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거대 유통기업 월마트(Walmart)의 본사가 있는 미국 아칸소(Arkansas)주 벤톤빌(Bentonville)시에 자리한 크리스털 브리지 미술관(Crystal Bridges Museum of American Art)은 월마트의 창업자 샘 월턴(Sam Walton)의 딸인 앨리스 월턴(Alice Walton)이 설립한 미국 미술의 역사를 담고 있는 곳이다. 미국 원주민의 미술품을 시작으로 잭슨 폴록(Jackson Pollock), 앤디 워홀(Andy Warhol) 등 현대에 이르기까지 미국 미술의 역사가 망라된 이곳에 거대한 작품 하나가 추가되었다. 그것은 뉴저지(New Jersey)에서 통째로 옮겨 온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의 바크만 윌슨 하우스(Bachman Wilson House)이다.
건축물을 옮기는 작업이 간단한 일이 아닌 만큼, 이번 결정은 그들의 건축에 대한 강한 관심을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크리스털 브리지 미술관의 건축 자체도 몬트리올(Montreal)의 하비타트 67(Habitat 67), 캐나다의 피바디 에식스 박물관(Peabody Essex Museum) 등의 건축물로 유명한 세계적인 건축 디자이너 모쉐 사프디(Moshe Safdie)가 설계를 맡았다. 그는 2015년 미국 건축가 협회로부터 골드 메달을 받는 영광을 차지하였으며, 말런 블랙웰 건축(Marlon Blackwell Architect)이 설계한 미술관 스토어는 실내 건축상을 받았다. 그들은 소장품만큼이나 그것을 담은 건축물에도 공을 들이며, 예술의 힘과 자연의 아름다움이 조화를 이루어 그것이 관람객에게 전해지기를 바라는 그들의 생각을 건축에 담았다. 그리고 자연과 교감을 나누는 미술관의 이런 모습과 닮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건축을 들여오게 된 것이다. 또, 집을 옮겨옴으로써 중요 건축물을 보존하는 기회를 얻고, 무료로 지역사회 주민들에게 투어, 관련 프로그램, 교육 자료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집은 원래 1954년에 설계되어 1956년에 뉴저지 마일스톤(Milestone)의 마일스톤 강을 따라 완공되었다. 강변에 자리한 집이 홍수에 잠기기 일쑤였고 건축가, 디자이너 팀인 로렌스(Lawrence)와 샤론 타란티노(Sharon Tarantino)는 1988년에 이 주택 원래의 영광을 되찾게 하려는 생각으로 이를 구매한 뒤 수차례 힘겹게 복구를 하였지만, 침수로 인한 손상이 계속되면서 궁극적으로 그들은 이 주택을 보존하기 위해 이전을 결정하였다. 타란티노는 2013년 CBS 선데이 모닝 쇼에 크리스털 브리지 미술관의 방송을 보고 이곳이라면 더 안전하게 이 주택을 잘 보존하여 다음 세대에 물려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고, 곧 미술관의 관계자에게 연락하여 바크만 주택의 이전에 대해 논의하였다.
이 주택의 이름은 첫 주인의 이름인 에이브 앤 글로리아 윌슨(Abe and Gloria Wilson)과 그의 형제이자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실습생이었던 마빈 바크만(Marvin Bachman)의 성을 각각 따서 지어졌다.
아칸소 대학(University of Arkansas)의 페이 존스 건축과 디자인 학교(The Fay Jones School of Architecture and Design)가 재건에 참여하였다. 페이 존스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수습생이자 후배였다. 그래서 아칸소 대학의 학생과 교직원들은 바크만 윌슨 하우스(Bachman-Wilson House)에 방문하기 전 마련된 웰컴 파빌리온(Welcome Pavilion) 구조물의 설계, 개발, 건축뿐만 아니라 미술관 남쪽 로비에 전시된 집의 축적모형 제작을 맡았다. 이 협력작업은 지역의 다음 세대 건축가들에게 연구와 실제적인 건축경험을 할 기회를 제공하였다.
크리스털 브리지 미술관의 이사 스콧 에클레스턴(Scott Eccleston)가 재건 과정을 주도하였다. 그 팀은 하이트 잭슨 어소시에이츠(Hight Jackson Associates)의 수석 건축가 론 셸비(Ron Shelby), 빌 페이버 건축(Bill Faber Construction)의 빌 페이버, 그리고 숙련된 건축 노동자와 전문가들이 팀을 이루었다. 그들은 주택의 모든 구조물을 분해하고 각각의 구성요소에 이름을 붙여 포장하고, 1,235마일 여정을 달려서 2014년 4월에 아칸소에 도착하였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주택은 현재 미술관 남쪽 입구 근처에서 원시 숲과 크리스털 스프링을 내다보는 전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콘크리트, 나무, 유리 등의 재료가 사용된 이 주택은 퍼즐 조각을 맞추듯 최대한 원작에 가깝게 복구되었다. 콘크리트 블록 벽과 바닥 부분은 라이트의 설계도를 따라 새롭게 지어졌지만, 마호가니 대부분은 원작에 사용됐던 것 그대로 사용되었다. 오히려 옮기는 과정에서 집의 원래 요소들이 더 잘 보존되도록 효율성을 높이는 기회가 생겼다. 예를 들어, 집안의 마호가니를 더 잘 보호하도록 기후 제어 시스템이 설치되었다. 이런 사례는 디자인을 바꾸지 않으면서 주택을 보존하기 위한 미술관 노력의 일환이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유소니언 하우스(Usonian House)는 제3의 시공자도 지을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크리스털 브리지 팀은 라이트의 원본 설계를 따랐지만 원래 건물이 지어질 당시 건축가에 의해 조정된 부분이 있었고, 게다가 침수피해로 인한 복구작업이 수차례 이루어지면서 원작에서 변형된 부분이 많아 재건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바크만 윌슨 하우스(Bachman Wilson House)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유소니언 하우스(Usonian House) 건축의 한 예이다. 유소니언 하우스는 경제 대공황과 뉴딜(New Deal) 정책이 만들어낸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개발된 주택 건축 스타일로 명백하게 미국답고 민주적인 스타일의 주택건축이다. 처음 지어진 유소니언 하우스는 1936년 제이컵 하우스(Jacob House)였다. 보통 유소니언 하우스가 단층으로 지어졌지만, 고객의 요청에 따라 수정되기도 하였다. 그래서 바크만 윌슨 하우스를 포함한 몇 개의 주택은 2층으로 지어졌다.
1930년대부터 지어진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유소니언 하우스는 미국 중산층 가정을 위해 단순하게, 저비용, 고효율로 지어졌다. 기존에 짓던 그의 맞춤형 주택보다 저렴한 콘크리트 벽돌 같이 저렴한 기성품을 활용하였고, 모듈화 그리드 시스템과 열린 평면으로 많은 기능을 작은 공간에 적용했다. 2013년 미국 평균 집의 크기는 2,662제곱피트(약 75평)였다. 1,800제곱피트(약 50평)의 바크만 윌슨 하우스에 방문한 관람객들은 효율적으로 설계된 공간에 감탄하며 사람이 편안하게 사는데 굳이 그렇게 넓은 공간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에 공감하였다. 근래에는 편안한 안식처로서의 집의 의미보다 투자나 재산으로서의 의미가 커져 버렸기 때문은 아닌지 반성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많은 유소니언 하우스가 그렇듯이 도로에 접한 면은 창문을 적게 만들어 사생활을 보호하고, 자연 쪽으로 접한 면은 통유리창으로 만들어 자연경관을 집안으로 들여왔다. 거실에 난 큰 창은 거실을 자연광으로 가득하게 하고, 난방 기능까지 겸했다. 또, 콘크리트 슬래브 아래에 난방시설을 설치해서 난방으로 발생하는 열을 활용하여 비용을 절감했다. 이것은 품질은 희생하지 않고 건축학적으로 잘 지어지면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설계한 그의 생각이 담겨있는 주택이다. 즉, 유소니언 하우스는 라이트의 관점에서 봤을 때 굉장히 민주적인 주택이었다.
라이트는 유소니언 하우스를 공간에 대한 새로운 감각, 빛 그리고 자유로 묘사하였다. 가구 대부분은 공간을 절약하는 동시에 남는 건축 자재를 활용하기 위해 붙박이로 제작되었다. 우리가 지금 생각하기에 친환경적이라고 하는 것들을 그는 이미 실천하고 있었다. 파이프 온돌을 난방으로 사용하였고, 크게 옆으로 삐져나온 지붕은 주차된 자동차에 그늘을 마련해주었다. 유소니언 하우스는 수평 라인이 지배적이고, 건물 크기보다 옆으로 많이 돌출된 평평한 지붕으로 자연과의 접속을 도모한다.
바크만 윌슨 하우스는 플라타너스의 날개 모양 씨앗에서 영감을 받은 기하학적 패턴으로 재단된 클리어스토리(Clerestory) 창이 있다. 유소니언 하우스는 각각 독특한 디자인의 클리어스토리 창을 가지고 있는데, 이 창문을 통과한 빛은 주택의 바닥과 벽면을 통과하여 극적인 그림자를 만들어낸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재료의 자연스러운 물성을 숨기거나 왜곡하지 않고 자연에서 건축의 색채를 얻고, 식물이나 깃털 등 자연에서 디자인의 모티브를 얻는다.
바크만 윌슨 하우스에서도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주요 디자인 모티브인 난로가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그는 난로를 집의 심장쯤으로 여기며 주택의 중앙에 둠으로써 에너지 효율을 높였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남북전쟁 직후에 태어나서 문화와 기술의 엄청난 변화와 발전을 몸소 경험하였다. 그는 이런 변화들을 포용하면서 미국 근대 건축발전에 계시적 역할을 하였다. 그는 1,000개 이상의 건축물을 설계했고, 그중 532개의 건물이 실제로 지어졌다. 430점은 그가 살아있을 때 지어졌으며, 102점은 그의 사후에 지어졌다.
라이트의 건축스타일은 그의 긴 경력 동안 바뀌어왔지만, 수직과 수평의 연관관계, 기능적이고 효율적인 평면, 소재의 정직한 표현,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형태, 건물의 안과 밖의 시각적 경계를 허물어버리는 창문의 사용 등 그가 초기에 확립한 건축적 사고와 원칙에 기초한 건축언어는 일관적이었다. 라이트의 중기 건축물은 그 자체의 형태와 그 건물이 놓이는 대지와의 연관성 두 부분 모두에서 더욱 자연 친화적이었다. 그의 건축물은 그것이 놓인 환경을 수용하며 품위를 가진다. 대표적인 예로 폭포 위에 떠 있는 듯한 낙수장을 들 수 있다. 유기적인 건축은 구겐하임 미술관(Guggenheim Museum)에서 극에 달했다. 자연에서 형태를 끌어냈고, 사람들이 미술을 새로운 방식으로 접하는 경험을 만들어냈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10개 건축물이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 후보에 올랐다. 그의 작품들은 인류에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있는 장소(Places on Earth that are of Outstanding Universal Value to Humanity)로 미국 현대건축으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여러 가지 한계로 대중을 위한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려던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계획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유소니언 하우스는 미술관에 속한 거대한 예술작품으로 남게 되었다.
http://www.crystalbridges.org/architecture/frank-lloyd-w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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