구성된다. 공장의 제전(工場の祭典)이라는 이벤트 명과 열려라 공장(開け、工場)이라는 슬로건 등 핵심이 된 부분은 지역의 장인들이 함께 고민하고 결정한 것들이다. 지금까지 디자인을 매개체로 하는 다양한 기획을 진행해 온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야마다 유를 비롯해 이벤트에 참여한 외부 디자이너팀은 공장의 제전 기획 전체에 핑크 스트라이프 패턴을 입혔다.
이벤트가 열리는 공장은 지역의 곳곳에 산재해 있다. 그 공간들을 잇는 부스나 사인 등을 제작하게 되면 그만큼의 코스트가 발생하게 된다. 디자이너는 이 문제를 핑크색 박스 테이프로 해결하였다. 각 공방들이 공통으로 하는 것은 브로셔와 티셔츠로 한정하고 나머지 사인 등은 장인들이 직접 테이프로 자신들의 공장을 꾸미도록 한 것이다. 자칫 어둡고 삭막한 분위기로 받아들일 수 있는 공장이 핑크색 사선 줄무늬가 그려진 옷을 입고 경쾌한 표정으로 방문자를 환영한다. 대규모 이벤트에서 상상할 수 없는 저렴한 가격으로 아이콘화에 성공한 것이다. 2014년에는 이런 그래픽 적인 효과를 비롯해 지역 부흥을 꾀하는 디자인 프로젝트로서 높은 평가를 받아 굿디자인 상을 수상하였다.
공장의 제전 공식 브로셔
브로셔와 웹을 통해 공개된 맵을 통해 자가용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해 자유롭게 참여 공장을 방문할 수 있다.
공장의 제전에 참여하는 공장의 수는 1회 54개, 2회 59개에 이어 3회 67개로 차근차근 성장해 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 이상으로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이벤트를 찾은 사람들의 숫자다. 이번에는 전회의 1.5배인 1만 9천여 명의 사람들이 이벤트를 찾았다. 그 중 절반 이상이 다른 지역에서 방문한 사람들이었다. 보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 지역의 산업 또한 변화한다. 역사적인 건축물이나 자연 환경만이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쇠퇴한 지역 경제를 되살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벤트가 시작되고 3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공장의 제전은 지금까지 없던, 지금까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가치를 통해 지역 활성의 엔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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