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하라 주야의 작품 가운데 이런 시가 있다.
달 밝은 밤에 단추가 하나
바닷물 찰싹이는 해변에, 떨어져 있다.
그것을 주워, 어디에 쓰려고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뭐 그렇게 멋들어진 시구는 아니지만, 나는 이전에 후지사와의 쿠게누마 해변의 모래톱 속에서 자동차 열쇠를 발견한 적이 있다.
9월의 어느 일요일 저녁, 혼자 해변을 산책하다 모래 위에 앉아 멍하니 지는 해를 바라보고 있는데, 무언가 딱딱하게 손에 잡히는 것이 있어 보았더니 아니 웬걸, 그것은 전세기 호놀룰루에서 카메하메하 대왕이 애용하였다는 전설의 백금 구둣주걱……이 아니라, '스바루' 마크가 찍혀 있는 아주 평범한 키 홀더였다. 누군가의 바지 주머니 속에서 조르륵 흘러 나왔다가, 발견되지 못한 채 거기에 내내 방치되어 있던 것이리라.
모처럼의 주말에 멀리서 이 바다까지 놀러 왔다가 자동차 키를 잃어버리다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동정심이 인다. 주머니에 키가 없다는 것을 안 그는 틀림없이 새파랗게 질렸을 것이다. 그 주변을 몇 시간이나 필사적으로 찾아다녔을 것이다. 그러나 넓디넓은 모래사장 속에서 스바루 키를 찾아내기란, 음 그러니까, 모래사장에서 자잘한 돌멩이 하나를 찾아내는 것보다 약간 간단한 정도로…… 뭐랄까, 그러니까, 즉 무지하게 어렵다. 만약 내가 같은 입장에 처하였다면 하고 상상하니 몸이 오싹해진다.
키를 잃어버린 것만도 불쌍한데, 가령 그가 좋아하는 여자라도 데리고 왔다면, 더 이상 뭐라 말할 수 없을 만큼 안타까운 이야기다.
초가을 일요일을 쇼난 해변에서 단둘이 즐겁게 지내고, '이제 슬슬 돌아갈까'라고 말은 하면서도 내심은 '분위기도 썩 괜찮고, 어디 이 근처 호텔로 가자고 할까' 하고 계획을 짜고 있었는데, 아무리 찾아도 자동차 키가 나타나지 않으니 새파랗게 질릴 수밖에. 여자는 싸늘한 시선으로 그를 노려보며 '하 참 기가 막혀, 이 사람 어디 나사 하나 빠진 것 아냐'라고 생각할 것이다. 만약 그녀가 마음속으로 '가자고 하면 가도 괜찮겠지 뭐. 그렇게 나쁜 사람도 아니고, 샤워도 좀 하고 싶고, 팬티도 여벌로 가져왔으니까' 하고 은밀하게 생각하고 있었다면, 이미 해변의 비극이다. 나는 그 사람들의 성적 충동과는 아무 이해관계도 없는 일개 국외자에 지나지 않지만, 만약 내가 그 경우라고 하는 '가설의 구두(라는 것을 나는 우리 집 신장 속에 여러 켤레 보관해 두고 있다)'를 신고 생각해 보면 정말이지 안타까운 이야기다.
그것도 내가 주운 열쇠가 BMW나 포르쉐의 열쇠였다면 '아 그래요, 흠. 그것 참 안됐군요. 뭐 한번쯤 참으면 되지 않겠습니까?'라고 냉정한 입장에 설 수 있겠는데, 스바루의 열쇠이고 보니 어째 남의 일 같지가 않다. 그렇다고 후지 중공업을 선전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뭐가 되었든 물건을 잘 잃어버리는 인간이라서, 타인이 물건을 잃어버리는 일에 관해서는 지극히 관대하고 너그럽고 동정적이다. 만약 결투를 하는 도중에 상대방이 실탄을 어디다 떨어뜨리어 곤경에 처하였다면, 나는 아마 찾을 때까지 기다려 줄 것이다. 어쩌면 이리저리 함께 찾아다닐지도 모르겠다. 그 정도로 나는 물건을 잃어버리는 사람에게 친절하다. 무턱대고 비난하거나 질책하지 않는다. 우리 집 마누라가 뭘 잃어버리면 '뭐 할 수 없잖아. 살다 보면 그런 일도 있는 법이니까'라면서 위로는 할지언정 화를 내거나 빈정거린 일은 한 번도 없다. 그 반대 경우에는 거의 냉혹하고 무참하도록 비난을 받지만,
그래도. 옛날 고등학교 시절 친구가 죽었을 때, 그의 어머니한테서 유품으로 케네디 코인을 받은 일이 있다. 언젠가 오모테산도 거리를 걷고 있자니 키홀더를 전문으로 제작하는 가게가 있기에, 그 코인으로 키홀더를 만들기로 하였다. 그러면 오래도록 소중하게 간직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그런데 며칠 후 그 가게로 물건을 찾으러 갔더니, 완성된 키홀더에는 내가 친구의 유품으로 받은 케네디 코인과는 전혀 다른 코인이 달려있었다. 그 코인에는 조그맣게 긁힌 상처가 있는데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어보았더니, 실을 가게 사람이 그 코인을 잃어버려서 할 수 없이 새것을 사와 대신 달았다는 것이다. 나는 그 가게에 내 사정을 설명하였다. 내게 그 코인은 아주 소중하고 의미 있는 것이라고. 가게 사람은 허리를 구부리고 정중하게 사과하였지만 없어진 코인이 돌아올 리는 없었다.
하지만 그때도 나는 화를 내지 않았다. 몹시 실망스러웠지만 왠지 타인에게 화를 내거나 비난할 기분은 아니었다. 그래서 반짝반짝 새 코인이 달린 키홀더를 받아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런 일은 심심찮게 일어나는 법'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형태가 있는 것은 아무리 노력해도 언젠가, 어디선가, 홀연 없어져 버린다고. 그것이 인간이든, 물건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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