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옛날이야기가 됐지만, 쥐색 폭스바겐 차를 몰고 온 젊은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핑크색 섬머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잘 생긴 유방은 마치 제트 엔진처럼 불룩 튀어나와 있었다. 신발은 흰색 샌들을 신고 다녔다. 왜 샌들을 신고 있었는지 알게 된 것은 다음과 같았다.
내가 앉았던 벤치 앞에 차를 세워 놓았었다. 그리고 바스락거리며 샌들을 신고 다녔다. 그녀는 항상 맨발로 운전하고 다녔다. 그리고는 차에서 내려 내가 앉아있는 곳을 지나 매점으로 갔다.
쿨 민트 껌을 샀다.
나는 계속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다보았다. 그녀의 옷은 몸에 꼭 맞았다. 뭐라고 할까, 쳐다보기가 아주 좋은 몸매였다. 어깨는 늘씬하게 잘 빠져 있었고 복부는 아무런 군살이 없어 매끈했다. 그래서 몸은 전체적으로 홀쭉해보였다. 한 마디로 말한다면 그녀는 1967년 여름을 혼자서 떠맡는 기분의 그런 여자였다. 아마 그녀 방의 선반에는 1967년 여름에 관한 모든 것이 잘 정리 되어 있을 것이다. 거기에 있을 법한 속옷처럼 정돈이 잘된 여자였다.
그녀는 쿨 민트 껌의 종이를 찢어, 하나를 입안에 넣었다. 정말 멋지게 껌을 씹으면서 다시 내 앞을 지나갔다. 그리고 쥐색 폭스바겐은 마치 송어처럼, 여름의 흐름을 우아하게 거슬러 올라갔다.
그로부터 벌써 십사 년이나 지났는데도 쥐색 폭스바겐을 볼 때마다 나는 그녀를 생각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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