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게 이름을 지어 주기란 힘든 일이라는 T. S. 엘리엇의 유명한 말이 있는데, 이름 짓기가 어려운 것은 비단 고양이뿐만이 아니다. 예를 들면 러브호텔 같은 곳의 이름도 막상 지으려면 아주 힘들 것 같다. 왜냐하면 그런 유의 시설은, 그 성립과정으로 봐서도 붙여야 할 이름의 목적성·필연성·개연성이 아주 희박하기 때문이다.
즉 러브호텔이란 어디에 있건, 어떤 모양을 하고 있건 안에 들어 있는 것은 거의 차이가 없다. 나는 그 업계에 관해서는 별로 아는 것이 없어 딱 부러지게 단언은 못하겠지만, 장어덮밥을 먹거나 모임을 갖거나 단편소설을 완성하려는 목적으로 러브호텔에 들어가는 사람은 그리 없을 것이다. 따라서 러브호텔의 이름에서는 왕왕 '그러니까 일단 대충 이름만 붙이자구. 이름이 붙어 있기만 하면 되잖아'라는 식의 자포자기적인 자세가 엿보인다. 솔직하게 말하면, 나는 옛날부터 러브호텔의 이름이 풍기는 그런 유의 '자포자기적인' 분위기가 신경에 쓰여 견딜 수가 없었다.
그 옛날 쇼난에 '티라미스'라는 얼토당토않은 이름의 러브호텔이 있었다. 그리고 역시 쇼난의 히라쓰카에서 오오이소쪽 해안에는 '투 웨이'란 호텔이 있다. 나는 이전부터 이 호텔 이름이 마음에 걸려, 그 앞을 지날 때마다 고개를 갸웃거리곤 했다. 나는 투 웨이라고 하면 스피커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고등학교 시절 갖고 싶었는데 돈이 모자라서 사지 못했다. 그리운 굿맨 301의 모습이 문득 눈앞에 떠오르고 눈 꼬리가 시큰해진다고 할 정도의 일도 아니지만, 아무튼 영어사전에서 이 투 웨이를 찾아보면 '두 방향 어느 쪽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든가, '상호작용하는'이라든가, '뒤집어서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 좍 나온다. 으음, 알 것 같군. 러브호텔이니 상호작용도 하고 뒤집어서 사용할 수도 있단 말이지 하며 납득하였는데, 호텔 경영자가 어떤 목적으로 그런 이름을 붙였는지는 물론 알 도리가 없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덧붙이자면, 며칠 전 영어책을 읽고 있다가 They ended up having a three-way란 문장과 조우하였다. '그들은 결국 셋이서 섹스를 하게 되었다'는 뜻이다(여자 한 명과 남자 둘이었다). 그러니 two-way란 말이 세상에 있지 말란 법은 없겠다 싶다. 어쩌면 투 웨이란 이름은 '셋이서 오면 안돼요, 둘이서 와요. 그러면 들여보내 줄 테니까'란 호텔 경영자의 결연한 의사 표시인지도 모르겠다. 만약 그렇다면, 그건 하나의 견식이란 기분이 안 드는 것도 아니고……가 아니다.
그리고 도메 고속도로 요코하마 출구 부근에는 '크리에이티브 룸 SEEDS'란 러브호텔이 있다. 나는 도메 고속도로를 종종 이용하는 사람이라, 이 이름도 꽤 오래 전부터 왠지 마음에 걸렸다.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호텔 방으로 들어가 아무것도 없는 곳에 씨앗을 뿌려 제로에서 뭔가를 만들어 낸다는 뜻이겠는데, 일반적으로 보면 그런 사태를 환영하지 않는 남녀가 출입하는 장소가 러브호텔 아닌가? 적어도 나는 그렇게 이해하고 있다.
그런 일에 일일이 신경을 쓸 필요까지야 없겠지만, 역시 말을 다루는 장사를 하다 보니 그렇게 사소한 일에도 불쑥불쑥 놀라곤 한다. 절대로 남의 장사에 공연한 트집을 잡는 것이 아니니, 아무쪼록 당사자 분들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아 주세요. 한가한 소설가의, 그저 무고한 독백입니다. 투덜투덜.
도로변에 있는 모텔이나 러브호텔의 이름을 하나하나 체크하여 비평하고 감탄하기도 하면서, 일본 전국을 훠이훠이 돌아다니는 것도 꽤 훈훈하고 바람직한 일일지 모르겠다. 좀 더 나이를 먹으면 아내와 둘이서 알파 로메오 스파이더를 타고 느긋하게 그런 여행을 해보고 싶다. 예를 들어 "와아, 이시가와 현에는 러브호텔 이름에 '우정 있는 설득'이란 것이 다 있군." 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한심한 일에 동행할 마음 없으니까, 당신 혼자서 가요"라고 아내는 냉정하게 뿌리치지만…….
그리고 이 이름은 호텔명은 아니지만, 몇 년 전 쿄토 거리를 어슬렁어슬렁 정처 없이 걷다가 "휴먼스 웰"이라는 고급 맨션의 간판을 발견하였다. 영어로는 'Humans's Well' 솔직히 말해 학식도 없고 재능도 없는 내 머리로는 그 깊은 뜻을 도저히 헤아릴 길이 없었다. 하지만 그때 내 머리에 시각적으로 떠오른 이미지는, 그 옛날 달마다 처녀를 공물로 바쳤다는 잉카의 바닥 없는 우물이었다. 이때는 좀 무서웠다. 이름 하나만 해도 쿄토는 역시 역사적으로 어딘가 모르게 깊이가 있어요. 투덜투덜.
소문의 심장
지난번에 치바 현을 드라이브하고 있는데, '굿 럭'이란 이름의 모텔이 있었다. 그래도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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