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임스(Eames)라는 이름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20세기 중반 활동했던 미국의 디자이너 찰스 임스(Charles Eames)와 레이 임스(Ray Eames) 부부를 일컫는 이름은 그 자체로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다. 세계적인 가구 제조 회사 허먼 밀러(Herman Miller)와 비트라(Vitra)를 통해 생산되는 그들의 가구는 임스 체어(Eames Chair)로 불리며 70년이 넘는 세월동안 사랑을 받고 있다. The Best for the Most for the Least 라는 모토아래 대중을 위한 혁신적인 디자인을 선보였던 임스 부부의 디자인 세계를 런던 바비칸 갤러리(London Barbican Gallery)의 전시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두 사람은 크랜브룩 아카데미(Cranbrook Academy)에서 교수와 제자로 처음 만나 사랑을 키웠다. 건축을 전공했던 찰스와 추상 회화에 두각을 보였던 레이는 일에서나 가정에서나 완벽한 파트너쉽을 자랑하였다.
두 사람은 결혼과 동시에 연구소를 설립하여 합판 성형 기술 즉 나무에 열과 압력을 가해 원하는 모양을 만들어내는 기술을 숙련하는데 많은 노력을 쏟았다. 당시 미국은 2차 세계 대전을 겪고 있었고 임스는 부상 병사들을 안전하게 이송시킬 수 있는 나무 부목을 제작하고 공급하여 스튜디오의 규모를 키워나갔다. 한편으로 나무를 소재로 추상적인 예술 작품을 만들기도 했다. 곧 두 사람은 상업성과 예술성을 함께 만족시키는 가구 디자인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과거에 찰스가 구상했던 의자 디자인을 합판을 이용해 대량생산에 적합한 형태로 발전시키기에 이른다.
임스의 나무 부목 디자인과 추상적인 오브제로 기존에 쓰이던 강철 재질에 비해 부상자의 다리를 훨씬 안정적으로 지지하여 효과적인 응급처치를 도왔다.
임스의 대표작 LCW(Lounge Chair Wood), 1999년 타임 매거진은 LCW를 세기의 의자로 선정했다. 합판 성형 기술을 통해 견고하면서도 사람의 몸을 부드럽게 감싸는 유기적인 디자인의 의자를 완성한 것이다.
1950년에 처음 생산된 파이버글라스 체어(Fiberglass Chair), 당시로써는 획기적인 소재로 꼽히던 유리섬유(Fiberglass)를 가공하여 등받이와 시트가 하나로 이어진 플라스틱 의자를 선보였다. 가볍고 튼튼할 뿐만 아니라 가죽이나 나무 소재의 의자보다 가격이 저렴하여 학교, 공항, 사무실 등의 공공시설에 빠르게 보급되었다. 단순한 형태와 감각적인 컬러 덕분에 모던 체어의 상징적인 디자인으로 꼽혔다.
삶의 에너지를 대부분 일에 쏟아 부었던 임스 부부에게 집은 곳 작업실이었고 스튜디오는 놀이터였다. 1949년 캘리포니아 잡지 아트 앤 아키텍쳐(Arts and Architecture)의 주택 사례연구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그들이 살 집을 직접 설계하고 공사에 참여했다. 케이스 스터디 하우스 넘버 8(Case Study House No.8)로 불리는 임스의 자택은 그들의 일과 삶에 대한 철학이 고스란히 녹아든 공간이었다.
케이스 스터디 하우스 넘버 8(Case Study House No.8)
미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었던 철과 유리를 주재료로 하여 저렴하고 시공이 간단하면서도 조형미가 돋보이는 모던 하우스를 지었다. 1층의 탁 트인 거실은 임스가 디자인한 가구를 들여놓는 쇼케이스 장의 역할을 했다. 또한, 예술과 디자인계의 넓은 인맥을 자랑했던 임스 부부는 종종 손님을 초대하여 문화 교류의 공간으로도 활용했다. 작업실과 침실이 위치한 2층에는 여행에서 수집한 마스크, 배, 기차 모형 등 그들의 영감을 자극하는 다양한 오브젝트가 가득하였다. 미니멀한 집 외부와는 달리 내부는 창조적 에너지가 가득한 삶의 공간이었다.
리플리카 오브 더 뮤지컬 타워(Replica of the Musical Tower)
임스 연구소 입구에 설치된 15피트 높이의 실로폰 타워. 타워 꼭대기에서 작은 공을 떨어뜨리면 계단식으로 떨어지면서 곡을 연주한다. 새로운 직원이 들어올 때마다 실로폰 블록의 위치를 변경해 항상 색다른 음악이 흐르곤 했다.
아름다우면서도 실용적인 디자인, 그리고 무엇보다 대중을 위한 디자인을 실현하고자 했던 임스 부부는 가구 디자인을 통해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고 건축, 영화 제작, 시각 디자인 등의 분야로 무한히 확장하며 통합적인 디자인 프로세스와 철학을 구축해 나갔다. 특히 인류가 발전하는 데 있어서 효과적인 정보 전달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임스는 미국 정부와 IBM이 주관하는 대대적인 전시와 프레젠테이션 디자인에 참여해 획기적인 결과물들을 선보였다. 찰스와 레이 임스의 창조적인 에너지와 통합적 디자인 사고는 7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훌륭한 본보기로써 큰 울림을 남기고 있다.
띵크(Think)
1964년 뉴욕 세계 박람회의 IBM 전시장의 메인을 장식한 슬라이드 쇼 띵크, 커다란 원구 형의 극장에 설치된 22개의 스크린을 통해 해설을 따라 다양한 이미지 및 영상을 동시 상영함으로써 IBM의 비전을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파워 오브 덴(Powers of Ten)
1977년 IBM의 후원을 받아 제작한 단편영화 파워 오브 덴, 10의 제곱수만큼 카메라의 뷰파인더를 확대, 축소함으로써 우주와 지구에 존재하는 사물의 상대적인 규모를 보여주는 교육용 영화이다. 우주의 행성부터 우리 몸속 세포에 이르기까지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게 정리된 이미지를 일관된 시점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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