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펜하겐(Copenhagen) 시내에 위치한 덴마크 디자인 뮤지엄(Denmark Design Museum)에서 한스 베그너 탄생 100주년 기념전이 열리고 있다.
덴마크의 가정집들을 방문하다 보면 많은 유명 디자인 가구들을 볼 수가 있는데 한스 베그너의 의자들도 그중에 하나이다. 당시의 다른 스칸디나비아 모던 디자인과 마찬가지로 약간은 회고적 분위기를 풍기지만 목재의 풍부한 감성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에 현대적인 인테리어에도 잘 어울리는 것이 한스 베그너 디자인의 특징이다. 이러한 디자인 가구들은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매력 때문에 높은 중고가격이 형성되어 있고 도둑들의 주요 타겟이기도 하다. 어떤 도둑이 들었던 집은 애플의 맥북 컴퓨터 등은 건드리지도 않고 폴 헤닝슨의 전등과 한스 베그너의 의자 등 디자인 가구만 몽땅 털어 갔다고 한다. 이런 문제 때문에 덴마크의 가정보험에는 디자인 가구에 대한 별도의 특약이 있을 정도이다.
PP 530, 한스 베그너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PP 뫼블러(PP Møbler)에서 출시한 의자로 한스 베그너가 디자인 했었지만 기술적인 이유로 상품화가 안 되었다가 이번에 처음 출시되었다.
한스 베그너는 20세기 덴마크 디자인을 대표하는 가구 디자이너의 한사람으로서 아르네 야곱슨, 폴 헤닝슨, 핀 율 등과 함께 덴마크 디자인의 전성기를 함께 이끌어 갔던 멤버중의 하나이다. 한스 베그너는 특히 의자 디자인에 주력해서 500점 이상의 의자 디자인을 남겼다. 덴마크 디자인을 대표했던 야콥슨 등이 왕립 디자인 학교 등에서 디자인 교육을 받은 후 건축가나 디자이너로 성장해 나간 것과 다르게 한스 베그너는 목공소의 견습생으로 출발해 직접 나무를 깎아 가면서 목공일을 배워나간 현장 출신이라는 점이 다르다. 단순히 주어진 가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디자인의 가구를 만들어 내는 능력이 있음을 스스로 깨달은 그는 코펜하겐의 목공 기술학교를 다니면서 디자인 능력을 키워나갔다.
이번 전시회는 덴마크의 가구회사 피피 뫼블러(PP Møbler)의 후원으로 이루어졌다. 뫼불러는 덴마크어로 가구라는 뜻이다. 한스 베그너는 1960년대 이후 그의 의자들을 주로 피피 뫼블러를 통해서 출시했다. 한스 베그너와 피피 뫼블러의 조합은 사실 어떤 의미에서 아주 자연스럽다고 볼 수도 있는데 목공장인 출신인 한스 베그너와 역시 목공장인들이 세운 피피 뫼블러의 만남이기 때문이다. 한스 베그너는 가구를 통해 유명해졌지만 피피 뫼블러는 침대에서 부엌가구까지 모두 만들어내는 거대 가구 회사로 커나가는 대신 아직도 장인들이 손수 나무를 깎아 가구를 만들어 나가는 방식으로 의자와 테이블 등의 나무로 만드는 가구만 만드는 전통을 고수하고 있다.
피피 뫼블러(PP Møbler)는 회사를 만든 두 페더슨 형제의 이름의 첫자인 P를 결합시킨 것으로 현재는 코펜하겐 북쪽의 조용한 교외지역인 앨러럴 지역에 워크숍을 가지고 가족 기업의 형태를 지켜나가고 있다. 특히 이번 한스 베그너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PP 뫼블러는 단종되었던 한스 베그너의 의자들과 한스 베그너가 디자인했지만 제품으로 출시되지 않았던 제품들을 한정 상품으로 출시했다. 디자이너와 장인 정신에 바탕을 둔 디자인 가구 회사가 서로 손을 잡고 유기적으로 나가는 모습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디자인 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는 한스 베그너 100주년 기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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