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에 희소한 예술분야를 소개하는 뮤지엄 포 아키텍쳐럴 드로잉(Museum For Architectural Drawing, MFAD)이 문을 열었다. 베를린에서 건축 활동을 하며 건축 드로잉을 수집하고 있는 러시아 상페테스부르그(St. Petersburg) 출신의 건축가 세르게이 즈코반(Sergei Tchoban)이 박스를 적층한 디자인의 파운데이션 뮤지엄(Foundation Museum)을 오픈 한 것이다.
호리호리한 형태의 이 건물은 페퍼베르그(Pfefferberg)에 들어섰는데 예전에 맥주공장이 있던 곳으로 프렌츨아우어 베르크 베를린(Prenzlauer Berg Berlin) 구역에 있다. 아에데스(Aedes) 건축 전시관이 바로 옆에 있어 함께 문화공간을 형성하고 있다. 페퍼베르그는 맥주전문가인 조세프 페퍼(Joseph Pfeffer)에 의해 명명되었다. 그는 1841년에 맥주사업을 시작했던 사람이다. 1차 세계대전과 함께 맥주생산은 중단되었고 1989년 장벽이 무너질 때까지 아무런 용도로도 사용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음식점과 숙박시설,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과 같은 유명 예술가들의 작업실 등이 들어선 문화구역으로 변모한 것이다.
세르게이 즈코반(Sergei Tchoban)은 모스크바, 상페테스부르그, 베를린을 오가며 작업을 하고 있다. 또한 그는 독일의 유명한 상업 건축가로써 그의 고향인 러시아의 고층건물 설계에도 참여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유럽에서 가장 높은 모스크바의 연방타워이다. 세르게이 즈코반은 2004년, 모스크바에 SPeeCH라는 사무실을 개설하였다. 이 새로운 박물관 설계는 세르게이 쿠즈네쵸프(Sergei Kuznetsov)와 공동으로 진행하였다. 세르게이 즈코반은 자신을 가장 활동적인 건축가는 물론 건축 드로잉을 새로운 유형으로 대중들에게 널리 알리는 수집가로 자처하고 있다
얼핏 보면 이 건물은 노란색 콘크리트 박스를 쌓은 것으로 보인다. 하나의 박스 위에 허술하게 고정되어 서로 어긋난 캔틸레버로도 보인다. 바닥이 들쑥날쑥한 것처럼 보이는 부정형의 조합으로 조성된 입면은 내부에 전시공간이 있다.
콘크리트 입면에 새긴 것 같은 3차원 부조를 통해 입면은 더욱 볼만해졌다. 입면에 부조된 드로잉은 18세기 이탈리아 건축가인 피에트로 디 고따르도 곤자가(Pietro di Gottardo Gonzaga)의 드로잉이다. 실리콘 몰드를 활용해 구현하였다. 이 입면으로 해서 방문자들에게 인상적인 그림으로 남게 된다. 또한 입면에는 불규칙하게 흩어 놓은 듯한, 창들이 있는데 이로 인해 베를린의 보수적인 건물들 사이에서 이 건물을 돋보이게 한다. 이는 세르게이 즈코반의 평소 스타일인 규범적인 디자인과는 다른 것이기도 하다. 건물 하부를 구성하는 4개 층은 도시환경과 동화되어 기존의 이웃 건물들과 잘 어울린다.
건물 입구는 도로변에 형성된 니치를 활용하였다. 1층 로비에는 붙박이 책장이 마련된 도서관이 있다. 로비는 짙은 색의 호도나무 패널로 마감되었다. 전시물용 선반은 전시에 편리하면서도 쉽게 훼손 될 것만 같은 건축 드로잉을 배려하여 디자인되었는데 인공조명을 최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3층에는 L자형으로 두 구역으로 나뉘는데 거리에 면한 쪽의 작은 테라스는 작은 버팀발을 이용해 출입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이 작은 외부공간은 3번째의 콘크리트 박스에 있는데 앉을 곳이 있고 외부 입면에 사용되었던 모티브를 적용하였다. 전시 공간 위층에는 연구자들에게만 공개되는 수장고가 있다. 이곳은 아래층과는 다른 양식이다. 외부는 전체가 유리로 마감되었고 두 개의 옥상 테라스를 가지고 있다. 회의실은 베를린 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옥탑형식이다.
이 작은 건축 드로잉의 세계는 스타일리쉬하고 독보적인 명예의 전당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건물은 문 손잡이도 건축가이자 주문제작자가 디자인 하였다. 엘리베이터와 계단은 모두 유리로 되어있고 노출 콘크리트가 입면에 채택 되었으며 청동 손스침이 사용되었다.
즈코반(Tchoban) 재단은 18세기에서 20세기의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작품을 대상으로 한다. 이제 베를린에 새로 문을 연 건축 드로잉 박물관은 민간 박물관의 보물이 되었다. 부자들의 장난감을 보관하던 곳에서 대중들에게 봉사하는 곳으로 변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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