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디자인, 특히 가구나 식기와 같은 생활용품 같은 경우에는 디자인에 있어서 제품에 대한 이해와 장인정신의 결합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그런 의미에서 좋은 디자인이 나올 확률은 생산현장과의 거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에 제조업의 글로벌화로 인해서 많은 공장들이 해외로 이전되면서, 제품의 디자인 부서와 생산 공장사이의 거리가 멀어지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그런 현상은 북유럽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었다.
로얄 코펜하겐 카탈로그 이미지
가장 최근에 있었던 소식으로는 레고, 로얄 코펜하겐, 게오 옌슨, 프리츠 핸슨 같은 덴마크의 대표적인 디자인 브랜드들이 덴마크내 공장을 폐쇄하고 폴란드(프리츠 핸슨, 아느 야콥슨), 태국(로얄 코펜하겐), 중국(게오 옌슨, 노만 코펜하겐), 헝가리(레고), 빕(라트비아) 등으로 공장을 해외 이전한다는 소식들이 있었다.
물론 이들이 해외 이전을 하는 이유는 충분히 이해가 갈 만한 점도 있다. 인건비 측면에서 북유럽은 시간당 임금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로 동유럽이나 아시아 지역으로 이전할 경우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제조 기술 면에서도 이미 동유럽이나 아시아 지역의 제조 기술은 상당한 수준에 올라와 있기 때문에, 실제 생산되는 제품의 질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게 되었다. 로얄 코펜하겐 같은 경우 핸드 페인팅으로 유명한데, 실제 핸드 페인팅 손기술은 태국의 페인터가 덴마크의 페인터에 비해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공장의 해외 이전을 지지하는 또 다른 주장으로서는 많은 북유럽 브랜드 디자인 제품들이 전성기인 1950~1960년대 디자인 제품이 주를 이루고 있다. 실제로 이들 제품은 아직도 매출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미 완성된 디자인이기 때문에 새로운 디자인 아이디어가 필요치 않고, 생산 효율을 높이는 것이 기업 이윤을 높이는데 훨씬 더 효율적이라는 의견이다.
이렇게 공장과 디자인을 분리해 이윤을 극대화한 대표적 기업으로는 애플이 손꼽힌다. 애플은 자체 공장을 두지 않고 생산 하청공장을 그때마다 필요에 따라 바꾸면서 제품 생산단가를 낮추고, 대신에 디자인과 설계를 통해 이윤을 극대화 하고 있다.
그러나 앞에서 말했듯이 이러한 방법은 위험성이 크다. 사실 세계화의 영향으로 소비자들의 경우 제품 구매시에 원산지에 대해 덜 민감해지긴 했지만 아직도 원산지를 중요시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실제 제품의 질에 있어서는 차이가 없다고 해도, 그것이 프리미엄 디자인 제품일 경우 심리적 영향을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나 이탈리아의 디자인 패션제품들이 아직도 메이드인 프랑스나 이탈리아를 고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북유럽 디자인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가구와 생활용품의 경우, 브랜드 이미지 자체보다는 제품 자체의 디자인과 퀄리티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생산공장의 위치가 적은 영향을 차지한다고 하더라도 그 영향이 무시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애플 같은 경우도 제품 뒷면에 'Designed in California, Assembled in China'라는 표시를 통해 미국에서 디자인되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
실제 생산과 디자인의 분리는 과거제품보다는 미래제품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애플 같은 경우 IT제품의 특성상 주기가 짧고 생산과 사용이 상당부분 표준화 되어 있다. 그러나 가구나 식기 같은 생활용품의 경우 직접 제작 현장을 보면서 그리고 직접 자기 손으로 물건을 만들어 보면서 얻는 경험이 디자인에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큰 것이 사실이다. 그런면에서 공장의 해외 이전은 1950~1960년대 디자인 제품 생산에는 큰 영향이 없을지라도, 미래 디자인이 자라날 토양을 약화시키는 위험성이 크다.
이런 위험성은 실제 디자인 기업의 CEO들도 모두 인지하고 있다. 예를 들면 최근 인터뷰에서 로얄 코펜하겐의 CEO인 매스 뤼러도 그러한 문제점에 대한 우려를 인정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어쩔수 없는 것은 이들 많은 기업들이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당장의 문제 해결책으로 공장의 해외 이전은 피할 수가 없는 부분일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최근 게오 옌슨같은 경우, 바레인의 투자 펀드에 인수 되었고 로얄 코펜하겐은 피스카스에 의해 인수 되었다.
사실 이들 중견기업들이 공장을 해외 이전하고 이윤의 극대화를 도모하는 데 반해, 새로 자라나는 많은 소규모 디자인 기업들은 아직도 생산과 디자인을 북유럽에서 하고 있다. 프리츠 핸슨같은 경우 85%의 매출이 50년 이상된 디자인에서 나온다고 하고, 로얄 코펜하겐도 최신 디자인을 꾸준히 선보이고는 있지만, 실제 매출의 대부분은 플로라 다니카 같은 고전적인 디자인에서 나오고 있다. 이에 반해 소규모 디자인 기업들은 1950~1960년대의 디자인을 가지고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최신의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어쩌면 잘 알려진 중견 기업들보다는, 이러한 새로운 기업들이 북유럽 디자인의 미래를 결정짓는다고 평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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