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도시에서 집을 짓는다면 항상 두 가지 문제와 마주치게 된다. 지진과 좁은 대지일 것이다. 가정용품에 이어 집까지 제품 목록을 추가한 무지(Muji)도 피할 수 없는 과제였다. 올해 무지가 선보인 최신 조립식 주택 모델, 버티칼 하우스(Vertical House)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소하려 한다.
일본 전통 건축의 특징 중 하나는 복잡한 장부와 장붓구멍이다. 장부의 촉을 구멍에 끼워 맞추는 방식으로 보와 기둥을 연결하는 것이다. 버티칼 하우스도 이러한 접합부 설계를 지니고 있다. 다만 각 구성부를 강화하고 본래 목재로 된 장부촉을 튼튼한 철물로 대체하여, 지진 하중을 버티는 힘을 극대화하였다.
버티칼 하우스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공간의 분할 방식이다. 좁은 대지를 최대한 활용하려면 건물을 수직으로 올리는 수밖에 없다. 주택명이 수직인 것도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무지는 이 작은 건축면적의 집을 색다른 방식으로 분할하였다. 집 가운데를 수직으로 관통하는 개방형 계단이 각 층을 둘로 나누는 것이다. 버티칼 하우스의 한 층은 끊임없이 연결된 것이 아니라 가운데 계단으로 분할되며, 그 위치도 조금씩 다르다. 스킵 플로어(Skip Floor)라 하기에는 미묘한 차이지만, 한 층을 두 개의 구역으로 나누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분할된 여섯 개의 공간은 마치 층고가 다른 다락방 여섯 개가 벽체 없이 이어지는 것과 비슷하다.
각 공간의 층고는 불규칙하다. 서구 주택에서 머드룸(Mudroom)에 해당하는 옥외 현관부는 물론, 1층의 세탁실과 바로 그 위에 있는 부엌의 층고는 모두 낮다. 개방감과 시원한 높이가 우선하지 않는 작업공간으로 간주하였기 때문이다. 반대로 가족이 모이는 거실의 층고는 집에서 가장 높은 3m에 위치한다. 방의 층고도 조금씩 달라서, 주침실인 안방이 아이들의 방보다 천정이 좀 더 높다.
이것이 무지가 선보인 버티칼 하우스(Vertical House) 수직 주택의 기본 배치 방식이다. 하지만 모든 소비자가 같은 요구와 바람, 예산을 지닌 것은 아닐 것이기 때문에 미혼자인가 기혼자인가, 애완동물을 기르는가, 노인을 돌보는 가정인가 등 가족의 형태는 물론 거주자의 직업에 따라서도 공간에 대한 요구가 다를 것이다. 무지는 이처럼 다양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버티칼 하우스에 7가지 변형을 주었다. 어떠한 공간 구성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주택의 가격은 2천만 엔에서 2천 5백만 엔까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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