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간다고 아버지께 말하고,
자동차를 빌려서는 그대로 안녕
그녀는 부푼 가슴으로 햄버거 스탠드 앞을 질주한다.
라디오의 볼륨을 올리고, 최대 속도로 장거리 드라이브 한껏 즐거워,
아버지한테 T버드를 빼앗길 때까지는
이것은 비치 보이스의 1964년 히트 송 <펀 펀 펀>의 가사이다. 나는 비치 보이스의 수많은 히트 곡 중에서도 이 곡을 가장 좋아한다. 리듬도 멜로디도 참 행복스럽고, 또 가사가 무척 좋다. 가사를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눈앞에 그 풍경이 아른아른 떠오른다. 1964년형의 빨간 유선형 선더버드에 타고 있는 말 꼬랑지 같은 헤어 스타일의 여자애. 도서관에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서는 아버지의 차를 빌려,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모두에게 자랑하러 간다. 여자애들은 모두 얼이 빠져 그녀를 쳐다본다. 남자애들은 잽싸게 차에 올라타 자동차 경주를 시작한다. 그러나 아무도 선더버드를 당해내지 못한다. 그러다가 끝내 아버지한테 들켜 차를 빼앗기고 만다. 그래서 그녀는 풀이 폭 죽어 버린다. 하지만 내게는 그 쪽이 훨씬 행운이다. 즉
이제 즐기기는 다 틀렸다고 너는 생각하고 있을 테지
나와 함께 가자고 T버드가 없어도 우리는 마음껏 즐길 수 있으니까
1964년 T버드에 타고 있던 여자애는 벌써 30대 중반을 넘어섰을 것이다. 그녀는 지금쯤 무엇을 하고 있을까? 제인 폰다가 운영하는 헬스클럽에 다니고 있을지도 모른다. <ET>에 등장하는 것 같은 신흥 주택가에 살며, 베리 매니로우를 듣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도 가끔씩 그 여자애와 저 빨간색 T버드를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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