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를 이끌어 온 거대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특성을 그대로 반영하는 듯하다. 넓은 영토에 많은 인구를 가진 나라에서 효과적으로 모든 계층이 즐길 수 있는 제품을 만들려면 저렴한 비용으로 빠르게 많이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미국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코카콜라, 맥도날드, 월마트, 포드자동차, 제너럴 일렉트릭(General Electric) 등을 꼽을 수 있는데, 그동안 그들은 생산단가를 줄이기 위해서 품목은 적게, 하나의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하거나 유통함으로써 효율을 높이고자 노력해왔다. 그렇게 소 품목 대량생산은 미국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되었지만, 과학기술의 발전과 인간 삶의 질의 향상은 오늘날 시장 상황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애플과 아마존 같은 기업들은 더욱 신속하게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고, 수많은 신생기업은 섬세하게 소비자의 요구에 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의 생산방식만을 고수하던 거대기업들도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 한 예로 GE의 퍼스트 빌드(First Build)를 들 수 있다.
퍼스트 빌드는 빠르게 변하는 소비자의 요구와 시장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아이디어의 하나로 소량생산을 할 수 있도록 GE와 로컬 모터스(Local Motors)가 함께 마련한 온·오프라인 공간이다. 로컬 모터스(Local Motors)는 쿼키(Quirky)와 비슷한 크라우드 소싱(Crowd Sourcing) 디자인 커뮤니티로 사람들의 자동차 혁신 아이디어를 실현하게 해주는 온·오프라인 작업장이다.
크라우드 소싱(Crowd Sourcing)은 대중(Crowd)과 외부자원활용(Outsourcing)의 합성어로, 기업이 제품이나 서비스 개발과정에서 외부 전문가나 일반 대중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참여자 기여로 혁신을 달성하면 수익을 참여자와 공유하는 방법을 말한다.
퍼스트 빌드는 공동창작과 소규모 제조(Micro Manufacturing)에 역점을 두고 냉장고, 가스레인지, 세탁기 등 대형가전의 디자인, 시험과 제작에 이용될 것이다. 기본적으로 그것은 로컬 모터스가 기존에 하던 방식처럼 협력을 통해 빠르게 소량생산 제품을 만들 것이다.
기존에 GE가 한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해냈다면, 퍼스트 빌드는 비용을 절감하는 소규모 제조, 즉 한 제품의 제작에 참여한 팀원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프로젝트를 감독할 수가 있다. 따라서 형식적인 절차를 거치는 데에 드는 불필요한 시간과 인력낭비를 줄일 수 있고, 출시된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에 따라 제품을 빠르게 수정, 보완하는 의사결정권을 실무진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고객의 요구를 제품에 반영하기가 쉽다.
GE의 글로벌 혁신 사업부의 전무이사인 스티브 리구오리(Steve Liguori)는 지난 수년간 GE는 소비자와 함께 제작하는 공동창작(Co Creation), 열린 콜라보레이션과 동반관계, 그리고 연구 개발(R&D, Research and Development)에 초점을 두고 혁신에 대한 접근을 재정의해 왔다. 그것으로 우리는 새로운 이들과 인연을 맺게 되었고 다양한 산업부문을 아우르는 발전이 가능하게 되었다. 오늘날 제조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시작되고 있다. 로컬 모터스와 함께 우리는 미래 소비자의 요구를 만족하는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또 더욱 향상되고 다양해진 GE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계속해서 새로운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힌다.
GE는 올해 4분기까지 퍼스트 빌드를 통해 소규모 주방 생산을 시작하는 공식적인 계획을 발표하였다. 밀레니엄 세대(Millennial)와 베이비 붐 세대(Baby Boomers)가 소형 도시주거환경으로 몰려나오는 경향을 겨냥해 디자인 컨셉을 모노 블록(Mono Block)으로 잡고 고급 주방을 6피트 폭의 콤팩트한 유닛에 맞추는 프로젝트이다.
초소형 주방의 디자인은 전형적인 캐비닛 세 개로 보이지만 내부는 완전히 다르다. 맨 오른쪽 유닛의 호두나무 도마를 들어내면 수도꼭지와 개수대가 나온다. 그 아래는 고급 식기 세척기가 차지하고 있다.
가운데 유닛에는 냉동고 또는 냉장고가 있으며 왼쪽은 최고급 조리용 가전을 보관하고 있다. 깨지지 않는 유리 상판 아래에는 인덕션 가열 판이 있어서 어떤 크기나 모양의 냄비도 가열할 수 있다.
왼쪽 유닛의 가운데 부분을 잡아당기면 어드밴티움(Advantium) 전자레인지가 나오고, 아랫부분은 컨벡션 오븐이 들어있다.
퍼스트 빌드 팀은 아직 정확한 컨셉을 마무리하는 중이지만 이 구성으로 대략 만 오천 달러의 소매가를 예상하고 있다. GE는 각각의 모듈을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맞춤형으로 판매할 계획을 하고 있다고 밝힌다. 하지만 차가운 냉장고와 뜨거운 오븐이 맞닿아 있는 구조로 제품에 무리가 가는 점과 비교적 높은 가격은 앞으로 GE와 퍼스트 빌드가 해결해야 할 과제일 것이다.
퍼스트 빌드에서 하는 일은 다음과 같다.
1. 관념화시키기(Ideate)
아이디어는 주요 가전제품을 개발하는 도전과제를 푸는 시작점이 된다. 이 아이디어는 그림이나 설계, 글 등으로 나타낼 수 있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생각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현실화하기 위해서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것이 첫 번째 단계이다.
2. 평가하기(Evaluate)
투표와 댓글은 퍼스트 빌드의 중추적인 부분이다. 그것은 어떻게 하면 좋은 아이디어를 더 훌륭한 아이디어로 바꿀 것인지, 그리고 어떤 아이디어를 상품화시킬 것인지를 결정한다.
3. 만들어 보기(Make)
만들기 단계는 창작 과정에서 대단히 중요한 단계이다. 그들은 문제를 찾아내거나 제품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길이 직접 만들어보는 것이라고 한다. 퍼스트 빌드는 공간과 도구, 그리고 시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들을 공급한다.
4. 생산하기(Produce)
퍼스트 빌드 초소형 공장의 앞선 제조 기술은 적은 수량의 제품을 빠르게 생산할 수 있다. 그것은 소비자의 빠른 피드백으로 연결되고 그것이 다시 제품에 반영되어 고객이 디자인에 행사하는 영향력을 크게 한다.
5. 팔기(Sell)
퍼스트 빌드는 사람들의 훌륭한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제품을 팔고 알리는 것을 도울 것이다.
퍼스트 빌드의 커뮤니티는 구성원의 창의성과 혁신의 영감에 가속도를 붙여주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퍼스트 빌드는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물리적인 공간일 뿐만 아니라 뜻이 비슷한 사람들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나타내기도 한다. 우리의 아이디어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장소일 뿐만 아니라 여유롭게 다른 창의적인 생각들을 살펴보며 쉬어가는 곳이기도 하다. 또 그들은 지적 재산권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공유된 아이디어는 저작물 사용 허가표시(Creative Commons License) 아래 보호된다. 따라서 이 사이트에 있는 아이디어들을 퍼스트 빌드에서 누구나 사용할 수 있지만, 권리는 최초 그 아이디어를 생각해 낸 사람에게 주어질 것이다.
퍼스트 빌드는 보통의 대량 생산 환경이었다면 세상에 나오기 어려웠을 빛나는 아이디어들이 제품으로 탄생하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공식적인 오픈을 앞두고 주어진 도전과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두 가지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다. 하나는 뉴욕의 하이엔드 소비자를 위한 가전인데 개수대, 식기 세척기, 냉장고, 오븐, 전자레인지와 쿡탑이 제한된 공간(7ft x 25in)에 하나의 콤팩트한 단위로 설치되어야 한다. 또 다른 공모전은 실외에서 주로 사용하는 그릴을 실내에 들여놓았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한 실내용 그릴 디자인에 대한 것이다.
3D 프린터로 이름이 알려진 메이커봇(MakerBot),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매월 일정 금액을 내고 작업장과 장비를 이용하여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공동체 스튜디오인 테크숍(TechShop)과 동반자 관계를 맺고 새로 시작하는 초소형 공장의 첫걸음에 그들의 장비와 전문지식을 빌려주기로 하였다.
퍼스트 빌드는 미국 켄터키(Kentucky)주 루이빌 대학교(University of Louisville)에 개관을 앞두고 관련 산업의 엔지니어, 디자이너와 학생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퍼스트 빌드(First Build)는 창작과 제작의 발전을 돕는 사회적 공동체이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주방, 세탁 가전 등 집에 관련된 혁신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거기에 그치지 않고, 궁극적으로는 제품화시킬 수 있는 우리 삶에 관련된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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