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에 위치한 독일의 건축가 그룹 콘크리트(Concrete)가 스페인 까달루니아 지방 북쪽에 위치한 지로나(Girona) 외각의 오래된 성 옆에 멋진 건축 구조물을 세웠다. 12개의 스틸 구조로 된 지붕 Steel Coated Discs이 연결된 구조물은 레스토랑을 덮은 천정 혹은 파라솔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 그 규모가 200여석의 좌석을 덮을 정도로 크다. 현대적인 재료와 디자인 정신이 담긴 구조물이지만 바로 옆에 있는 성과 교묘하게 멋진 조화를 이룬다.
카스텔 엠포르다는 1301년에 지어진 성으로 1999년 부티크 호텔로 리노베이션 되었다. 건축주의 요청을 반영해 테라스 위에 덮개를 설치해 공간을 둘러싸는 형태로 만들어 강한 비바람을 차단할 수 있게 하였다. 중요한 설계 조건 중 하나는 지정 문화재로 등록되어 있는 기존 건물과 조화를 이루는 덮개를 만드는 것이었다. 콘크리트는 이 두가지 조건을 만족시키면서도 기존 테라스의 느낌을 유지할 수 있는 디자인을 제안했다.
비가 내린 후 송송이 올라온 버섯처럼 크기가 다른 올랑 졸망 덮인 구조물은 옛 것과 새 것의 조화로운 제시이며 시도였다. 날씨가 늘 쾌청한 지중해 도시 지로나의 지리적 그리고 기후적 특성에 맞게 열린 공간을 만들어 주변의 경치와 성을 감상하며 즐거운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것은 스페인이 주는 최대의 기쁨일 것이다.
하늘 위와 땅위에서 펼쳐진 근사한 칠 아웃(Chill Out) 스타일의 오픈된 식당 디자인과 구조물을 만나보자.
크기다 다른 코팅된 스틸로 덮인 구조물은 버섯이 소복이 난 모습이나 혹은 한여름 파라솔로 가득 덮인 해변을 연상시킨다. 분명 성을 방문한 사람들이 위에서 바라다 볼 풍경을 고려했으리라. 오랜 돌과 이끼가 쌓인 성의 멋과 운치가 손상되지 않도록 재료와 색상에 무던해 보이지만 신경을 썼을 것이 분명하다.
조금 눈높이를 낮게 하여 내려다 본 구조물과 식당의 모습. 위에서 보았을 때는 아래 공간의 용도를 전혀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군더더기가 밖으로 나와 있지 않아 깨끗하고 아름다운 구조물로써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버섯처럼 옹기종기 덮인 구조물 아래는 바와 식당의 규모와 시설이 확연히 보인다. 심지어 하늘에서 바라본 풍경에도 염두에 두고 모든 것이 안에 꼭 맞게 들어차도록 디자인 되어있다. 벽이 없더라도 작은 비정도는 끄떡없어 보인다.
위에서 본 녹슨 듯한, 갈색 빛의 지붕과 달이 안에는 자연채광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모든 칠이 하얗다. 열린 공간이지만 하얀색으로 통일된 공간은 실재보다 더 여유로운 열린 공간을 제시해주고 시각적으로도 아늑해 보인다. 잘 정비된 나무들과 자연스런 정원이 벽의 역할도 자연스럽게 해주어 식당 공간을 감싸준다.
겹쳐진 지붕 구조물 사이사이 구멍은 유리로 마감을 하였다. 혹시 짓궂은 빗방울이 떨어지더라고 끄덕도 없는 디자인이며, 구멍 사이로 언뜻 보이는 성의 종탑도 구경할 수 있어 좋다.
시야가 탁 트인 성 앞에 식당을 차린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문제가 아니었을 것이다. 자칫 닫힌 건물을 세웠더라면 성의 오랜 시간과 맞부딪혀 조화를 이루지 못했을 것이고 천막 천을 이용한 간이식당을 차렸더라면 운치는커녕 시골, 흔해 빠진 싸구려 바로 전락했을 가능성이 컸을 것이다. 그런 고민을 안고 근사하게 풀어간 구조물은 자연스럽게 성안의 풍경 속에 녹아있다.
스페인 지방의 이름 모른 도시의 작은 성 앞이라도, 이런 건축적 구조물을 통해 다시금 유럽인들의 앞서간 정신을 배워본다. 흔한 식당이지만 그 장소가 어디에 있는지 누구를 위한 장소인지 물론 고객이 우선이지만 결국은 그 고객들이 찾고 보고자 하는 곳은 성이 최우선이 될 것이다. 그리고 주변 환경과 자연의 여건 등을 고려하여, 최대한 보호하고 어우러지고 함께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는 디자인에 중점을 둔다는 것이다. 더욱이 건축 구조물은 다른 디자인과 달라 단발적인 생각으로 지어져서는 절대 안 될 책임감이 큰 디자인 분야이다. 그 만큼 생명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도면을 보면 성의 정원이었던 공간을 식당으로 개조한 것이다.
스페인의 경기가 안 좋아 건축 경기가 흔들리고 많은 산업 분야가 피폐해진 상황이지만, 느리더라도 혹은 건물들이 덜 지어지더라도 이렇게 마음과 정신이 담긴 디자인이 시골 한 귀퉁이에서 끊임없이 보이고 있다는 것은 실로 반가운 일이다. 주먹구구식 날림 건축물이 아니라 몇 십 년 뒤 혹은 백년 뒤에도 명물로 명품으로 남을 수 있는 정신을 담는 것이다. 그것이 유럽을 지금까지 지탱하고 있는 힘이 분명하다. 힘든 시간을 보내는 유럽, 특히 스페인에서, 디자인은 지는 해가 아니라 미래를 밝혀 줄 힘으로 남아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고 공간이어서 더욱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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