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헬싱키(Helsinki)의 매력을 잘 표현한 영화 카모메 식당(Kamome Diner)의 배경이 되기도 한 아카데미아 서점 건물 1층에는 최근까지도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시내의 중심이라 하얀색 천막 안으로 어떤 공간이 들어설까 많은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는데 핀란드 가구를 대표하는 브랜드 아르텍(Artek)의 새로운 숍이 그 주인공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전 숍도 역시 시내 중심부에 위치했지만, 현재 위치한 케스쿠스 카투(Keskus Katu)는 케스쿠스가 핀란드 어로 센터(Center)를 의미하듯이 마리메꼬(Marimekko), 스토크만(Stockmann) 백화점 그리고 스타벅스(Starbucks) 매장 등이 위치한 그야말로 헬싱키의 중심 거리라고 할 수 있다. 건물 리뉴얼로 인해 이사를 해야만 했던 아르텍은 전화위복으로 현재 공간을 발견하게 되었고 새로운 숍을 오픈하였다.
아르텍을 대표하는 스툴 60으로 꾸며진 숍 입구
아르텍은 지난 80년 동안 핀란드 가구를 대표하는 디자인 브랜드이자 핀란드 인들의 생활 깊숙이 자리 잡은 하나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 해왔다. 핀란드인이 아니거나 아르텍을 모르더라도 창립자인 알바 알토(Alvar Aalto)와 그가 디자인한 스툴 60(Stool 60)에 대해서 보거나 들어 본적은 있을 것이다.
Everyday Design Culture라는 말에서 디자인을 대하는 핀란드 인들의 자세를 알 수 있듯이 디자인은 특별한 날에만 사용하는 것이 아닌 일상생활 혹은 문화를 구성하는 하나의 중요한 요소로 존재하고, 아르텍은 이러한 태도를 형성하는데 있어 그동안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왔다. 수십 년 전에 디자인된 제품이 지금까지도 베스트셀러 상품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여전히 가장 기능적이면서 동시에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시민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으니, 현재 스위스 가구 회사 비트라(Vitra)에 소속되어는 있지만 핀란드 국가 브랜드로서의 위엄과 영향력은 여전해 보인다.
1층 전경과 2층에 마련된 다양한 디자인 서적과 다과 공간
핀란드 국가 브랜드라고도 부를 수 있는 이러한 아르텍의 새로운 숍이 헬싱키 시내 중심부에 오픈했다니, 핀란드의 디자이너들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관심 또한 뜨거웠다. 오픈과 동시에 열린 VIP 파티와 일반인들까지 참여할 수 있는 오픈 파티는 2층, 총 700 스퀘어 미터의 공간이 시종일관 꽉 찰만큼 사람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았고 2층에 마련된 공간에는 직접 사용해 볼 수 있는 다양한 가구들이 제공되었다.
흔히 비싼 디자인가구 앞에는 앉지 마시요. 전시용이라는 푯말이 붙기 마련이지만 몇 백만 원 혹은 천만 원 대에 가까운 가구를 실제로 체험해 볼 수 있도록 제공하는 아르텍의 대범함에서 그들이 자신하는 디자인의 실용성, 견고성뿐만 아니라 핀란드 시민들과 오랫동안 쌓아온 신뢰 또한 엿볼 수 있었다. 또한 아르텍 숍 2층은 리빙룸처럼 다양한 디자인 잡지와 책이 구비되어 있고 커피와 다과를 즐길 수 있도록 카페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헬싱키 시민들의 편의를 살피고 있었다.
2층에서 진행된 스툴 60 워크숍
아르텍으로서는 이번 이사는 아르텍이란 브랜드뿐만 아니라 핀란드 디자인계에게 굉장히 큰 의미가 있었다. 지난 1936년부터 총 80년 동안 숍을 옮긴 횟수가 단 네번에 그친 아르텍으로서는 이렇게 큰 공간을 시내 중심가에 오픈한다는 것 자체가 회사 내의 큰 프로젝트이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차분함과 조용함을 자랑으로 내세워야 할 만큼 한적하고 때로는 적적하기까지 한 핀란드 디자인계에서 아르텍의 새로운 숍 오픈은 큰 이슈거리였다. 그리고 그보다 더 주목해 볼만한 이유는 숍이 핀란드 가구 디자인의 역사와 현재를 한눈에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2층을 아우르는 공간 곳곳에는 아르텍의 가구, 조명, 액세서리 콜렉션이 공간을 구성하고 있고 최근 디자인 박람회에서 소개된 아르텍의 새로운 가구과 오직 아르텍 숍에서만 접할 수 있는 스페셜리스트도 함께 전시되었다. 아르텍의 가장 대표적인 베스트셀러인 알바 알토의 스툴 60을 그 자리에서 소비자의 취향에 맞게 새롭게 디자인해 볼 수 있는 워크숍과 함께, 스툴 60의 부품으로만 채워진 벽면과 아르텍의 세컨 핸드숍에서 판매하는 오래 사용한 흔적이 남아 있는 스툴 60 등 그 역사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제품들과 현재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제품들이 공간을 촘촘히 채우고 있었고 이는 마치 현대적인 방식의 디자인 박물관을 연상케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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