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건축 거장 요른 웃존(1918년~2008년)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Sydney Opera House)일 정도로 그의 건축은 세계 곳곳에 퍼져 있지만 모국인 덴마크에도 많은 작품을 남기고 있다. 그중 대표적 곳이 바우스배어 교회(Bagsværd Church)이다.
덴마크를 비롯한 북유럽 국가들의 주요 종교는 루터파 기독교이다. 스웨덴처럼 국교 제도를 폐지한 나라도 있지만 덴마크 등은 아직도 공식 국교가 루터파 교회로 대략 80%정도의 사람들이 공식적으로 루터파 신자로 등록되어 있다. 독일 등과 비슷하게 북유럽에서도 교회는 국가에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는데 신자로 등록을 하게 되면 소득의 일정부분을 교회세로 내게 되고 이렇게 걷어진 교회세는 교회의 다양한 활동을 위해 쓰이게 된다.
북유럽은 다른 의미로는 가장 세속적인 곳이기도 한데 실제 교회예배 참여율은 5%미만이다. 80%에 달하는 공식 신자와 5%라는 낮은 예배 참여율은 모순적으로 보이지만 교회는 보통 사람들의 출생, 결혼, 장례 등 인생사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들이 이루어지는 곳이라는 점에서 북유럽 사람들의 삶속에 깊이 뿌리 내리고 있는 곳이다. 이렇게 교회가 국가와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독립 교회가 아닌 루터파 교회의 경우는 교구가 따로 있고 한 교구에 하나의 교회가 존재하게 된다.
덴마크 같은 경우 지방 자치제가 가장 복잡한 나라중의 하나이다. 작은 나라에 30개가 넘는 코뮨(Commune)이 존재하고 각 코뮨은 상당한 범위의 자치를 누리는데 교육, 사회, 복지 등의 정책 결정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지방세의 세율도 자율적으로 정해서 걷을 정도이다. 보통 이런 코뮨에는 몇 개의 교구가 존재하고 각 교구에 존재하는 교회들은 거주민들의 출생, 결혼, 사망 등과 관련된 호적을 공식적으로 관리하는 한국의 동사무소와 같은 기능을 수행한다. 이 밖에도 교회는 예배 이외에도 콘서트나 강연회 공공 시민모임 등의 장소로 이용되고 유치원 취학 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놀이방을 운영하는 등 교부받은 세금으로 다양한 공익적 활동을 하는 장소이다. 이런 의미에서 북유럽 교회 건축은 종교 시설로서의 의미뿐만 아니라 공공 건축으로서의 의미도 강하게 포함하고 있다.
천창을 통해 부드러운 곡선을 따라 빛이 흘러내리고 있다. 요른 웃존이 디자인한 오르간과 제단도 인상적이다.
바우스배어 교회(Bagsværd Church)는 코펜하겐 외곽의 서북쪽에 위치한 글랠삭스 코뮨에 위치한 조그마한 교구이다. 이 교구에는 교회가 없어서 같은 코뮨 내의 다른 교회를 이용하다가 1960년대 후반 독립적인 교회 건설이 추진되었는데, 요른 웃존이 건축가로 선정되었다. 바우스배어 교회가 위치한 지역은 양로원과 글랠삭스 코뮨의 여러 공공건물이 위치한 부지로 교회에 배정된 곳은 도로가의 좁은 땅이었다. 요른 웃존은 이곳에 덴마크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건물을 만들어 내었다.
콘크리트 패널과 타일로 이루어진 외벽. 중세 교회의 모습을 현대적인 표현으로 되살리고 있다.
바우스배어 교회(Bagsværd Church) 채플(Chapel) 예배당
현대적인 재료와 기법을 사용하고 있지만 도로에서 교회로 다가가면서 보면 교회 외관은 중세 교회의 모습에서 온 것을 느낄 수 있다. 흰색 콘크리트 패널과 타일을 사용하여 조립된 외벽은 창문이 없는데 도시의 교외에 위치한 깔끔한 공장과 같은 인상을 준다. 하지만 내부로 들어서면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지는데 외부로 향한 창문이 없음에도 유리로 된 천창을 이용하여 빛을 건물 안까지 깊숙이 끌어 들이고 있다.
북유럽에 오래 살다보면 어쩌면 당연하게 느껴지는 북유럽 디자인의 일부로 느껴질 정도로 빛을 건물 안으로 끌어들이는 기법은 북유럽 디자인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데 바우스배어 교회 역시 이런 전통을 잘 계승하고 있다. 사실 바우스배어 교회 건물 내부의 디자인이나 색채 재료 등을 보다 보면 바로 떠오르는 사람이 알바 알토(Alvar Aalto)이다. 바우스배어 교회는 미묘하게도 알바 알토의 건축과 닮아 있는데 요른 웃존이 핀란드를 여행하며 알바 알토의 건축에 깊은 감명을 받고 그 후에 그의 디자인에 깊은 영향을 끼친 것을 생각하면 당연한 연상이라고 할 수 있다.
바우스배어 교회의 주 건물은 사각형 복도로 되어 있는데 가운데에는 호적신고 등의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무실이 위치하고 있다. 천창을 통해 들어오는 밝은 빛을 받으며 교회의 주 예배실로 들어서면 가장 인상적인 하얀색의 부드러운 물결처럼 넘실거리는 천장이 보인다. 요른 웃존은 천장 구조를 하와이의 해변에 누워서 하늘에 떠있는 구름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하는데 실제로 부드러운 곡선 구조는 양털 구름을 연상시킨다. 또한 부드러운 곡선으로 만들어진 하얀색 벽을 통해 빛이 자연스럽게 산란되도록 한 구조는 헬싱키에 위치한 알바 알토가 디자인한 아카데미아 서점과도 미묘하게 닮은 점이 있고, 빛을 이용해 종교적 영감을 끌어낸다는 점에서 비록 교회 크기는 자그마하지만 바티칸의 성베드로 성당과도 비슷한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내부 공간 바깥쪽에는 비록 창문은 없지만 천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으로 인해 눈부시도록 밝다.
교회의 오르간 역시 요른 웃존이 디자인 하였고, 예배대의 텍스타일은 딸인 린 웃존이 디자인하였다. 교회 신축은 1967년부터 논의 되었고 1976년 완공되었다. 바우스배어 교회는 코펜하겐 중앙역에서 기차를 타면 교외노선으로 한번에 갈수 있는 위치에 있어서 찾아가기도 쉽다. 건축과 디자인에 관심 있는 방문자라면 빼놓지 않아야 할 코펜하겐의 명소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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