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시초코렛 HUHSI chocolate

착한디자인

마르티 귀세(Marti Guixe) 푸드 디자이너

chocohuh 2013. 4. 15. 14:16

푸드 디자이너(Food Designer)로서 귀세는 음식을 디자인하지만, 사실 요리에 대한 지식은 전무하다.

마르티 귀세와 오랫동안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사진가 잉가 크놀케(Inga Kno’lke)의 이 말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해하는 푸드 스타일리스트의 의미와는 상이한 푸드 디자이너라는 개념을 정확하게 설명해 준다. 푸드 디자인은 음식이 맛있어 보이도록 하는 행위가 아니며, 요리법과는 관계가 없다.

 

나는 먹을 수 있는 디자인을 하는 것이지 요리를 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요리를 할 줄도 모르거니와 배우고 싶은 마음도 별로 없다. 푸드 디자인(Food Design)은 음식을 오브젝트로 취급하면서 이 오브젝트가 어떤 기능을 할 수 있는지를 해석하는 작업이다.

 

 

Seed Safe’ Marti Guixe, 2010

 

시드 세이프(Seed Safe)는 제품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움직임 이다. 현재 지구상에는 멸종 위기에 처해진 과일이 수 백 종이나 존재한다. 그리고 이 멸종을 막기 위해 수 백 개의 NGO가 활동하고 있다. 노르웨이가 북극에서 1,200km 떨어진 스발바르(Svalbard) 제도와 스피츠베르겐(Spitsbergen) 제도에 정부 차원의 씨앗 금고를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 현상의 급박함을 잘 보여준다. 시드 세이프는 이 현상에 대한 담론을 위하여 탄생한 제품이다. 시드 세이프는 마치 귀중품을 보관하는 저금통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이 새로운 컨셉의 물건에는 각기 다른 크기와 형태를 가진 4개의 구멍이 있는데, 이는 서로 다른 형태의 씨앗들을 보관할 수 있음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사기(沙器)로 된 이 물건은 유전자 조작에 의해 생명의 고유성이 침식당하는 현 세계에서, 씨앗을 보관한다는 것이 얼마나 급박하고 전 지구적으로 필요한 일인지 역설하고 있다.

 

 

Seed Safe’ Marti Guixe, 2010

 

사람들은 평생 두 개 정도의 의자를 구입 하지만 밥은 하루에 세 번씩 먹는다. 즉 음식은 우리의 삶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고, 다른 어떤 제품보다 대량으로 생산되는 것이다. 귀세의 푸드 디자인이라는 개념은 1997 년 바르셀로나의 스팜트(Spamt) 갤러리에서 선보인 실험적인 전시에서 처음으로 소개됐다. 마르티 귀세의 푸드 디자인은 흥미롭게도 1990년대 중반, 한국을 방문한 이후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마르티 귀세의 푸드 디자인은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초코렛, 설탕 등 케이크의 원료 비율에 따라 컬러 다이어그램을 그래픽으로 표현한 ‘아이 케이크(I-cakes)’는 장식 자체가 영양 정보를 준다. 또 다리를 3개 붙인 츄파춥스에는 ‘핸즈프리 롤리팝(Hands-free Lollipop)’이란 이름을 붙였다. 하지만 귀세의 푸드 디자인은 단순히 제품의 제안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음식을 섭취하는 경험을 공간으로 확장한 푸드 디자인 시스템 (Systematic Food Design) 역시 개발했다. 특히 특정 메뉴를 선택하면 다른 테이크 아웃 레스토랑에서 대신 배달을 해주는, 주방이 없는 레스토랑인 푸드 패실리티(Food Facility), 길거리 벤치에 적힌 고유번호를 알려주면 해당 벤치로 음식을 배달해주는 푸드 뱅크(Food Bank) 등이 그것이다.

 

 

Food Designing’ Marti Guixe, 2010

 

푸드 프로젝트는 개념적인 것이 많긴 하지만, 음식이라는 대량 생산 제품을 새롭게 인식하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음식 산업은 지나치게 보수적이다. 음식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는 푸드 디자인은 음식 산업이 보수성을 탈피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http://www.designdb.com/drepo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