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는 난민을 포용하기 위한 움직임과 그들을 가로막는 움직임 사이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난민포용을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난민은 갑자기 자신의 영역에 나타나 도움을 호소하는 혼란스럽고 두려운 존재일 것이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선뜻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핀란드도 예외는 아니다. 얼마 전 두건을 쓴 몇 명의 핀란드 인들이 난민을 공격하거나 시위를 하는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물론 굉장히 소수의 의견이 행동으로 이어진 경우이지만 이렇게 평화롭고 이상적인 나라에서도 난민들에 대한 두려움과 혼란은 피해갈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이러한 두려움과 혼란스러움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미디어가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요인일 것이다. 어지러운 거리에서 울고 있는 난민 어린이, 보트를 붙잡고 울고 있는 난민, 좌절하는 난민의 모습 등 선정적이고 비참한 난민의 이미지가 매일 미디어를 통해 보도 되고 있고 사람들은 미디어가 보도하는 이미지를 통해 난민들의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이러한 미디어의 문제는 난민에 대한 동정을 넘어 이들이 굉장히 혼란스러운 존재라는 이미지와 편견까지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이다.
난민 공화국은 아티스트와 디자이너의 시각을 통해 실제로 존재하는 난민들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는 다큐멘터리다. 흔히 선형적인 스토리를 따르는 다큐멘터리가 아닌 웹사이트 형식의 인터랙션 트랜스미디어 다큐멘터리(Interactive Transmedia Documentary)라고 부를 수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소셜 디자인 컨퍼런스, What Design Can Do에서 난민공화국에 참여하고 있는 예술가 중 한명인 얀 로투이젠(Jan Rothuizen)이 자신들이 처음 난민캠프에 방문해서 받았던 인상에 대해 설명을 하였다. 그들이 만난 난민들은 누구나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충격에 휩싸여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닌, 새로운 삶을 건설하기 위해 하루하루를 정성을 다해 활발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집을 가꾸고, 빵을 사러 가고 일을 찾아보거나 심지어 사업을 시작하기도 한다. 그리고 일상을 즐기고 사랑에 빠지며 이웃들과 실랑이도 하고 결혼하고 아이도 갖고 그 아이를 학교에 보낸다. 이러한 모습을 지켜본 예술가들은 서구 미디어가 보도하는 난민들에 대한 이미지에 편견이 담겨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좀 더 사실적인 난민들의 모습을 전달하기 위해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로 결정하였다.
이러한 실험적인 다큐멘터리 난민 공화국은 이라크 북쪽에 위치한 시리안 난민 캠프의 일상을 담고 있다. 이 다큐멘터리의 제작자인 예술가 얀 로투이젠과 멀티미디어 저널가인 마틴 반 톨(Martijn Van Tol), 포토그래퍼 디르크 얀 비설(Dirk Jan Visser ) 그리고 웹 제작자 아르트 얀 반 더르 린덴(Aart Jan Van Der Linden)은 난민캠프를 방문하여 자신들이 직접 목격하고 경험한 난민들의 일상을 담은 그림과 영상, 사진, 소리와 글 등 복합적인 미디어 작품들을 웹 다큐멘터리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
난민 공화국은 한눈에 시리아(Syria) 북쪽에 위치한 난민들의 일상을 지켜볼 수 있는 지도 형식으로 제작되었다. 단순한 선으로 그려진 지도는 사용자에 따라 변화하며 지도의 인터랙션을 따라가다 보면 기존에 계획한 38,000명을 훨씬 뛰어넘은 64,000명의 난민캠프 거주자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이 지도에는 건축 루트, 스마트 루트, 삶 루트, 돈 루트까지 네 가지의 루트가 있다. 한가지의 루트를 선택해 들어가면 마우스 스크롤링과 클릭, 스위핑을 통해 단순한 선으로 그려진 캠프를 탐방할 수 있고 지도 곳곳에 개제되어 있는 그림, 사진, 영상을 통해 캠프에서 삶을 이어나가는 거주민들의 생생한 삶을 만날 수 있다.
아이러니 하게도 이들은 사실적인 난민들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예술가로서 그들의 주관적인 해석을 용인하고 있다. 이들의 그림, 사진 , 글, 영상에는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만의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시각이 담겨있다. 선형적인 형식이나 위계를 따르지 않고 제작자의 자유로운 선택을 따른다. 좀 더 사실적인 난민들의 모습을 그려내기 위한 자유롭고 주관적인 접근법이 아이러니하고, 때로는 굉장히 비논리적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 아래에는 난민들이 가변적인 익명성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 바라보기 위한 의도가 존재하고 있다.
디자인이 난민사태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질문해보면 한 개인이 풀어나가기엔 너무나도 큰 문제에 시작도 하기 전에 기가 질리거나 문제점을 파악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하나하나 짚어나가다 보면 난민 공화국 다큐멘터리와 같이 해결점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있다.
이 다큐멘터리는 서브마린 채널(Submarine Channel)과 드 폭스크란트(De Volkskrant)에 의해 2012년에 제작되었고 2014년 11월 20일 암스테르담 다큐멘터리 페스티벌(the Amsterdam documentary festival IDFA) 에서 개봉되었다. 개봉 이후 네덜란드, 독일, 미국 등 전 세계의 다큐멘터리 상을 휩쓸고 있으며 2015년에 들어 심각해진 난민사태에 의해 난민들의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으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영어와 네덜란드어로 제공되고 있으며 현재도 꾸준히 난민들의 삶을 담은 작품들이 제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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